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女주조연이 모두 대리수상..대종상, '대리종상'된 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1.20 22:17 / 조회 : 10186
  • 글자크기조절
image
제52회 대종상 레드카펫 모습 / 사진=김창현 기자


'대리수상' 불가 방침의 역풍은 거셌다.


논란 끝에 강행된 제 52회 대종상이 연이은 대리수상 퍼레이드로 체면을 구겼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 52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남녀 주조연상을 비롯해 무려 10개 부문에서 대리수상이 속출했다.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호기롭게 "참석하지 않는 후보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며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공표해 빈축을 샀던 대종상으로선 민망한 상황이었다.

3번째로 시상이 이뤄진 신인감독상부터 대리수상이 시작됐다.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은 신인감독상에 선정됐지만 마땅한 대리수상자조차 없어 함께 노미네이트된 '스물' 이병헌 감독이 무대에 올라 상을 대신 받았다. 이병헌 감독은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시키다니"라며 "같이 후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이다. (백감독과)일면식도 없지만 상을 잘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상의원' 조상경 의상감독과 채경선 미술감독이 각각 의상상과 미술상을 받았지만 대리수상자가 미리 섭외되지 않아 사회자 신현준이 얼른 상을 받는 촌극도 빚어졌다. 촬영상을 받은 '국제시장' 최영환 촬영감독, 시나리오 상을 받은 '국제시장'의 박수진 작가, 정창화 감독과 공동으로 공로상을 받은 배우 윤일봉 모두 불참해 관계자가 상을 대신 받았다. 공로상 시상 때는 윤일봉의 대리수상자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진행자들이 허둥거리기도 했다.

image
대종상 시상식에 불참한 남녀주연상 후보들 / 사진=스타뉴스



남녀조연상도 모두 수상자가 불참했다. 여우조연상의 경우 '사도'의 김해숙이, 남우조연상의 경우 '국제시장'의 오달수가 각각 수상했지만 둘 모두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아 모두 제작사 프로듀서가 대신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남녀주연상 후보가 모두 불참한 탓에 주연상 시상에는 예고된 대리수상이 진행됐다. '국제시장'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의 경우 같은 소속사 샘컴퍼니의 후배 배우인 강하늘이 대신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다. '암살'의 전지현은 임신 중인 탓에 이날 시상식에 오지 않아 '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프로듀서가 대신 상을 탔다.

대리수상으로 모자라 아예 시상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유료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 인기상은 1위인 김수현과 공효진이 나란히 불참해 시상 없이 호명만으로 민망한 순간을 넘겨야 했다. 김혜자에게 줄 예정이었던 나눔화합상의 경우 "시상자가 불참했다"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정작 수상자 김혜자는 이름조차 불리지 않았다.

앞서 대종상은 '대리수상 불가 방침'으로 '출석상', '참가상'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빈축을 동시에 샀다. 대종상 측은 철회 카드를 만지작거렸으나 결국 한 달 동안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본 시상식을 맞았고, 주요 후보들이 연이어 불참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대리수상 퍼레이드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른 후보들이 참석했던 조연상을 불참자에게 준 것은 이미 대종상이 '대리수상 불가'를 철회했다는 뜻이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지 않아도 매회 각종 잡음에 시달렸던 대종상이 '대리수상 불가' 논란으로 제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