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름다웠던 '2015 한화', '공과 과'를 묻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10.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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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팬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어느덧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3일 수원 kt위즈파크.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두고 폭스가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폭스에게 물었다. 언제나 유쾌한 폭스.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다. SK가 지고, 또 KIA가 진다면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힘차게 말했다.


그러나 하늘은 폭스의 간절했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올 시즌 최종전에서 1-4로 패했다. 이 패배로 한화는 올 시즌을 68승76패로 마감했다. 승률 0.472. 더불어 가을야구의 꿈을 이루는 것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한화는 올 시즌 최소 7위를 확정지은 가운데, 6위 KIA의 잔여 경기(3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한 계단 오를 수 있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리그 흥행을 주도했다. 전반기를 44승 40패 (승률 0.524)의 성적으로 마쳤다. 순위는 5위였다. 최근 3년 연속 꼴찌를 했던 팀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변화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한화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9월 8일부터 20일까지 치른 12경기에서 단, 3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순위도 8위까지 추락했다. '올인' 속에서 기대와 희망을 가졌던 팬들은 맥이 쭉 빠졌다. 허탈감은 극에 달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혹사 논란'이 크게 일었다. 올 시즌 한화 불펜의 권혁은 112이닝, 송창식은 109이닝, 박정진은 96이닝을 각각 던졌다. '고졸 루키' 김민우 역시 70이닝을 소화했다. 많은 투구 이닝 속에 돌아온 부메랑은 매우 날카로웠다. 부담을 짊어진 선수들이 하나둘씩 아프기 시작했다. 시즌 막판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지경이 됐다. 그나마 남은 선수들의 구위도 전반기 같지 못했다. 관리의 실패였다.


특별 타격 훈련, 이른바 특타에 대한 효용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무더위 땡볕 속에서도 한화 선수들의 특타가 계속 이어졌다. 특타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게임에 그대로 출전했다. 원정지 특타와 야간 특타까지 이어졌다. 김성근 감독 역시 권혁과 박정진이 언젠가는 지칠 거라고 예상, 2군에 있는 어린 투수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나 중대한 순간, 김 감독의 선택은 결국 '권-정-진'이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한 시즌 내내 한화 야구를 아주 재미있게 즐겼다.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한화 야구의 매력이 수많은 팬들을 끌어당겼다. 매 경기 드라마 같은 승부를 연출하며 KBO리그의 전국구 구단으로 거듭났다. 시즌 초반 한화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한 선수가 들어오면 한 선수가 나갔다. 6월에는 김경언, 조인성, 폭스, 김회성, 송광민, 강경학이 나란히 부상을 당했다. 김 감독은 '라인업을 짜기가 어려울 정도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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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 /사진=OSEN





하지만 한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의식 속에 하나로 똘똘 뭉쳤다. 버티고 또 버텼다. 김성근 감독은 "만약 시즌 초반부터 우리가 그렇게 (총력전 양상의) 운용을 하지 않았다면 상대 팀들은 다 우리 팀을 잡으려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얕보이는 팀이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고 회고했다. 이 치열함 속에 7년 만의 삼성전 싹쓸이 승, 9년 만의 SK전 싹쓸이 승이 나왔다. 월간 시청률 1위, 홈 경기 최다 매진 1위, 원정 관중 동원 1위는 한화의 몫이었다.

이제 올 시즌 10개 구단이 모든 경기를 마치면 2015 시즌 최종 순위가 나온다. 한화의 최근 7년 연속 순위가 '8868997'이 될 지, '8868996'이 될 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성근 감독 부임 후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이다. 비록 가을 야구는 실패했지만, '패배 의식'을 걷어냈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어느 팀들도 한화를 쉽게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올 시즌 또 하나의 성과다.

시즌을 마친 한화 선수단은 오는 15일까지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그 기간 동안 몸 상태를 체크한 뒤 건강한 선수들로 캠프 훈련 명단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은 탓이었다. 한화 주장 김태균은 시즌 최종전 이후 "쉬고 싶다"고 짧고 굵게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마음이 무겁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5강 탈락에 대한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이야기한 것이리라.

야구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한화 이글스 구단 역사에서 '2015 시즌 한화'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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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이 2015 홈 최종전 이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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