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소녀 정하담 "'검은사제들' 소머리 무당이 저예요"(인터뷰)

배우 정하담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1.23 08:25 / 조회 : 9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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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하담 / 사진=스타뉴스


배우 정하담(21)에게 '들꽃'(감독 박석영)은 특별한 영화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연극을 할 때만 해도 배우가 자신의 길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뒤늦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에 사로잡힌 그는 애써 들어간 대학을 준비하고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고, 아쉽게 낙방한 뒤에도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 경력이 일천했기에 경험이라도 쌓아보자 싶어 프로필을 만들어 이런 저런 오디션에 응시도 했다. 경력이 없어도 된다는 설명이 있던 '들꽃'은 오디션 응모와 함께 동영상을 보내야 했다. 정하담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어필하려 했다. 그 간절한 마음이 감독에게도 가 닿은 모양이었다. 무려 4~5번의 오디션을 더 거친 뒤 제일 나중에 정하담이 '들꽃'에 승선했다. 배우 정하담의 시작이었다.

"오디션을 4~5차례 봤어요. 확신을 가지시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기대가 없었고, 오디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오디션이 거듭되면서 떨어지면 실망할까봐 저를 다잡기도 했고요. 합격 소식을 문자로 받았거든요. '하담씨로 하기로 했다', '어렵고도 중요한 결정'이라고 장문의 문자가 왔죠. 저장하고 탭처하고 계속 봤어요. 너무 기뻤어요."

'들꽃'은 보금자리 없이 삭막한 세상에 놓인 세 가출 소녀의 이야기다. 제 몸 하나 챙기기 바빠 외면할 때도 있지만, 서로가 아니면 보듬어줄 이 하나 없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스산하게 그려진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부터 배우들의 열연으로 입에 오르내렸던 작품이다. 극중에서도 '하담'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정하담은 초짜라곤 믿기 힘든,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모습으로 눈길을 붙든다. 감독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함께하며 '각색'에 이름을 올린 정하담은 어쩌면 촬영보다 더 힘들었던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캐스팅은 축복같은 일이었지만 불안했어요. 폐를 끼칠까봐요. 이렇게까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나 버거울 정도였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저는 입시에서 떨어진 애고, 다른 배우들은 다 연기를 전공하고 영화에도 다 나오고 했던 상태니까, 그런 부담이 컸어요. 아무것도 아닌 나 때문에 뭔가 그르치면 어쩌나 하는. 그래서 제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했어요.

여름에 캐스팅이 돼 이듬해 2월에 찍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나름 계속 준비를 했어요. 감독님은 '서울을 걸어다녀라'라고 하셨어요. 가출이라기보다는 버려진 아이의 느낌이었거든요. 영화 속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짐을 지고 다녔어요. 그러면서 느낀 게, '아 나는 화장품 가게 같은 데는 들어갈 수가 없구나' 하는 거였어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다들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느껴져요. 전단지도 안 주더라고요. 거스름돈도 손 닿을까봐 멀리 떨어져서 주고요. 그걸 실감하니 번화가가 편하지 않았어요. 소외당하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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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하담 / 사진=스타뉴스


그 같은 몰입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는 정하담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됐다. 정하담은 올해 초 '들꽃' 박석영 감독과 2번째 영화 '스틸 플라워'를 찍었고, 어엿한 소속사도 생겼다. 단역이기는 하지만 '한번 지나가기만 해도 좋다'고 소망했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도 등장한다. 현재 개봉해 승승 장구중인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귀신을 쫓아내겠다며 뇌사 상태에 빠진 소녀를 앞에 두고 신들린 판굿을 벌이는 소녀 무당이 바로 정하담이다. 짧은 등장이지만 커다란 소 머리를 지고 피를 뚝뚝 흘려가며 벌이는 굿 장면이 몹시 강렬하다.

"소 머리가 무겁다고 해서 가짜로 만들었는데도 10kg 정도 되더라고요. 등에 지니 그나마 괜찮았어요. 얼굴이 잘 잡히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그 장면을 위해서 굿도 배웠어요. 칼 잡고 돌고 하는 것 알려주시는데, 처음에는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선생님이 너무 좋으시고 재밌다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촬영 때 옆에서 피를 막 펌프질 해주시고 했지만, 조금 신나기도 했어요."

그 사이 젖살이 쏙 빠진 정하담은 드디어 정식으로 관객과 만나는 '들꽃'을 들고 자신의 시작을 다시 알린다. '들꽃'을 찍으면서 "진심으로 해야 한다, 항상 이 상황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녀는 "연기를 시작하고 난 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또 "처음 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다짐하며 "'들꽃'을 한 분이라도 더 보시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 될성부른 신인배우를 앞으로도 왠지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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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에서 연예 영화 패션 이야기 쓰는 김현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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