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배우 배해선, '용팔이'로 연기 꽃피우다(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5.09.0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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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해선 /사진=이기범 기자


짧고 강렬했다. 베테랑 배우 배해선(41)의 첫 TV 드라마에서의 모습은 분명 남달랐다.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제작 HB엔터테인먼트)에서 김태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서늘한 태도와 차가운 표정으로 표현한 배해선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아쉽게도 배해선이 연기한 황간호사의 존재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신그룹 제1상속녀 한여진(김태희 분)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원장에게 달려가 칼을 찌르는 강렬함을 보였고, 이후 등장하지 않았다 8회에서 처절하게 전화 부스에서 통화를 하던 도중 트럭에 치여 죽음을 맞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날카로운 눈빛은 잃지 않았던 배해선이었다.

등장하는 순간이 많지 않았기에 황간호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졌다. 황간호사의 과거를 묻는 주위에서의 질문이 많았다고. 배해선은 "'용팔이'에서 띄엄띄엄 등장하다보니 황간호사의 존재감이 더욱 인상 깊게 느껴졌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아무래도 황간호사가 많은 비밀을 알고 있잖아요. 원장 선생님에게 칼로 배를 찌른 이후 어디로 갔는지 제게 많이 물어봤어요. 감옥에 갇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정신병원에 수감됐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시청자 입장에서는 여러 상상을 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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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해선 /사진=이기범 기자


올해로 연기 경력 20년차이지만 TV드라마에 출연한 건 '용팔이'가 처음인 배해선에게 촬영 현장은 적응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배해선은 "황간호사가 처한 그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분량이 많이 않은데다 등장도 띄엄띄엄 해서 몰입이 쉽진 않았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어색했죠. 최대한 오버하지 않고 한여진과 단 둘이 있을 때 본연의 속내가 드러나는 황간호사의 모습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배해선의 서늘하면서도 오싹한 모습이 구현됐던 장면은 바로 김태희에게 뺨을 때리는 신이었다. 다소 삐뚤어진 애정을 드러냈던 황간호사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겼던 장면이었다.

"(김)태희의 모습이 너무나 고와서 어떻게 뺨을 때려야 할 지 어쩔 줄을 몰랐어요. 너무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나요. 태희의 뺨에 자국이 나면 안 돼서 NG를 내지 않기 위해 태희랑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때리고 나니 태희가 '시원했어요. 잘 때려줘서 좋았어요. 고마워요 언니'라고 말해줬어요.(웃음)"

'용팔이'를 통해 나름 친분도 갖게 됐다고 한 배해선은 "김태희에게 나중에 내 연극 보러 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배해선은 김태희에 대해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내면에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정말 섬세한 배우"라며 "화면에서 비쳐지는 아름다움이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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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해선 /사진=이기범 기자


강렬했던 존재감을 드러낸 배해선이었지만 막상 자신의 모습이 TV에 등장한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민망했다고. 그래서 주위에도 '용팔이'에 출연하는 것을 거의 알리지 않았단다.

"어머니한테만 방송 당일 시작 몇 시간 전에 '용팔이' 출연한다고 언급했고요. 친구들한테는 '용팔이'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어요. 너무 부끄러웠고 민망했어요. 나중에 방송되고 나서 연락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첫 드라마에서 이렇게 이슈를 받게 돼서 황송할 따름이에요. 솔직히 이렇게 주목을 받을 줄 알았으면 '용팔이' 출연 안 했을 지도 몰라요.(웃음)"

1995년 장진 감독, 최민식 등과 함께 '택시 드리벌'에서 호흡을 맞추며 연극 무대에 처음 서며 배우 생활을 시작한 배해선은 4년 정도 연극 무대에 선 이후 뮤지컬 배우로 전향해 매년 4-5작품은 꾸준히 출연해왔다. 쉴 틈 없는 배우 생활을 이어온 배해선은 '용팔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도 스케줄이 겹쳐 하마터면 출연하지 못할 뻔 했을 정도다.

'용팔이' 제작진은 황간호사라는 인물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내공이 있지만 TV 출연이 거의 전무했던 배우를 찾던 중 무대에서의 역시 독보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해선의 내공을 직접 확인해 곧바로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출연도 성사됐다. 이 와중에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예정됐던 공연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행운도 따랐다.

배해선은 '용팔이'의 신스틸러로 거듭나며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조금씩 방송 출연 제의도 늘어나고 있다. 배우 생활 20년 만에 자신의 배우 생활에 있어서 의미 있는 한 해를 맞이했다.

'용팔이'에서 하차했지만 배해선의 연기 생활은 여전히 바쁘다. 오는 10일 예정된 연극 '타바스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새가며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배해선의 행보가 어떠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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