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부산영화제, 위기 끝에 안정 찾은 진정한 성년①

[★리포트][BIFF결산]

부산=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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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우뚝 선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일 20살의 성년식을 마친다. 우여곡절 끝에 우려를 안고 시작한 20번째 축제가 별 탈 없이 마무리를 앞뒀다.

지난 1일 개막한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에서 열리는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배우 박성웅과 추자현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뉴커런츠 수상작, '올해의 배우상' 수상자 등이 발표된다. 폐막작으로는 중국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가 상영된다.


이 날에 오기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지난 해의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을 받아 논란이 됐고, 영화제는 부산시와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20회를 앞두고 국고 지원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제는 이같은 흔들림 속에서도 별 탈 없이 20회 축제를 치러냈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가 1억원을 쾌척하는 등 영화계 전반의 도움으로 예산을 확보했고,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강수연 또한 영화제에 새로운 활력을 더했다. 마침 올해 부산에선 비바람에 우려를 낳았던 축제 첫 날 극적으로 날씨가 개고 영화제 기간 내내 파랗고 청명한 하늘이 이어졌다. 부산의 날씨 마치 올해의 부산영화제를 대변하는 듯하다.

올해 부산에서는 월드 프리미어 94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을 포함해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아시아 거장들의 작품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이미 검증된 화제작들이 대거 포진한 라인업이었다. 논란의 화제작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신중을 기해 선정한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다. 조용했지만 위축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최종 집계가 나오기 전이지만, 역대 최다 관객이 부산영화제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20주년을 빛낸 게스트는 특히 화려했다. 허우샤오시엔, 지아장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차이밍량, 왕샤오슈아이, 조니 토(두기봉), 에릭 쿠, 가와세 나오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라브 디아즈, 왕빙, 바흐만 고바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대거 부산을 찾아 부산국제영화제 20년을 빛냈다. 나스타샤 킨스키를 비롯해 하비 케이틀, 소피 마르소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틸다 스윈튼도 다시 한국을 찾았다. 탕웨이, 장첸, 진백림, 사토 다케루, 나가사와 마사미 등 아시아 스타들의 참석도 여전했다. 한-불 수고 150주년을 맞이해 레오 카락스, 클로드 를르슈와 함께 배우 소피 마르소 등이 함께했고 한국계 프랑스인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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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배우 송강호, 이효제, 유아인(왼쪽부터)이 지난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사도' 야외무대인사에 참석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박찬하 인턴기자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는 우리 스타들을 빼놓을 수 없다. '베테랑'에 이어 '사도'로 흥행 행진 중인 유아인은 해운대를 종일 누비며 대세를 제대로 입증했고, '암살'의 이정재, '무뢰한'의 전도연도 해운대를 배경으로 부산의 영화팬들과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국제시장', '베테랑' 등 천만의 얼굴 황정민은 '아수라'의 슈트 어벤져스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등과 나타나 시선을 집중시켰으며, 송강호는 커튼콜의 첫 주자로 데뷔 20년의 기쁨을 20주년 부산영화제와 함께했다. 이밖에 김우빈, 손예진, 하지원, 엑소 수호, 이선균, 임원희, 박보영, 이광수, 이천희, 강하늘, 조재현,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등도 영화제를 빛냈다.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최동훈 류승완 윤제균 한국영화의 대표 감독들도 영화제를 함께했다.

20주년에 걸맞은 묵직한 기획들은 영화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영화 100' 특별전은 20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사를 새롭게 쓰는 야심찬 기획이었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선정한 아시아 영화 100편과 감독 100인을 조명하며 아시아 영화 유산의 가치를 되새겼다. 영화팬들에게는 1위를 차지한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부터 10위에 오른 김기영 감독이 '하녀'까지 베스트 10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드문 기회를 제공했다. 1960년대의 숨은 걸작을 발굴한 한국영화 회고전 또한 주목받았다.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다가 3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하녀' 주인공 이은심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후배 영화인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축제를 더욱 빛냈다.

영화인과 영화팬들의 든든한 지지 속에 스무살 성년식을 별 탈 없이 마무리한 부산 영화제는 이제 다음 20년을 기약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조금은 더 시끄럽더라도 묵묵히 견디며 제 갈길을 갈, 진정한 성년의 부산 영화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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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이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박찬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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