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2점차' 나성범 등판, 과연 '최선'을 다한 플레이였나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10.26 06:05 / 조회 : 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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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OSEN



24일 창원 마산구장. '2015 KBO 플레이오프' 5차전.

NC가 4-6으로 뒤진 9회초. 두산의 공격 기회. NC는 6번째 투수 이혜천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혜천은 선두타자 김현수 한 타자만 2루수 뜬공 처리한 뒤 마운드를 임창민에게 넘겼다. 임창민은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2아웃.

다음 타자는 장민석. 이때 NC 벤치가 또 투수를 바꿨다. NC의 중심 타자 나성범이었다. 연세대 재학 시절, 정상급 좌완 투수로 이름을 떨쳤던 나성범이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투수 마운드에 선 것이었다.

두산 벤치는 즉각 반응했다. 대타 로메로를 내세웠다. 로메로는 나성범의 초구를 통타, 유격수 옆을 굴러서 빠져나가는 좌전 안타를 쳐냈다. 두산은 대주자로 김동한을 내세우며 더욱 달아날 태세를 갖췄다. 다음 타자는 오재원.

초구는 헛스윙. 나성범의 147km 바깥쪽 속구에 오재원의 방망아가 헛돌아갔다. 오재원은 나성범의 빠른 공에 놀란 듯 '우와' 하며 연신 웃었다. 2구째. 바깥쪽 146km 속구. 커트 파울이었다. 그리고 3구째. 이번에도 147km 바깥쪽 속구였다. 오재원은 '툭' 건드리듯 쳐냈으나 결과는 3루 땅볼. 공수 교대.

그리고 이어진 NC의 9회말 마지막 공격. 박민우-김종호-나성범이 각각 2구째 범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NC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두산에 내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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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5차전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NC 선수단의 모습. /사진=OSEN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나성범의 투수 기용에 대해 "저 나름대로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해 봤다. 경기가 끝날 때쯤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보일까 생각 중이다. 경기 중간에는 등판시킬 생각이 없다. 새로운 볼거리로 서비스 차원에서 내보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는 "우리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라고 느껴질 때"라고 부언했다.

올 시즌 NC는 페넌트레이스에서 84승3무57패의 성적을 올리며 2위로 한 시즌을 마쳤다. 선두 삼성과는 2.5경기 차. 시즌 막판에는 선두 자리까지 위협하며 시즌 내내 강팀으로 군림했다. 1군 진입 3년 만에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성과도 얻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김경문 감독이 있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김경문 감독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한국 야구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겼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김경문 감독은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연이 없었다. 2005년과 2007년, 그리고 2008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2005년에는 삼성, 2007년과 2008년에는 SK에 내리 패했다.

이후 2011년 NC를 맡은 뒤 2013년 3위(70승1무57패)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LG를 만나 1승 3패로 밀리며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두산에 패하며 플레이오프 직행에 만족해야 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8차례 가을야구서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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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사진=OSEN



다시 플레이오프 5차전으로 돌아와 9회 2점차. 한 시즌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를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5차전. 그것도 9회 승부처에서 나성범의 등판은 과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을까.

야구에서 2점은 '아차'하면 뒤집히는 점수다. 주자 한 명이 출루한 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점수다. 우리는 야구라는 경기에서 9회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고 뒤집어지는 경기들을 숱하게 봐왔다. 이번 5차전에서도 NC 역시 9회말이라는 천금 같은 공격 기회를 한 차례 남겨 놓고 있었다.

하지만 나성범이 마운드에 올라오면서 NC는 9회초부터 사실상 스스로 백기를 든 꼴이 됐다. 나성범은 NC의 '중심 타자'이지, 결코 '에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위, 역시 '공의 회전수'에서 기존 투수들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나성범이 만약 홈런을 얻어 맞았다면…. 혹은 강습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심지어 나성범은 9회 3번 타자로 무조건 타석에 들어서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등판 하나로 포스트시즌이 주는 무게감이 이벤트성 올스타전 급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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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 9회 2사 상황서 연습 투구를 앞둔 나성범. /사진=OSEN



물론 만약 이날 NC가 9회 2-12, 10점 차로 뒤지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경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팬 서비스 차원의 등판은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안길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상황은 이벤트성 팬서비스를 떠올릴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수건을 던지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보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끈덕지게 물어지고 늘어져서, 끝내는 뒤집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팬 서비스가 아니었을까. 프로야구에서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마운드로 뛰어오는 나성범도 웃었고, NC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웃었다. 그리고 타석에 서 있던 오재원도 웃었다. 추격의 의지를 잃어버린 NC 타자들은 결국 9회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허무하게 삼자 범퇴로 물러났다. 한 야구인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저런 투수 교체는 본 적이 없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감독의 모습을 보고 '아, 우리 감독님이 오늘 경기는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있구나'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그런 면에서 나성범의 투수 교체는 NC 선수들에게는 추격 의지보다는 포기하는 양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상대로 7점 차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한 끝에 플레이오프에 올라왔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팀 내에서 최고로 구위가 좋은 마무리 투수 이현승을 7회부터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우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리는 잠실구장서 끝내 홈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승리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에서 홈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팬 서비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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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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