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강수연 BIFF 위원장 "안정? 안전? 역대 최다 관객"(인터뷰)②

[★리포트][BIFF결산]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10.10 06:30
  • 글자크기조절
image
이용관,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죽도록 싸워요."(강수연)

"죽도록은 아니구."(이용관)


마치 20년은 같이 산 부부 같다. 하는 말마다 티격태격한다. 그래도 같은 목표로 같이 움직인다. 이용관(60), 강수연(49)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말 많고, 탈 많았던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티격태격하면서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지난해 '다이빙 벨' 상영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용관 위원장이 사퇴 외압을 받았고, 부산시와 감사원 특별 감사를 받았고, 예산이 깎였다. 이용관, 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는 이런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고심 끝에 만들어졌다.

친구끼리는 동업도 안 한다는데, 영화평론가 출신인 이용관 위원장과 영화배우인 강수연의 공동작업은 위태위태 해 보였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담배마저 아용관 위원장은 던힐 3미리를, 강수연 위원장은 에쎄 골든 리프 3미리를 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번 영화제를, 스무 돌답게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아무 말썽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지난 1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그냥 신기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는 안정이 목표였다. 술자리도 조용했고, 관객도 조용했다. 그런데도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다.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강수연 위원장은 "무슨 소리? 안정이 아니라 안전이 중요했다. 첫날 워낙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니깐. 목표는 성공이었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오픈 시네마에 관객이 과연 많이 올까라고 걱정했는데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았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자신만만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허우 샤오시엔, 지아장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찾았다. 틸다 스윈튼, 하비 케이틀, 소피 마르소 등 세계적인 배우들도 부산에 왔다. 유아인이 해운대에 여심을 빼앗고, 탕웨이가 수많은 남성팬을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올해 부산영화제는 폭풍 전의 고요처럼 잠잠했다. 아시아영화 100선, 한국영화 회고전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 관객들이 몰렸고, 거장들의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서로서로 "봤냐"거나 "꼭 보라"고 할 만한 화제작은 적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몇 년마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 폭풍 전의 고요는 아니고 안정적이기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워낙 큰일이 있다 보니 올해는 안정에 가장 초점을 맞췄다. 올해 프로그램을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자기 검열은 아니고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 우리 스스로 준비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해외 게스트들이 놀라더라. 다들 우리 사정을 아니깐 어느 정도 위축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표시가 안 나고 예년보다 더 성대하니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청작들이, 뉴커런츠도 그렇고, 아시아 각지가 산업적으로 발전하다보니 문제작보다는 안정적인 영화들이 많다. 안정적이 된 게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수연 위원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강 위원장은 "얼마나 다양한 영화로 꽉 짜여져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390개가 넘는 관객과의 대화가 꽉 찼다. 관객의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우리 둘이 너무 딴소리한다"며 "주위에서 입을 맞추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둘이 죽도록 싸운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관 위원장이 옆에서 "죽도록은 아니고"라고 되받았다.

강수연은 부산영화제를 시작부터 함께 했지만 집행위원장으로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위원장은 "첫날 비바람이 너무 거세니 정말 걱정이 너무 되더라. 개막식에 드레스가 흠뻑 젖었는데 그랬는지도 몰랐다"며 "혹시 관객들이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긴장이 너무너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관 위원장이 "정말 긴장하더라"며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에 강 위원장은 "자꾸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깐요"라며 "나는 술 먹을 시간조차 없는데 이 위원장은 얼굴이 빨갛다"고 받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수연은 올해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턱시도를 맞추도록 주문까지 했다.

성공적으로 치러 냈지만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임무 분담도 해야 한다. 이용관 위원장은 "불안전한 동거 체제로 보일 수도 있다. 역할 분담도 이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김동호 위원장을 16년을 모셨는데, 그런 부분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아직 아무 생각 없다. 일단 다 올해 영화제를 다 끝내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프로그램들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이용관 위원장은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 중 '만선'이 정말 좋았다"며 "발견이자 발굴이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발굴은 아니고 재평가"라고 받았다. 마치 만담을 보는 것 같다.

생각들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이용관 위원장은 "더 영화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필름마켓을 강화하고, 컨퍼런스도 더 활성화하고, 새로운 감독 발굴에 더 힘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바로 이런 점이 가장 잘 맞는 부분"이라며 "마켓과 교육을 강화하고, 아시아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고 관객에 소개하는 게 부산영화제의 목표"라고 단언했다. 강 위원장은 "방법은 다를지 모르지만 우리는 비전은 같다"고 말했다.

20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용관 위원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수연 위원장은 "무슨 안정이냐, 더 성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마치 창과 방패 같았다. 강수연 위원장이 공격적으로 영화제 성공을 위해 돌진한다면, 이용관 위원장은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용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는 위기에서 탄생했지만 기회로 기억될 것 같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