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보이콧? 짠듯이 대종상 男女 주연 후보 전원 불참..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11.20 09:44 / 조회 : 31770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정민 유아인 황정민 손현주 엄정화 김윤진 한효주 전지현 김혜수 등 대종상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불참을 선언한 배우들.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단체 보이콧이라도 한 것일까? 20일 오후 열리는 제52회 대종상 시상식에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한다. 대종상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지만 지상파 중계까지 하는 영화 시상식에 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아니 처음 있는 일이다.

20일 영화계에 따르면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 황정민(국제시장) 하정우(암살)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사도, 베테랑) 남우주연상 후보 전원과 김윤진(국제시장) 전지현(암살) 김혜수(차이나타운) 한효주(뷰티 인사이드) 엄정화(미쓰 와이프) 전원이 불참한다.

각 배우들은 저마다 일정 때문에 참석이 힘들다는 사실을 대종상 측에 이미 전달한 상태다. 황정민은 뮤지컬 일정 등으로, 하정우는 해외 체류, 유아인은 드라마 촬영, 손현주은 예정된 일정 때문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대종상 측에 전달했다. 김윤진은 해외 촬영, 전지현은 임신, 김혜수와 한효주, 엄정화 등은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고 전했다.

마치 배우들이 서로 짠 것처럼 시상식 불참을 전달한 것. 이는 대종상 측이 자초한 탓이 크다.


대종상 측은 여느 시상식이 한 달 전쯤, 미리 주요 부문 후보들을 공개하고 섭외에 돌입해 일정 조율을 하는 것과는 달리 불과 시상식 일주일 전에 후보를 발표하고 각 배우들에게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은 배우들 측에선 난색을 표시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달 전에 연락을 받아도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를, 특히 주연배우들로선 대종상의 이 같은 요청이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시상식 불참을 전한 한 배우의 소속사 대표는 "시상식 일주일 전에 참석을 요청하면 다른 촬영일정이 있는데 어떻게 조정할 수 있겠냐"며 "도저히 어렵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우들이나 소속사끼리 서로 같이 가지 말자고 논의한 적은 전혀 없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경우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배우 소속사 대표는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했더니 누가 상을 타는데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하냐며 참석을 종용하더라"며 "그게 할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상식이지만 아마추어보다 못한 행정에, 권위까지 바닥에 떨어지자 다들 불참하게 된 것이다.

매번 잡음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종상이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

대종상 측은 지난달 14일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이른바 참석상 논란을 스스로 야기한 것. 뿐만 아니라 각 부문 수상자를 두 명으로 정하겠다는 뜻도 밝혔었다. 상의 권위를 스스로 낮추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주요 후보를 공개했을 때도 의구심을 낳았다. 남녀주연상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사도’ 송강호와 ‘무뢰한’ 전도연을 아예 빼놓아 미리 수상자를 정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대종상 측은 의구심이 계속 일자 이례적으로 황정민과 이민호, 강하늘이 참석한다고 발표했었다. 영화 시상식에 참석자가 누구라고 발표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자충수였다. 황정민 측이 일정을 조정해보겠다고 했지, 참석하겠다고 한 게 아니었기 때문. 더군다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인 황정민이 참석한다고 하면서 수상이 내정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불러일으켰다. 황정민은 이런 상황에 대해 무척 난감해했다는 후문이다.

불참하는 건 남녀주연상 후보들 뿐 아니다. 감독상 후보인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해외에 체류 중이며, ‘암살’ 최동훈 감독은 19일 해외에서 막 귀국한 상태라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올해 영화 출연작이 없는데도 유료로 진행된 인기상 투표에서 1위를 기록 중인 김수현과 공효진도 참석을 안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종상 측은 주요 후보들이 참석을 못하겠다고 잇따라 통보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상식을 강행하려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대종상 측은 뒤늦게 주요배우들 참석이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확인해 보겠다"며 "그래도 시상식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각 배우들 측에서 일정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했기에 대종상 측의 이 같은 발뺌은 충분히 의심스럽다.

올해 대종상은 인기상 투표를 유료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신인상 후보 박소담 얼굴이 주보비로 표기하는 오류도 범했다. 중국배우 고원원과 순홍뢰가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수상을 위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가 수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다시 보도자료를 보냈다가 다시 번복해서 수상이 맞다고 또 자료를 보냈었다.

대종상에 국고를 지원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매년 파행이 지속되자 지원금을 2년 전 2억원에서 올해는 6000만원으로 대폭 깎았다. 그나마 시상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한 뒤 후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영진위는 감사원으로부터 대종상이 하도급에 하도급을 맡기면서 영수증을 중복처리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대종상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것 외에는 권위와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볼썽 사나운 소송전도 이어졌다. 올해는 그나마 배우들도 마치 짠 것처럼 참석을 하지 않는다.

대종상은 이날 오후 7시20분부터 KBS 2TV에서 생중계된다. 이렇게 많은 주요배우들이 불참한다는 사실을 KBS에는 알렸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KBS는 대종상 측과 이미 계약을 한 만큼 편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시상식인지, 엉터리 코미디인지, 분명한 건 대종상은 박수 칠 때 떠날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제 종 칠 때가 됐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