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한일전 패배, 1패 이상의 충격인가?

김인식호, 한일전+개막전에 과도한 압박감 느껴...일본전도 어차피 1경기일 뿐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11.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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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 /사진=OSEN





'일본에 지고 우승하기 vs 일본은 이기고 탈락하기'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vs' 놀이다. 지금은 많이 퇴색됐지만 과거 한일전은 종목을 막론하고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전쟁이었다. 다른 경기는 다 지더라도 한일전을 이기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존심에 금은 가겠지만 치명타는 아니다. 프로 세계에서 져도 되는 경기는 없겠지만 대회 전체를 놓고 본다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조별 리그에서는 분명히 져도 되는 경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8일 프리미어12 개막전은 져도 되는 경기였음에도 '김인식호'는 너무 많은 부담을 떠안았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경기 내에서 그대로 드러났고 완패로 이어졌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는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공격시 벤치의 존재감은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투수만 바꾸다 끝난 경기였다.


김인식 감독은 대회 전부터 개막전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을 크게 껄끄러워 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B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가 일본인데 하필 첫 경기부터 만나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개막전 선발을 김광현으로 일찌감치 낙점하고도 발표는 최후의 순간까지 미뤘다. 작은 부분 하나에서라도 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일본전 패배에 대한 부담감이 이미 김 감독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일본전은 지면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매치'도 아니다. 조별리그 5경기 중 1경기일 뿐이며 6팀 중 무려 4위까지 토너먼트 티켓이 보장된 대회에서 1패는 큰 의미가 없다. 3승 2패면 안정권이고 심지어 2승 3패를 하더라도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개막전서 투수 5명을 소모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상대가 미국이나 쿠바였어도 그랬을까?

선발투수 김광현이 흔들리자 즉시 조상우를 투입했다. 김광현은 3회도 채우지 못했다. 대량 실점을 한 것도 아니었으나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벤치는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조상우에 이어서는 차우찬, 정우람, 조무근 등 필승조가 모조리 쏟아 부었다. 투수들은 비교적 제 몫을 다했지만 타선 침묵까지 막지는 못했다.

마운드는 이렇게 빡빡하게 돌아갔으나 타선 운용은 생각보다 세밀하지 않았다. 4회 1사 1루, 5회 무사 1, 2루, 8회 1사 1, 2루, 9회 무사 만루 기회를 모두 날렸다.

특히 9회초 공격에서 대주자 카드를 쓰지 않은 점에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0-5로 뒤진 9회초, 한국은 이대호와 박병호의 연속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2루 주자 이대호는 한국에서 가장 느린 주자로, 단타에 득점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득점을 노린다면 당연히 대주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움직임은 없었고 무사 1, 2루서 손아섭이 적시타를 쳤지만 이대호는 3루에서 멈췄다. 무사 만루에서는 또 적시타가 실종돼 득점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주장 정근우는 "아쉽기는 해도 어차피 1경기일 뿐이다. 패배는 패배고 다음 경기 준비해야 한다. 팀 분위기는 좋다"고 밝혔다.

프로 세계에서는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 웃는 팀이 진정한 승리 팀이다. 일본전도 5경기 중 1경기일 뿐이다. 4강 혹은 결승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때만 확실하게 잡으면 된다. 과도한 부담감은 경기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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