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에 졸속..대종상에 언제까지 세금이 들어가야 하나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11.21 07:00 / 조회 : 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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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대종상 사회를 맡은 신현준과 한고은/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파행과 졸속, 수상자마저 민망해지는 대종상에 언제까지 국고 지원이 계속돼야 할지, 영화계 안팎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20일 오후 제52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렸다. 1996년 개봉도 안 한 '애니깽'에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몰아준 이래 근 20년 여년 간 최악의 시상식이었다.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제52회 대종상은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이른바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밝혀 파행을 자초했다. 주요 부문 후보를 시상식 일주일 여를 앞두고 발표하고 섭외에 들어가는 등 상식 밖의 행보로 남녀 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하는 등 파행으로 진행됐다.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이 신인감독상의 주인공이 됐지만 대리 수상자가 없어 같이 노미네이트된 경쟁자인 '스물' 이병헌 감독이 무대에 올라 상을 대신 받았다. 의상상은 '상의원' 조상경 의상감독이, 미술상은 '상의원' 채경선 미술감독이 상을 받았지만 대리수상자조차 없어 사회자인 신현준이 받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유료로 진행된 인기상은 1위인 김수현과 공효진이 나란히 불참해 호명만 해야 했다. 김수현과 공효진은 올해 출연한 영화조차 없다.

올해 새로 신설한 나눔화합상은 시상이 아예 생략됐다. 이 상은 당초 원로배우 김혜자가 수상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하면서 시상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수상자도 모두 불참했다. '국제시장' 오달수와 '사도'의 김해숙이 호명됐지만 대리수상자가 올랐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국제시장'의 황정민, '암살'의 전지현도 오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관왕에 올랐다. 지난 2012년 '광해'에 15개 트로피를 몰아줘 빈축을 산 뒤 최다 수상이다.

'국제시장'이 1426만명이 봤을 정도로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올해 화제를 모았던 다른 영화들을 모두 제치고 싹쓸이를 할 만큼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대종상은 15명의 심사위원단이 공정한 심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심사위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은 파행으로 얼룩져왔던 역대 대종상에서도 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대종상은 한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영화 시상식이며 정부가 주관하는 영화 부문의 유일한 상이다. 대종상은 1958년 현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교부에서 제정한 '국산 영화상'이 그 시작. 주관 기관이 공보부로 옮겨가며 1961년 대종상으로 명칭이 변경, 1962년 1회 시상식을 열었다.

군사정부 시절인 1970년대, 1980년대에는 반공 메시지를 담거나 국가정책 홍보 성향이 짙은 영화들이 다수 수상했다. 1966년부터 '우수반공영화상', '반공영화각본상'(중앙정보부장상) 등이 만들어져 1985년까지 20년 동안 친정부적이고 반공 메시지를 담은 영화에 아예 따로 상을 안겼다. 자연히 사회나 정부에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은 외면받기 일쑤였다.

비리도 만연했다 '방화'라 불리던 한국 영화보다 외화 수입이 더 짭짤한 수익을 안기던 시절, 1966년부터 외화수입 자유화가 되기까지 대종상의 부상으로 외화 수입 쿼터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96년 벌어진 이른바 '애니깽' 사태다. 당시 개봉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던 '애니깽'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해 파란을 불렀다. 함께 경쟁했던 작품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꽃잎', '테러리스트', '은행나무 침대' 등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편집도 안 끝나 개봉하지 못한 영화의 수상에 영화 평론가들이 공식 항의에 나서는 등 사태가 커졌다. 논란 끝에 삼성이 스폰서십을 끊었고, 대신 후원사로 나섰던 쌍방울이 IMF 당시 위기를 맞아 계약이 해지되면서 1998년에는 대종상 시상식이 아예 열리지 못했다.

'애니깽'은 안기부가 제작을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종상의 권위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올해 대종상은 '애니깽' 사태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대종상은 몇 년 간 법정 공방 등 내홍에 시달리면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금을 2013년 2억원, 2014년 1억원으로 줄인데 이어 올해는 6000만원으로 축소했다. 그나마 올해는 시상식이 제대로 진행되는 지 살펴본 뒤 후지급할 예정이다. 영진위는 대종상 지원과 관련해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었다.

권위도 신뢰도 사라진 대종상에 언제까지 세금이 낭비돼야 할지,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단체 지원사업 기금으로 지원하는 만큼 내년에 대종상이 또 신청을 하면 그 때 지원할지를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충상, 대리수상상으로 비웃음을 사는 대종상은 이제 종을 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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