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우 "다작배우요? 어떤 캐릭터든 죽기살기로"(인터뷰)

영화 '더 폰'의 배성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0.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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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성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한국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배우 배성우(43). 얼굴은 더더욱 익숙할 것이다. 이미 이경영을 위협하는 충무로 다작 배우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그는 여러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다채로운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편수만 많은 게 아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작품 속 그의 비중 또한 점점 커가고 있다. 그가 상당한 비중을 맡은 두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과 '특종:량첸살인기'(감독 노덕)의 동시 개봉은 그의 입지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배성우는 다작하는 바쁜 배우 이미지에 안 맞게(!) 평온하고 느긋했다. 장난기 어린 미소와 진지한 얼굴이 잠시 동안에도 공존했다. '포스트 이경영'이란 소리에도 "여러 편 나오게 된 지 불과 얼마 안 됐는데 우연찮게 개봉이 몰렸다"고 담담히 답할 뿐이었다. 그는 "이경영 선배님은 주연부터 시작해 너무 내공이 깊은 분이다. 다작하시는 것도 좋지만 연기가 너무 좋지 않나"라며 "볼 때마다 부럽다.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그저 허허 웃었다.


"연기하는 게 좋아서 배우 하는 건데, 많이 하면 좋지요. 다작하고 싶어요. 한꺼번에 많이 하는 다작 말고 오래오래 활동하면서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다작이요. 멀리 보고 많이 하려면 소모에 대해서 조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호흡 조절도 해야 할 것 같고요. 연극할 땐 전혀 그런 생각하지 않고 활동했는데, 영화는 산업의 측면이 있잖아요. 관객이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데 너무 많이 나와도 왠지 마음이 가지 않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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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성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작품 수가 늘어나고 흥행작이 탄생하니 알아보는 이도 늘었다. 배성우에게는 올해에 들어서야 실감이 나는 일이다. 알려졌다시피 그의 동생은 SBS 아나운서 배성재. 최근에 함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방송 막을 순 없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성우는 "동생이 잘 하고 있어서 뿌듯하다. 제가 일로써 연기를 하게 되니 동생은 다행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도 동생 배성재와 함께 산다는 그는 "동생이 걱정을 많이 했다. 손 벌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장 역할을 할 만큼은 안 됐다"며 "요즘엔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도라 둘 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음지었다.


마침 개봉한 '더 폰'과 '특종:량첸살인기'는 최근 선보였던 '오피스'와 더불어 배성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더 폰'에서는 무자비한 악당 도재현 역을 맡아 주인공 손현주와 팽팽한 대립을 이뤘다. 영화는 1년 전 무참히 살해당한 아내로부터 미스터리한 전화를 받은 변호사가 사건을 되돌리기 위해 분투하는 스릴러다. 인정사정없는 살해범이 바로 배성우의 몫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그의 모습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일상의 얼굴을 지닌 배우 배성우이기에 더 섬뜩하다. 배성우는 "도재현이 그냥 살인마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형사 출신의 숙련된 기능인 같은 느낌마저 있었다"라며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들과 섞여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이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단 격투신 등 액션에 들어가면 사람이 돌변하는 느낌이다. 상황에 최대한 몰입했다"는 게 배성우의 설명. 그러나 호흡을 맞춰 사투를 벌여야 했던 손현주는 "배성우씨가 힘이 워낙 세다"며 "죽는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통뼈에 근육도 잘 붙는 체질이라는 배성우는 "제가 마동석 형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손현주 선배를 많이 괴롭혀야 해 너무 죄송했다"고 난감해 했다.

"저는 선배님 말씀이 '똑바로 하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거든요. 연기부터 자세, 마인드 모든 것들이 배울 점이었어요. 소시민부터 가정파괴범에 양아치, 대통령까지, 정말 안 해 본 것 없는 분이 손현주 선배님이잖아요. 앞으로도 이것저것 하시겠지만, 전 손현주 선배님이 한 98세 될 때까지 액션 스릴러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계속 같이하고 싶어요. 선배이면서 오래 보고 싶은 배우기도 하니까요. 선배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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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성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워낙 다양한 얼굴을 보인 터라 '실제 배성우는 어떠냐'고 물어봤다. 첫 대답은 "이랬다 저랬다 변덕이 심하다"는 것. 이내 "딱히 살아가는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아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역할에 내 모습이 묻어나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기는 어차피 거짓말이고, 더 진짜처럼 해야 관객이 믿어주는 것이라는 배성우는 "제 색깔이 녹아들어야 관객도 잘 믿어주실 것이다. 어찌하면 관객들이 마음 편히 몰입하실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걸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작품에 나왔지만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고, 한 신에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아등바등 기를 쓰고 있어요. 분량이 늘어나니 좋아요. 전체를 보고 드라마를 끌어가니 연기하는 게 더 재밌고요. 분량이 늘어나면 출연 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날은 비슷비슷해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장르나 캐릭터를 가리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인물이든 하나하나 잘 몰입해 해나가길 원해요.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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