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신호위반, 과감한 질주인가 집중력 부재인가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8.31 06:50 / 조회 : 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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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에 실패하는 이진영(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OSEN



3루 주루코치가 두 팔을 들고 멈춤 사인을 냈다. 하지만 주자는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한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장면이 LG 트윈스에서는 1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나왔다. 두 경기는 모두 졌다.

주루코치가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주자가 타구판단에 확신이 들었고 홈에서 승부가 된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는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당장 1점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순간 주루코치는 틀린 판단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코치의 신호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물론 이는 사인을 봤을 때의 경우다. 주루코치가 돌렸는지 세웠는지 보지도 못하고 달리거나 멈췄다면 과감함이나 무모함을 논할 필요도 없다. 집중력의 문제다. 다음 동작에 대한 경우의 수를 미리 그려 놓아야만 본헤드 플레이를 방지할 수 있다.

30일 LG는 난타전 끝에 삼성에 대패했다. 9-12로 역전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꺾였으나 기회는 있었다. 바로 다음 이닝에서 반전 찬스가 왔지만 이진영의 주루사가 치명타였다. LG는 5회초를 무득점으로 날리며 완전히 의지가 꺾였고 9-15로 무릎을 꿇었다.

9-12로 뒤진 5회초 1사 1, 2루에 유강남 타석이었다.

외야에 애매한 타구가 뜰 경우 2루 주자의 행동 요령은 아웃카운트별로 다르다. 무사라면 태그업을 준비한다. 외야플라이가 되더라도 3루까지 가면 1사 3루가 돼 안타 없이 득점을 노릴 수 있다. 안타가 되면 3루까지만 가도 무사에 3루다.

1사라면 중간까지 갔다가 플라이가 되면 돌아와야 한다. 태그업을 해도 2사 3루, 어차피 안타가 필요하다. 2사 이후라면 스타트가 빠르기 때문에 2루에서도 득점이 쉽다. 따라서 무리해서 3루까지 갈 필요가 없다. 다만 안타가 된다면 득점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1사 2루에서는 태그업을 준비하지 않고 반쯤 가 있는다.

1사 1, 2루에서 유강남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뻗었다. 2루 주자 이진영은 태그업을 준비할 모양이었는지 2루 베이스와 가깝게 서서 타구를 봤다. 안타가 되자 뒤늦게 스타트를 끊었고 3루를 도는 순간에도 타구를 보고 있었다. 유지현 3루 주루코치가 다급히 멈춤 사인을 보냈지만 이진영의 시선은 1루 쪽이었고 결국 홈에서 슬라이딩도 시도해보지 못할 타이밍으로 아웃됐다.

앞서 28일 SK전에서는 오지환이 신호를 위반했다. 0-1로 뒤진 3회초 1사 2루에서 SK 선발 세든이 폭투를 던졌다. 2루 주자 오지환은 3루에서 멈추지 않았고 역시 홈에서 아웃됐다. 이때는 오지환이 3루에 도착하기 전부터 유지현 코치가 멈춤 신호를 보냈고 오지환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적어도 이 플레이는 비록 결과는 나빴지만 과감한 판단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그날 세든이 완봉을 할 정도로 제구력이 좋았고 공도 완전히 빠져 뒷그물까지 굴러갔다.

하지만 이진영의 경우는 다르다. 과감한 판단도 아니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드시 1점을 뽑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진영은 LG의 주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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