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출장기회 준 강정호에 드리운 그림자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9.01 08:43 / 조회 :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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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AFPBBNews=뉴스1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7월 중에 2주 간격을 두고 3루수 조시 해리슨에 이어 유격수 조디 머서가 잇달아 부상으로 전열에서 장기간 이탈하면서 순식간에 내야 왼쪽이 텅 비는 위기를 맞았다.

먼저 7월5일 경기에서 3루수 해리슨이 베이스에 슬라이딩하다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으면서 6주 아웃 진단을 받았고 이어 19일에는 유격수 머서가 수비도중 주자와 충돌로 왼쪽 무릎을 다쳐 6주 진단을 받았다. 페넌트레이스가 한창인 시즌 중반에 내야수비의 핵심인 3루와 숏 주전선수가 잇달아 한 달 이상 전열에서 이탈한 것은 전력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손실이자 큰 위기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잘나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오프시즌 한국에서 영입한 강정호(28)가 있었다. 해리슨과 머서가 건재할 때도 3루와 숏을 오가며 점점 출장시간을 늘려가 과연 누가 주전인지를 모호하게 만들어가던 강정호는 해리슨이 다친 뒤 풀타임 3루수로 맹활약했고 머서가 다치자 이번엔 유격수로 이동해 이들의 결장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완벽하게 메워줬다.

실제로 해리슨과 머서가 다친 시점을 기준으로 피츠버그의 성적변화를 살펴보면 이들이 빠진 사이에 피츠버그의 승률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올라간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해리슨이 다친 7월5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경기까지 피츠버그는 47승34패(승률 0.582)를 기록 중이었는데 그가 부상에서 돌아오기 전날인 8월20일 피츠버그의 성적은 72승47패(승률 0.605)였다. 해리슨이 빠져있던 기간 중 피츠버그의 승패는 25승13패로 승률이 0.658에 달한다.


머서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가 다친 7월19일 경기까지 53승38패로 승률 0.582였던 피츠버그는 그가 돌아올 때 성적이 73승48패(승률 0.603)이 됐고 그의 공백기중 피츠버그의 전적은 20승10패로 승률이 0.667이었다.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빠져있던 기간으로 보면 피츠버그의 승률은 7월5일 0.582(47승34패)에서 8월22일 0.603(73승48패)으로 올랐다. 이 기간 중 피츠버그의 성적은 26승14패(승률 0.650)으로 이들이 다치기 전보다 훨씬 높다.

물론 이 기간 피츠버그의 호성적이 모두 강정호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전 3루수와 유격수가 거의 동시에 장기간 결장한 기간 동안 강정호가 이들을 대체한 가운데 팀이 거둔 승률이 그전까지 승률보다 거의 7푼 가까이 높았다면 거기에는 강정호의 공헌도가 상당히 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간 중 강정호의 성적은 이런 추정을 잘 뒷받침해준다. 7월5일 강정호는 타율/출루율/장타율이 0.258/0.333/0.364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8월22일엔 0.290/0.363/0.464로 상당히 좋아졌다. 타율이 3푼2리나 올랐고 출루율도 3푼 올라갔으며 장타율은 1할이나 치솟았다. 이 기간 중 치러진 40경기 가운데 강정호는 8월16일 뉴욕 메츠전에서 딱 한 번 결장했을 뿐 39경기에 선발로 출장, 147타수 49안타로 타율 0.333에 8홈런, 2루타 11개, 3루타 2개, 20타점, 26득점의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 이 기간 중 피츠버그의 상승세의 밑거름이 된 동력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닌 성적이다. 특히 이 기간 중 피츠버그가 거둔 26승 가운데 20승이 3점 이하로 승부가 갈린 접전들이었음을 감안할 때 강정호의 타석에서 공헌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물론 강정호가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3루와 숏의 공백을 한꺼번에 메울 수는 없기에 피츠버그는 해리슨에 이어 머서까지 다치자 곧바로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3루수 아라미스 라미레스를 영입해 3루를 맡기고 강정호를 유격수로 돌렸다. 오자마자 피츠버그의 4번타자로 기용된 라미레스는 이적 후 첫 3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로 무거운 첫 걸음을 내디뎠으나 이후 서서히 타격감을 찾았고 8월엔 타율/출루율/장타율이 0.277/0.333/0.398을 기록하며 피츠버그의 상승세에 기여했다. 그리고 8월21일 해리슨에 이어 23일 머서가 모두 부상자명단에서 나와 팀에 복귀하면서 부상으로 인한 피츠버그의 위기는 아무런 문제없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해리슨과 머서가 거의 동시에 돌아오면서 피츠버그는 갑자기 왼쪽 내야 포지션 2개에 주전급 선수가 4명이나 되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모두 경기에 나설 자격이 충분한 이들 4명에게 어떻게 적절하게 출장시간을 배분하느냐 하는 것은 솔로몬 왕에게 물어봐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 힘든 난제로 떠올랐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해리슨과 머서가 모두 팀에 복귀한 지난 23일 이후 지금까지 치른 8경기에서 해리슨이 내야 모든 포지션은 물론 외야까지도 맡을 수 있는 전천후 선수라는 점을 활용해 3루와 숏, 2루, 외야, 그리고 때론 1루까지 모두 활용해 돌아가며 매일 주전 두 명씩에게 휴식을 주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해적선장’인 앤드루 맥커친과 포수를 제외한 모두가 2~4일에 한 번 정도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틀 연속 결장을 하지는 않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따라 지난 8경기 동안 강정호는 3차례 선발에서 제외됐고 라미레스는 2회, 머서는 3회, 해리슨은 4회, 2루수 닐 워커는 2회 선발에서 빠졌다. 어떻게 보면 현 팀 사정을 감안할 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확실한 주전 라인업이 정해지지 못하고 모호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팀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빨리 안정을 되찾기 힘들어질 소지가 있다. 특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포스트시즌에서 그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 팬들에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규칙적으로 경기에 나서던 흐름이 깨지면서 강정호의 타격 리듬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슬럼프’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해리슨과 머서가 모두 복귀한 23일 이후 치러진 8경기 가운데 강정호는 두 경기에 결장했고 또 한 경기에선 대타로 1타석에 들어서는데 그쳤다.

사실상 8경기 중 3경기를 미스한 가운데 이 기간 중 타율은 20타수 5안타로 0.250. 이 가운데 장타는 2루타 1개뿐이고 타점 3, 득점 1개에 그쳤지만 삼진은 6개나 됐다. 계속 주전으로 나섰던 기간 동안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 팬들로선 내셔널리그 신인왕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조짐을 보이던 시점에서 출장 리듬이 깨지면서 주춤하게 된 것이 아쉽기 짝이 없다. 강정호가 홀연히 찾아온 또 한 번의 고비를 어떻게 돌파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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