[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 '계륵' 푸이그를 어찌할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11.24 08:16 / 조회 : 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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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유망주에서 다저스의 계륵으로 전락하고 만 푸이그./AFPBBNews=뉴스1


쿠바산 ‘천방지축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를 어찌할꼬.

올해 정규시즌이 거의 마무리되던 지난 9월말 LA 다저스는 그동안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있던 외야수 푸이그로부터 부상이 거의 회복돼 플레이오프엔 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당연히 팀에 ‘굿 뉴스’인 것으로 보였지만 그 소식을 들은 다저스 선수들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은 푸이그가 플레이오프 때 팀에 합류하는 대신 그대로 애리조나 스프링 트레이닝 콤플렉스에 그냥 남아있기를 원했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푸이그의 난봉꾼 기질과 게으름, 태만으로 점철된 그의 제멋대로 행동거지에 대해 이미 신물이 난 선수들은 전혀 그의 복귀를 반기지 않았다.

심지어는 돈 매팅리 전 감독도 푸이그에 대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음을 드러냈다. 올해 시즌 상당기간을 햄스트링 부상을 이유로 부상자 명단(DL)에서 보낸 푸이그가 두 번째 DL에 오른 뒤 부상회복이 상당히 더딘 모습을 보였으나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굳어지자 막판 갑자기 뛸 수 있다고 나선 것에 의심의 눈초리가 떨어졌다. 매팅리 감독은 “사흘 전만 해도 약 80% 정도 밖에 못 뛰며 통증도 느낀다던 그가 이젠 갑자기 몸 상태가 100%이며 아주 좋다고 한다”면서 “그의 회복은 기적적이고 전설적”이라고 냉소적으로 비꼬았다. 감독이 자기 선수에 대해 이 정도까지 말을 했다면 이미 둘 사이에 믿음과 신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다저스 외야수 스캇 밴 슬라이크의 아버지인 전 메이저리그 올스타 앤디 밴 슬라이크가 세인트루이스의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저스 팀 리더이자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단장에게 푸이그를 팀에서 내보낼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앤디 밴 슬라이크는 커쇼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다저스 단장이 팀의 베스트 플레이어이자 최고연봉 선수에게 팀이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고 묻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푸이그를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사정이 이 정도라면 푸이그가 얼마나 팀에 얼마나 큰 암적 존재이자 골칫거리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그런 말을 한 다저스 최고선수가 에이드리언 곤잘레스냐고 묻자 ”최고연봉 선수라고 했다“고 상기시켰고 ”그럼 커쇼냐“고 되묻자 ”난 그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다“고 ‘눈감고 아웅’식 답변을 내놨다. 이후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이 발언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부했고 커쇼는 연락이 닿지 않아 이 말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스캇 밴 슬라이크가 커쇼의 절친한 친구이고 다른 여러 정황을 감안해도 상당히 신빙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커쇼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 원투펀치를 이뤘던 우완 에이스 잭 그레인키도 푸이그의 제멋대로 행동과 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다저스의 자세에 이미 신물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3년간 7,100만달러가 남은 개런티 계약을 포기하고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해 프리에이전트(FA)로 나선 그레인키는 다저스에 대해 많은 것을 좋아하지만 푸이그만큼은 견딜 수가 없다면서 그가 있는 한 다저스에 돌아오기 싫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모든 사례들은 푸이그에 대한 동료들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번 오프시즌에 다저스가 과연 푸이그를 트레이드할 것인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워낙 팀의 암적 존재라는 의견이 거세 그를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론 선수로서 푸이그의 잠재력이 워낙 엄청난데다 그의 연봉계약이 현 시세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는 점에서 다저스가 쉽게 그를 버리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A타임스는 얼마 전 “비록 커쇼가 팀 수뇌부에 푸이그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해도 그 것만으로 다저스가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다저스 수뇌부는 또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를 앞두고 플레이오프 로스터를 결정하면서 모든 선수들의 반대에도 불구, 푸이그를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다저스가 푸이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푸이그는 포스트시즌 6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다저스가 이번 오프시즌에 푸이그를 트레이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어떤 대가를 받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메이저리그 전력감인 유망주 선발투수를 얻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푸이그를 내주겠지만 문제는 그런 투수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푸이그의 ‘난봉꾼’ 기질을 잘 알고 있는 다른 팀들이 톱클래스 유망주를 선뜻 내줄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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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그로 인해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의 고민도 깊어간다. /사진=OSEN


지금 트레이드 시장에서 푸이그의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은 모두 ‘쌀 때 사들여 비쌀 때 파는’ 원칙에 충실한 인물들인데 푸이그같은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를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팔기를 원치 않는 것이 당연하다. 뭔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길 원하고 있다. 반면 선수들은 ‘암적 존재를 도려내야 한다’는 이유로 푸이그에 대한 ‘손절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강력한 의견을 계속 무시할 순 없기에 다저스로선 진퇴양난의 고비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이그는 올해 두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DL에 오르면서 단 79게임에 나서 타율 0.255에 11홈런, 38타점을 올렸다. 그리 신통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가 집중할 경우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될 여지도 충분히 엿보이는 성적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다는 사실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특히 지난 오프시즌에 디 고든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했다가 고든이 리그 타격왕과 도루왕에 오르며 골드글러브까지 받는 것을 지켜본 프리드먼과 자이디는 섣불리 푸이그를 트레이드했다가 그가 다른 팀에서 슈퍼스타로 뜨는 또 하나의 악몽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우선 푸이그는 곤잘레스, 안드레 이티어, 칼 크로포드, 작 피더슨 등 왼손거포들이 즐비한 다저스 라인업에 꼭 필요한 유일한 오른손 거포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데다 다저스가 앞으로 최소한 4년간 계약 권리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2020년 시즌이 끝나야만 FA 자격을 얻는다.

푸이그의 내년 연봉은 721만달러다. 크로포드가 2,075만달러, 이티어가 1,800만달러를 받는 것에 비하면 팀 입장에서 너무 좋은 계약이다. 내년부터 3년간 721만달러, 821만달러, 921만달러를 받을 푸이그가 제정신을 차린다면 웬만한 연봉 2,000만달러짜리 선수보다 훨씬 더 파워풀한 타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아무리 골칫덩어리라고 해도 선뜻 쫓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프리드먼 사장은 얼마 전 메이저리그 단장회의 도중 “푸이그는 살을 뺄 필요가 있다”는 말로 그의 게으름을 간접 지적했으나 아직 직접적으로 그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과연 푸이그를 어떻게 할까. 그레인키의 재영입 문제와 함께 다저스의 이번 오프시즌 최고의 숙제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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