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한국, '한-일전' 좌완 선발만 고집해야 할까?

국재환 기자 / 입력 : 2015.11.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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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일전에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온 김광현. /사진=뉴스1





한국의 한일전 레퍼토리는 좌완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는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선발로 김광현을 내세운 한국은 일본에게 0-5 완패를 당했다. 일본의 분석이 더욱 세밀해져가는 가운데, 한국은 계속해서 한일전에서 좌완 선발 레퍼토리를 가져가야만 할까.


그동안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좌완 투수들을 내세워 큰 재미를 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구대성이 '일본 킬러'의 노릇을 제대로 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클래식(WBC)에서는 각각 김광현, 봉중근이 새로운 '일본 킬러'로 등극했다.

이처럼 그동안의 한일전에서 좌완 선발 투수로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대표팀의 좌타자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먼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은 14명의 야수를 선발했는데, 야수진의 절반 가까이 되는 6명의 선수들이 왼손 타자였다.

2006년 WBC와 2009년 WBC에서 좌타자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일본은 2006년 WBC에서 총 17명의 야수를 선발했는데, 이 중 좌타자는 7명이었고 스위치 타자는 2명이었다. 2009년 WBC에서는 16명의 야수들 중 좌타자는 무려 10명에 달했다. 좌타자의 숫자가 많았던 만큼, 한국으로서는 좌타자에 강세를 나타냈던 좌완 투수들을 앞세워 큰 재미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프리미어12'는 달랐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5명의 야수를 선발했는데, 이 중 좌타자는 아키야마 쇼고, 츠츠고 요시토모, 가와바타 신고, 나카시마 타쿠야, 나카무라 아키라 등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전체 야수진 인원의 ⅓ 수준으로, 앞선 세 차례 국제대회와 비교한다면 좌타자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과의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도 아키야마, 츠츠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타자였다. 물론 야수진을 선발하는데 있어 한국의 좌완 선발 투수 등판에만 초점을 뒀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앞선 세 번의 국제대회와 다른 일본 대표팀의 선택은 분명 낯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 투수진은 우타자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 타선에 애를 먹었다. 먼저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2⅔이닝 2실점을 기록한 채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우완 투수 조상우가 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4회부터 등판한 좌완 투수 차우찬(2이닝 1실점), 정우람(1⅓이닝 1실점)도 1점씩을 내줬다. 특히 정우람은 우타자 사카모토 하야토에게 삿포로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미 일본은 한국이 한일전에서 좌완 투수들을 주로 내세운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한국의 좌완 투수들로부터 애를 먹어왔지만, 2009년 WBC에서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김광현을 1⅓이닝(8실점) 만에 무너뜨렸고, 8일 열린 개막전에서도 다시 한 번 김광현을 빠르게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이미 일본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시켜 한국의 한일전 레퍼토리를 꿰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일본전 좌완 선발 레퍼토리를 고집한 한국이 앞으로 있을 한일전에서 어떤 대응책을 내놓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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