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대종상, 전파가 아깝다③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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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 52회 대종상영화제 이미지


제 52회 대종상 시상식이 파행 끝에 어쨌든 식을 끝마쳤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 52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렸다. KBS 2TV가 이날 시상식을 생중계하며 KBS 2TV 일일드라마 '다 잘될 거야'와 'VJ특공대', '인간의 조건-도시농부'가 결방했다.


영광은 1426만 흥행에 성공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에 돌아갔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황정민)과 남우조연상(오달수) 등 주요 10개상을 차지했다. '국제시장'의 승리라 불러야 마땅한 결과이지만, 시작부터 삐그덕거린 대종상의 졸속 면모 탓에 빛이 바랬다.

이날 대종상은 과연 지상파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면서까지 중계를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만큼 졸속이었다.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을 비롯해 무려 10개 부문에서 대리수상이 속출했다. 수상자가 참석하지 않아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 부문들도 나왔다.

심지어 신인감독상의 경우 '뷰티 인사이드' 백감독이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불참, 경쟁자였다가 고배를 마신, 게다가 백감독과는 일면식도 없는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대리 수상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시키다니"란 이 감독의 첫 마디는 이날의 시상식을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의원'에게 돌아간 의상상, 미술상의 경우 그마저도 섭외가 안 돼 아예 사회자 신현준이 트로피를 챙겨가며 상황을 수습했다. 공로상을 공동 수상한 배우 윤일봉의 경우 왜 참석하지 못했는지 설명조차 없었던데다, 대리수상자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후보가 모두 불참한 남녀주연상의 경우 '국제시장' 황정민 대신 강하늘이, '암살'의 전지현 대신 제작사 프로듀서가 대신 상을 받았다. 남녀조연상 또한 수상자인 '사도'의 김해숙, '국제시장'의 오달수가 불참해 대리수상이 이어졌다.

시상식의 꽃이나 다름없는 주요 배우상이 모두 대리수상이니, 당연히 감동의 순간도 없었다. 고배를 마신 신인감독상을 대리수상한 이병헌 감독만의 일침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뿐, 수상소감도 건조했다. 물론 남녀신인상의 이민호, 이유영이 담담히 신인 배우로서의 각오를 밝혔고, 윤제균 감독의 진심 어린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에 공감하기엔 행사 자체가 너무 어수선했다.

졸속 진행은 이뿐이 아니다. 감독상 후보 이준익 감독의 이름을 '이익준'으로 오기한 것은 애교라 치자. 유료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 인기상은 1위인 김수현과 공효진이 나란히 불참해 시상 없이 호명으로 갈음했다. 불참한 김혜자에게 주어질 예정이었던 나눔화합상의 경우 김혜자의 이름조차 부르지 않은 채 생략했다.

오만하고 뜬금없던 '대리수상 불가 방침'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예고했던 대종상은 예상대로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수상자 선정부터 진행 과정까지 모두가 졸속인 행사를 지상파 TV 생중계로 지켜봐야 하는지조차 의문이다. 한 가지 미덕이 있었다면 대체 어쩌려고 이러나 궁금하고도 걱정돼 TV 앞을 떠나기가 힘들었다는 것.

기억하건대 이제껏 본 가장 긴장감 넘치는 대종상 시상식이 분명했다. 한 번 발 들인 막장 드라마를 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무례하고 어수선한데다 뻔뻔하기까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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