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구장 더그아웃 CCTV, 어째서 '그곳'에 있었을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9.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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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구장에 설치된 제3의 모니터(위)와 조이스틱. /사진=김우종 기자





2일 청주구장.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한화전.


2-4로 뒤지고 있던 한화의 4회말 공격. 선두타자 조인성이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후속 최진행이 KIA 유격수 박찬호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했다. 이어 권용관이 우전 안타를 치며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갔다. 정근우는 헛스윙 삼진. 한화의 2사 1,2루 기회. 다음 타자는 이용규.

한창 기세를 타고 있던 한화 이글스였다. 바로 이때, KIA 김기태 감독이 이기중 구심을 불렀다. 이어 더그아웃 내에 설치된 CCTV와 관련해 심판진에게 어필을 하고 나섰다.

조이스틱을 만지는 데 있어 다소 능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 김 감독. 그는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조이스틱을 넘겼다. 이어 조 수석코치는 조이스틱과 컨트롤러를 움직이는 한편, 버튼을 누르면서 심판진에게 기능을 설명했다.


한화의 제2홈구장인 청주구장. 이곳에는 양 팀 더그아웃에 3개의 모니터가 똑같이 설치돼 있다. 2개의 모니터는 자기 팀의 불펜 상황을 보여준다.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멀리 떨어져 있는 불펜을 자세히 확인하기에 용이하다.

더불어 나머지 한 개의 모니터에는 야구장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이는 유선으로 연결된 조이스틱을 통해 보고 싶은 곳으로 화면을 이동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상대 더그아웃 및 포수, 코치,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전부 다 자세히 볼 수 있다. '37배 광학 줌 및 줌 아웃' 기능까지 있어 외야 관중석에 앉아있는 팬의 얼굴까지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모니터와 조이스틱 역시 양 팀 더그아웃에 나란히 설치돼 있다.

그러나 바로 이 CCTV에 대해 KIA 김기태 감독이 문제를 삼고 나섰다. 김기태 감독은 상대 더그아웃의 사인이 보일 수도 있는 화면이기 때문에 이를 끄고 하자는 생각을 심판진에게 전달했다. 물론, 상대 팀 한화가 이 CCTV를 통해 무언가를 봤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종의 불미스러운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문제 제기였던 셈이다.

이기중 구심을 비롯한 심판진은 KIA 더그아웃에서 나온 내용을 김성근 감독에게 설명했다. 심판진과 김성근 감독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양 팀 모두 해당 모니터를 완전히 끈 채 경기에 임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경기가 속개됐고, KIA가 5-4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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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구장 원정 더그아웃에 설치된 조이스틱(빨강 원). /사진=김우종 기자





왜 CCTV, 그리고 그 화면을 마음껏 조종하는 컨트롤러가 양 팀 감독 벤치에 있었을까. 이는 양 팀 더그아웃에서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고려해, 청주시가 청주구장에 직접 설치한 것이다. 예를 들어 3루 더그아웃 내 감독이 앉은 자리에서는 좌익수 파울 라인 쪽이 잘 안 보인다. 1루 더그아웃 역시 반대로 우측 파울라인 쪽이 안 보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청주시가 직접 나서 이를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화가 '사인 스틸' 등의 다른 불순한 목적을 위해 CCTV를 먼저 나서서 설치한 것 아니냐는 등의 가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화 관계자는 "청주시에서 야구장을 담당하는 시설 관리자가 설치한 것이다. 우리 측에서 먼저 이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요즘 모든 경기가 TV를 통해 중계될 뿐만 아니라, 감독을 향해 방송 카메라가 고정으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직접 조이스틱을 돌려가면서 어떻게 사인을 훔치겠는가"라고 난감해 한 뒤 "조이스틱 역시 감독 책상에서 다 치워둔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그 화면에 대해 '의미가 없다'면서 잘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한화는 올 시즌 홈 72경기 중 5경기를 청주구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지난 7월 14~16일 롯데와 3연전을 치른 뒤 이번 KIA와의 2연전을 끝으로 올 시즌 청주구장 경기는 모두 끝났다.

사실 이 모니터는 지난해에도 청주구장에 있었다. 또 앞서 롯데가 청주구장을 방문할 당시에도, 조이스틱이 버젓이 감독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의 한 코치는 경기 전 취재진이 조이스틱을 조종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CCTV 모니터에 대해 롯데, 그리고 한화 역시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글쓴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CCTV와 조이스틱을 이용한 '사인 노출' 등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우려했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지난 1일 청주서도 경기를 치렀던 김 감독은 이 CCTV의 존재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어필 시점. 김 감독이 어필을 한 시점은 한화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4회 2사 1,2루였다. 게다가 타자는 '한화 공격의 첨병' 이용규. 하지만 김 감독의 항의 하나로 한화의 공격 흐름이 끊겼다. 이용규는 양현종을 상대로 10구 접전을 펼쳤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어찌 보면 김기태 감독의 '고도의 심리전'이 통한 셈이다.

앞선 한화-롯데전의 두 주인공들, 그리고 이번 한화-KIA전의 주인공들 역시 이 CCTV와 조이스틱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 정황은 아직까지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김기태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 덕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청주구장 CCTV는 향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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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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