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vs최시원 코믹연기 승자는

/사진제공=MBC

MBC 수목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9월 16일 방송된 첫 회는 4%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다. 물론 경쟁 작품인 SBS 드라마 '용팔이'가 워낙 독보적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단 한 회만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2회째는 시청률 7%대로 치고 올라갔으며, 3회는 8%대, 4회는 9.9%, 9월 30일 5회는 10%를 돌파했다.(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일일기준)

첫 시작에 비하면 두 배로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하는 '용팔이'가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예뻤다'가 꿋꿋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TV드라마는 시청자가 곧 고객이다. 물건을 살 때 품질 좋고 멋진 제품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는 고객의 시선을 끄는데도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있다.


'그녀는 예뻤다'의 셀링 포인트는 아주 간단하다. 재미다. 재미라는 걸 구체적으로 말하면, 못 알아보는 첫사랑 찾기라는 긴장감과 유쾌한 코미디, 두 개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이 두 개, 첫사랑과 코미디를 합해보자. 맞다. 바로 로맨틱 코미디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송됐던 로코물을 생각해보라. 허술한 구성과 유치함으로 시청자들을 오글거리게 만들었던 작품들이 아마도 반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서, 로코물이라서 무조건 오버 액션과 어설픈 말장난으로 웃기려고 해서는 시청자들에게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는 첫사랑을 못 알아본다는 설정을 놓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빠른 내용 전개, 거기에 코믹한 상황을 적절히 넣어 탄탄한 구성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믹한 상황이 들어가면서 진부하고 뻔한 멜로드라마가 아닌 발랄한 로코물이 탄생됐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코미디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리도 중요한 코믹 담당이 있으니, 바로 황정음과 최시원이다.

황정음이야 뭐,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부터 이미 정평이 난 코믹연기의 대가 아닌가!

황정음의 연기를 볼 때 마다 꼭 생각해보는 나만의 작업(?)이 있다. 만약 저 연기를 다른 여배우가 하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몇 여배우들을 방정식처럼 막 대입해보지만, 희한한 건 그녀만큼 코믹 연기에 똑떨어지는 배우가 없다.

어떤 코미디 대본이라도 그녀만 거치면 독특하게 탄생되는 듯하다. 코믹연기라는 게 아주 미묘하고 섬세한 연기라서 까딱 잘못하면 어설퍼서 민망해지고, 살짝 몸을 사리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황정음은 그 어려운 줄타기를 참 잘한다. 절대로 유치하거나 오글거리지 않게, 아주 사랑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황정음에 버금갈 만큼 코믹연기의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최시원이다. 슈퍼주니어에서 조각 같은 외모로 얼굴 담당이던 그가 '그녀는 예뻤다'에선 한껏 망가지고 있다. 그가 이렇게도 연기를 잘했나, 싶을 만큼. 짓궂은 장난에, 넉살좋으면서도 살짝 느끼한 웃음과 말투, 엉뚱한 모습이 김기자 역할에 딱이다.

드라마 속 김기자의 장난은 초등학생들처럼 유치한 장난임에도 불구하고, 최시원이 하는 순간 희한하다. 유치함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코믹함으로 바뀐다. 오늘은 그가 어떤 유치한(?) 장난을 칠까, 하는 기대감까지 생기게 할 만큼.

황정음과 최시원의 감칠맛 나는 코믹 연기 덕분에 '그녀는 예뻤다'는 어느 한 신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알차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두 사람 중 누구의 코믹 연기가 더 좋을지,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등장했다. 첫사랑을 못 알아보는 박서준과 황정음, 두 사람의 미묘한 러브라인 말이다. 황정음이 중심축이 돼 박서준과는 짜릿한 설렘을, 최시원과는 기분 좋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시청률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쭉쭉 상승하리라 예상해본다.

'그녀는 예뻤다' 설렘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