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발칙하게 고고', 시청률보다 사람을 얻었다"(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5.11.1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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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수/사진=임성균 기자


시청률이 부진한 작품에서도 유독 빛난 활약을 보여준 배우가 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분노에 보는 이들도 가슴을 졸이게 할 정도로 극중 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지수(22)가 주인공이다.

지수는 지난 10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극본 윤수정·정찬미, 연출 이은진·김정현, 제작 콘텐츠K·(유)발칙하게고고문화산업전문회사. 12부작)에서 서하준 역으로 출연했다.


'발칙하게 고고'는 고등학교 내 두 동아리의 통폐합이라는 해프닝을 통해 위선과 부조리로 가득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만을 강조하는 학교 안의 풍경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서하준은 세빛고등학교 응원부 백호의 부원으로 강연두(정은지 분)을 두고 단짝 친구 김열(이원근 분)과 삼각관계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안방극장에 퍼트림과 동시에 가정폭력에 의해 희생양이 된 상황에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서하준 역을 맡은 지수는 풋풋함과 당돌한 모습으로 배우로 제 역량을 발휘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극중 남자 주인공 이원근(김열 역)과 연기 대결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고, 자신을 알린 지수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발칙하게 고고'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요.


▶시원섭섭하죠. 함께 했던 배우들과 매일같이 붙어 있다가 헤어지니까 허한 느낌이 들어요. 합숙하듯이 붙어 있었거든요. 드라마 끝난 후에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로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아쉽네요.

-정은지, 엔(빅스), 채수빈, 김민호 등 또래(20대) 연기자들이 많아서 촬영하는 재미도 전작 '앵그리맘'에 비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처음에 다들 잘 몰랐죠. 첫 촬영 전에도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감독님이 배우들끼리 빨리 친해져야 한다고 촬영 전에 자리도 마련해 주셨는데, 사실 촬영 들어간 후 매일 보니까 친해지게 됐죠. 다들 보고 싶네요.

-'발칙하게 고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집에 잘 못 들어간 거죠. 촬영장이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어요. 그리고 생소하기만 했던 치어리딩을 한 게 기억에 남아요. 출연자들끼리 친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그 때는 서로 말 없이 연습만 했죠. 그러다 서로 몸 부딪히면서 친해졌어요. 서로 힘을 모아야 하나의 동작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었어요. 서로 다른 두 팀이 통합돼 더 좋은 것을 만든다는 드라마 상징도 잘 드러났고요. 저한테는 뜻 깊은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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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수/사진=임성균 기자


-방송 전 정은지, 엔 등 아이돌 그룹 멤버 출연과 젊은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 저로 흥행에 실패했다. 시청률에 아쉬움은 없었나요.

▶감독님이 SBS '육룡이 나르샤', MBC '화려한 유혹' 등 동시간대 경쟁작은 워낙 대작이니까 시청률은 절대 신경 쓰지 말자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우리끼리 행복하게 즐겁게 촬영하자고 하셨죠. 하지만 배우라면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시청률을 신경 안 쓸 수 없잖아요. 시청률은 너무 아쉬웠고, 나중에는 0.1%만 올라도 힘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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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수/사진=임성균 기자


-시청률이 아쉬웠던 '발칙하게 고고'가 배우 지수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품 자체가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학교라는 틀 안에서 10대들이 현실과 이상에서 고민하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공감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학창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적인 학교를 드라마를 통해 다녔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저한테 이 작품은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어요. 작가님, 감독님으로 시작해 또래 친구들과 선배님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을 얻었어요. 작품을 통해 사람을 얻는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더 의미가 있어요.

-극중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실제는 어떤 성격인가요.

▶저도 가끔 욱하는 게 있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예전에 엄마랑 사소한 일 때문에 심하게 싸웠는데, 싸우고 나니까 후회가 막심했어요. 제 자신이 너무 밉더라고요. 다시는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화를 내는 게 진짜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런 분들 계시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세요.

-극중 삼각관계에 놓였는데, 학창시절 실제 삼각관계를 경험한 적도 있었나요.

▶삼각관계. 제가 남중, 남고를 나왔어요. 그럴 기회가 없었죠. 지금도 그런데, 여자랑 친구를 한다는 게 굉장히 낯설어요. 그나마 다행인 게 은지, 채수빈 등 이번 작품에서 함께 한 여자들과 친구가 됐어요. 이번 계기로 어렵기는 하지만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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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수/사진=임성균 기자


-전작 '앵그리맘'에서 이어 이번에도 10대 청소년 역을 맡았는데, 자신의 나이에 맞는 20대 역할을 해보고 싶지 않나요. 더 넓은 폭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을 법해요.

▶학원물, 청춘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정말 좋아해서 그런 작품에 끌려요. 이번 작품에 캐스팅 됐을 때 '또 할 수 있을까',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나이가 들면 10대 청소년 역할은 다시 하기 힘드니까요.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바로(B1A4), 영화 '글로리데이'에서 수호(엑소)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정은지와 엔까지 유독 아이돌 그룹 출연자들과 호흡이 많았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저도 참 신기해요. 우연히 출연하는 작품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한 거는 아니라 신기할 따름이에요.

-그간 함께 호흡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들 중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기회가 된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그중 딱 한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저는 수호 형이에요. '글로리데이'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호흡했고, 연기에 대해 저와 생각도 비슷해요. 또 수호 형은 오랜 시간 연기를 배워왔었어요. 그래서 정말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형과 함께 영화를 하면서 연기, 인간적인 부분 등 이것저것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유독 10대 시청자들에게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들을 위해 응원의 말을 전해주세요.

▶공부도 좋지만 자신이 행복해 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거든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10대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놓고 공부에 올인하면서 힘들게 지내잖아요. 10대 청소년들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도 중요하니까,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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