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특집]최동훈이 말하는 류승완, 류승완이 말하는 최동훈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9.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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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과 류승완 감독/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올 여름 한국영화사에 신기록이 생겼다. 한 시즌에 두 편의 천만영화, 이른바 쌍천만 영화가 등장한 것.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먼저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뒤를 이었다. 두 영화가 모두 천만명을 동원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개봉이 2주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두 영화 사이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5'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편의 영화 모두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최동훈(44)과 류승완(42) 감독의 라이벌 시대 개막을 예감시켰다. 당초 올 여름 두 사람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을 뻔 했다. '암살'은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확정했지만, '베테랑'은 설 개봉부터 5월, 그리고 8월로 계속 미뤄졌었기 때문이다. 올해 뚜렷한 텐트폴 영화가 없던 CJ E&M이 '베테랑' 가능성을 믿고 개봉을 계속 늦춰 두 영화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류승완 감독은 2013년 1월 '베를린'을 선보였었고, 최동훈 감독은 그해 7월 '도둑들'을 내놓았었다. 통상 2~3년에 한편씩 영화를 내놓는 두 감독 성향을 비춰볼 때 다음 맞대결은 2017년 혹은 2018년이 될 공산이 크다.

'베를린'을 내놓기 전 최고 흥행작이 '부당거래'(272만명)였던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흥행 성공으로 블록버스터 시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감독이 됐다.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 당시 해외 촬영이 상당한데도 100억원을 투자받지 못했었다. 불안했다는 뜻이다.

그랬던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에 이어 '베테랑'이 연속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여름 극장가에 블록버스터를 내놔도 믿을 수 있는 감독이 됐다. 그의 차기작이 100억원이 훌쩍 넘는 '군함도'란 점은 류승완 감독에게 시장이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 이어 '암살'의 성공으로 여름 시즌에 블록버스터를 내놓으면 성공하는 흥행감독이란 믿음을 확실하게 줬다. 최동훈 감독은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치솟고 있다.

한동안 한국영화계는 박찬욱이라는 거장과 봉준호라는 괴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끌었다. 라이벌이라 불리지는 않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두 사람의 이름은 한국을 넘어 해외 영화팬들에게도 같이 울렸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국제영화 경쟁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나란히 초청됐을 때, 영화계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칸 경쟁에 초청될지 였을 정도로 은연중 둘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있었다.

쌍천만을 이룬 최동훈 감독과 류승완 감독은 살아온 궤적과 만드는 영화 색깔은 다르지만 당분간 한국영화계 중심에 서 있을 것 같다. 상업적인 장르 안에서 작가 색깔을 드러낸 박찬욱-봉준호 시대에 이어 장르 색깔이 더욱 분명한 최동훈-류승완 시대로 넘어오는 건 하나의 징후이기도 하다.

최동훈 감독과 류승완 감독의 영화 인생 궤적은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비교된다.

1971년생인 최동훈 감독은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임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굳이 따지자면 임상수 라인이다. 그 뒤 숱한 우여곡절 끝에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했다. 이후 한국영화계에 드문 케이퍼필름이란 장르를 정착시켰다.

1973년생인 류승완 감독은 고등학교 졸업 후 단편영화를 만들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연히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최동훈 감독과 류승완 감독은 둘 다 프로듀서와 결혼해 제작사를 차렸다. 케이퍼필름과 외유내강이란 제작사를 둔 두 사람은 잇단 영화 성공으로 당분간 안정적인 영화 제작이 가능해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들어봤다.

최동훈 감독은 "우리 둘은 영화적인 라이벌이라기보단 최영환 촬영감독을 둘러싼 라이벌"이라며 웃었다. 그랬다. 두 사람은 최영환 촬영감독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둘 다 빠른 호흡으로 영화를 찍을 때는 최영환 촬영감독이 곁에 있었다. 때문에 최동훈 감독이 '암살'에서 처음으로 김우형 촬영감독과 손을 잡은 것과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에서 최영환 촬영감독으로 빛을 발한 것도 비교된다.

최동훈 감독은 "류승완 감독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늘 진화하는 분"이라며 "비교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영화적인)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도 비슷했다. 류승완 감독은 "동시대 영화감독이라는 공통점과 서로를 존중하지만 라이벌이란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둘 다 장르영화에 대한 애호가 있고, 취향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동질감"이라며 "서로를 존중하지만 라이벌이란 말로 묶여 서로를 의식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잘랐다. 다만 최영환 촬영감독이란 공통점은 류승완 감독도 인정했다.

분명한 자기 장르를 갖고 있다는 점,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다는 점, 그리고 최영환 촬영감독이란 공통점, 최동훈과 류승완은 라이벌이라 불리지는 않더라도 동시대 상업영화 최전선에 있는 감독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전선에 있기에 앞으로도 둘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최동훈 감독은 쇼박스, 류승완 감독은 CJ E&M이란 메이저 투자배급사를 통해 흥행작을 내놓고 있는 것도 비교 대상이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로 쇼박스와 계약이 끝났지만 계속 호흡을 맞춰갈 가능성이 크다.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2'로 CJ E&M과 계약이 남아있는 상태다. '군함도'를 어디서 배급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CJ E&M과 파트너 관계는 계속 될 것 같다.

둘은 원하지 않더라도 영화시장의 운명이 둘의 맞대결을 성사시킬 것 같다.

현재 한국영화계는 감독 기근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명망 있는 감독들 신작은 드물어지고,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만큼 최동훈과 류승완, 두 중견감독의 대결은 당분간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하며 블록버스터 시즌을 떠받칠 전망이다.

두 사람의 맞대결이 올 여름처럼 계속 된다면, 두 사람에겐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한국영화 관객들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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