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한국 벤치의 오타니 공략, 어디서 실패했나

삿포로(일본)=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11.0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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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 /사진=OSEN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본의 21살짜리 에이스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개막전서 완패했다. 오타니도 분명히 틈을 보였지만 한국 벤치는 이를 이용하지 못했다.


한국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개막전서 0-5로 졌다.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 공략에 실패했다. 오타니에게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빼앗기며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소중하게 여겨야 할 큰 무대였음에도 대표팀 벤치는 집요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오타니의 기를 살려줬다.

대회 전부터 오타니는 심리적인 면에서 약점이 있다고 지적을 받아왔다. 고졸 프로 3년차로 큰 대회 경험이 없어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컨트롤 차이가 심한 것도 주요 약점으로 꼽혔다. 김인식 감독 또한 "국제대회에서는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다"며 오타니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따라서 한국은 오타니를 일격에 무너뜨려야 했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기보다는 단 한 번의 찬스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오타니를 아예 빠르게 강판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는 게 옳았다. 구위가 워낙 뛰어난 투수라 '모 아니면 도'였다. 매 이닝 꾸역꾸역 버티는 투수가 아니라 '가랑비로 옷 적시기'는 애초에 힘들었다.


실제로 오타니는 10월 10일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의 클라이막스 시리즈와 11월 5일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서 잇따라 순식간에 대량 실점하는 모습을 노출한 바 있었다. 일본 언론 또한 "오타니가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모습을 고치지 못했다"며 한국전 불안 요소를 남겨놨다고 보도했었다.

뚜껑을 열어보자 오타니의 구위는 살벌했다. 1회부터 김현수에게 161km/h짜리 직구를 꽂았다. 포크볼은 140km/h 중반 대에서 형성됐다.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스피드였다. 한국 타자들은 오타니의 완급 조절에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4회 1사 후가 돼서야 간신히 노히트 행진을 깨뜨렸을 정도였다.

먼저 2회초 2사 후, 손아섭이 볼넷을 골라 첫 번째 찬스를 잡았다. 오타니가 처음으로 셋포지션이 아닌 퀵모션으로 투구를 했다. 하지만 타석에 있던 허경민은 오타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2스트라이크서 4구째 157km/h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구 만에 물러나며 오타니를 흔들 기회조차 만들어보지 못했다.

두 번째 기회는 0-2로 뒤진 4회초였다. 1사 후에 김현수가 팀의 첫 안타를 쳐냈다. 2스트라이크로 몰렸으나 160km/h짜리 직구를 깔끔하게 받아 쳐 1, 2루 사이를 갈랐다. 1사 1루에 이대호 타석. 평범한 상황이라면 작전이 필요 없는 포지션이었다. 무사도 아니었고 타석에는 4번 타자였으니 타자에게 맡기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투수가 오타니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어야 했다. 치고 달리기를 시도해 1, 2루간을 넓히든지 끊임없이 도루 모션을 취하며 오타니의 신경을 건들든지 하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대호는 2루 땅볼, 병살타로 물러나 두 번째 기회가 무산됐다.

바로 다음 공격인 5회초, 세 번째 찬스가 왔다. 박병호의 타구가 빗맞았지만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면서 파울 지역으로 굴러 2루타가 됐다. 이때까지 2점차에 무사 2루, 오타니의 최대 위기였다. 아니나다를까 오타니는 순간적으로 침착함을 잃고 손아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무사 1, 2루에 7번 허경민 타석. 누구나 보내기번트를 생각할 상황이었다. 역시나 허경민은 번트 모션을 취했다. 허경민은 앞서 선취점을 내주는 상황에서 매끄럽지 못한 수비를 했었고 첫 타석에서도 자신감 있는 스윙을 보여주진 못했다. 여러모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투수는 160km/h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다. 번트 성공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허경민은 두 차례 번트 파울로 작전에 실패한 뒤 끝내 삼진을 당했다. 강민호와 나성범도 연달아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무사 1, 2루를 'KKK'로 물러났다. 아무리 투수가 뛰어나더라도 수 차례 기회서 어떠한 변수도 만들어내지 못한 건 벤치 책임일 수밖에 없다. 5회초 무사 1, 2루를 놓친 한국은 5회말 바로 실점했고 6회말에도 1점을 더 내주며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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