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 감독 "'연애의 온도'와 전혀 다른 '특종' 만든 이유는?"(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10.20 11:16 / 조회 : 3223
image
노덕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2013년 '연애의 온도'가 나왔을 때, 충무로는 새로운 여성 감독이 등장했다고 열광했다. 깊이 있는 감성, 섬세한 호흡, '여성' 감독의 미덕이라 여겨지는 재능이 등장했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노덕 감독(35)은 그런 환호를 뒤로 하고 차기작으로 스릴러 장르 영화를 들고 왔다. 22일 개봉하는 '특종: 량첸살인기'는 어디서 본 듯한, 하지만 한국영화에선 잘 볼 수 없었던 기자 사기극이다.

'특종'은 광고주를 비판했다가 잘릴 위기에 놓인 방송사 기자(조정석)가 연쇄살인범과 관련한 희대의 특종으로 단숨에 주가가 최고조로 올랐다가 그게 오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노덕 감독의 전작 '연애의 온도'의 감성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겐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뭇 다르다. 특종과 속보 경쟁에 목을 매는, 그래서 오보라도 밀어붙이면 사실이 된다는, 그런 언론의 속성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로 잘 버무렸다.

전혀 다른 온도의 영화를 과연 왜 차기작으로 들고 나왔을지, 노덕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모는 여전했다.

-원래 가제가 '저널리스트'였다가 '량첸살인기'와 '특종'을 오가다 '특종: 량첸살인기'로 결정됐는데.

▶제목을 바꾸고 싶었다. 원래 제목은 영화를 다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건 기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니깐.

-'연애의 온도' 이후 차기작으로 '특종'을 선택한 이유는.

▶'연애의 온도'를 '헤어지다'라는 제목으로 준비하다가 엎어졌었다. 그래서 다른 걸 준비하면서 머리를 식히려 했었다. 그 때 떠올렸던 이야기다. 양치기 소년이 '특종'의 원형이다.

거짓말을 키워드로, 그럼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기자를 떠올렸다.

-영화 속에 실제 언론사 중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등장한다. 한겨레는 처음에는 신뢰의 상징처럼 등장하다가 나중에는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는 언론사로, 조선일보는 언론의 잘못된 속성을 부각시킨 다음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는데.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을 때 일반 관객들은 그런 걸 전혀 의식하지 않더라. 나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찍었다. 현실 비판적인 것보단,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거짓말과 진실에 집중하는 영화로 보이길 바랐다.

-'연애의 온도'는 감성을 깊게 다룬 반면 '특종'은 장르가 다르다 보니 감정의 깊이보단 상황 전개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는데.

▶'연애의 온도'는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였다. 반면 '특종'은 말 그대로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다. 오히려 감정에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면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들어가면 상황을 보여주는 데 방해가 되니깐. 다른 이야기니깐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이하나가 맡은 조정석 아내 역할은 영화에서 존재하는 이유가 스릴러의 장치 같은 게 아닌가. 그런 활용은 여성감독에게 의외였는데.

▶그렇지 않다. 하이라이트에 당도하기 위해서라기보단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였다. '특종'은 메인 플롯이 조정석이 오보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이고, 서브 플롯은 아내인 이하나와의 관계다. 이하나를 통해서 과연 진실은 뭘까, 진실이라서 믿는 걸까, 진실이라고 해서 믿는걸까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자가 아니어도 진실이란 건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문제 중 하나니깐.

-'연애의 온도'도 처음에는 웃기다가 감정에 깊게 들어갔다. '특종'도 처음에는 웃기다가 점점 스릴러로 들어가는데. 노덕 감독이 풀어가는 이야기 방식인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의 특징이어서 그렇게 풀었을 뿐이다.

-한국영화나 TV드라마에서 기자를 다룰 경우 사회정의를 위해 앞장 서거나 아니면 적당히 부패한 인물로 그리는데. 그런 전형적인 모습 때문인지, 기자 나오는 작품들은 그다지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없다. '특종'은 그런 점에서 기자가 전형적이지 않은 게 새롭던데.

▶기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그런 모 아니면 도 같은 캐릭터를 피해 또 다른 부류를 만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특종'은 기자인 월급쟁이를 그리고 싶었다. 실제 기자 모습과는 다를지라도 관객이 보기에 정서적으로 리얼하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가상의 소설 '량첸살인기'가 중요한 키워드인데. 어떻게 만들었나.

▶중국 문화권 책이 한국 대중에게 그렇게 익숙하진 않다. 그래서 더 그럴 듯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량첸'이란 게 좋은 시절이란 뜻이고 거기서 착안해서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의 연쇄살인범 이야기로 만들었다.

-보통 스릴러는 반 박자 빠르게 사건이나 주요 인물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일으키는데 '특종'은 오히려 반 박자 느리게 등장한다. 그게 이색적인데.

▶'특종'은 발단과 전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포인트가 늦다. 반 박자씩 느리게 들어가면서 눙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리듬을 잡아가야 이 상황 속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더 강하게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다.

-결말이 상업적이다. 안전하지만 그래서 작위적인 것 같은데.

▶작위적인 이야기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니깐. 아귀를 딱딱 맞추면서 설명을 더 넣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게 목적도 아니다. 이 영화는 상황과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이런 장면들이 의미가 있잖아, 라고 강조하면 오히려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image
노덕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하이라이트의 폐건물, 그리고 한낮에 소복이 쌓이는 눈이 인상적이던데. 조정석과 연쇄살인범의 액션도 과하지 않고 개싸움 하듯 하는 게 사실적이고.

▶폐건물이 중요했다. 범인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한낮에 벌어지는, 그리고 아무도 살지 않는 폐건물. 조정석과 연쇄살인범은 동전의 앞뒤 같다고 생각했다. 둘 다 거짓말쟁이고, 둘 다 실패자다. 그래서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싸우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눈은, 결국은 모든 진실이 덮혀지지 않나. 그런 걸 눈으로 은유하고 싶었다.

-김미숙이 데스크 역할이다. 보통 중년 남자들에게 맡기는 역할인데. 그래서 더 좋았는데.

▶내가 여자라서 그럴지 아주 자연스럽게 여자 데스크를 택했다. 또 남자가 하면 일반적이기에 활력이 필요했고.

-김미숙이 마지막에 대사로 영화 주제를 직접 이야기한다. 주제를 직접 대사로 이야기하는 건 위험한 방법이기도 한데.

▶맞다. 원래는 그런 대사가 없었다. 너무 은유적으로 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조정석이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대한 동기가 필요했다. 주제를 직접 드러내는 것도 있지만 조정석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조정석은 어땠나.

▶화면을 혼자서 끝까지 이끌고 가는 힘이 대단했다. 시나리오에 표현된 인물보다 나를 훨씬 납득 시켰다. 무엇보다 리액션이 너무 좋아서 그걸 가능하면 다 살리려 했다.

-밝힐 수 없는 연쇄살인범 역할의 그가 정말 좋았는데.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도 모를 법한 그런 인물을, 완벽히 파악해서 왔다. 그가 그런 인물을 맡으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최고였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70년대를 살아간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어렴풋이 생각하곤 있는데 그게 차기작이 될 줄은 모르겠다.

-한재림 감독과 두 작품을 같이 했는데. 언제까지 같이 할 생각인지. 제안도 많이 올텐데.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