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데뷔' 한화 폭스, '선택' 아닌 '필수' 가능성↑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8.27 05:55 / 조회 : 3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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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폭스가 26일 국내 무대서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사진=OSEN






한화의 외국인 타자 폭스(33)는 '팔방미인'이었다. 폭스가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무엇보다 투수를 편안하고 완벽하게 리드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단순히 불가피한 상황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향후 '필수적'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화 이글스는 2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5 KBO리그 타이어뱅크' 홈경기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10-9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56승58패를 기록, 6위를 유지한 채 5위 KIA를 1경기 차로 추격했다. 반면 2연패에 빠진 삼성은 70승 고지(69승44패)를 밟는 일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날 경기서 한화 외국인 타자 폭스가 KBO리그 데뷔 후 첫 포수로 출전했다. 처음부터 선발 출전한 것은 아니었다. 한화는 1회 선발 안영명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6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5실점하며 강판됐다.


이 과정에서 선발 포수 조인성도 정범모로 동시에 교체됐다. 그러나 정범모는 팀이 3-8로 뒤진 5회 2사 1,2루 기회서 대타 정현석으로 교체됐다. 이날 포수 엔트리에 오른 2명이 모두 교체 아웃된 상황. 이때 마스크를 쓰고 나선 것이 바로 외국인 타자 폭스였다.

터무니없는 교체가 아니었다. 폭스는 포수 경험이 풍부하다. 시카고 컵스(전체 73번째 픽)에 지명 받을 당시, 원래 포지션이 포수였다. 마이너리그서는 포수로 323경기, 외야수로 151경기, 1루수로 318경기를 각각 소화했다. 2007년부터 1루수 및 외야수로 주 포지션을 바꾸기 전 포수로 뛴 것이다.

또 폭스는 지난 21일 kt전을 앞두고 포수 마스크를 쓴 채 실전 연습을 했다. 이날 폭스가 차고 나온 각종 포수 장비 역시 한화 구단이 직접 폭스를 위해 제공한 것이었다. 즉, 그의 포수 출전은 임시방편이 아닌 준비된 계책이었던 것이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스에게 포수 연습을 시켜뒀다. 어깨는 조인성보다 낫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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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한화 폭스. /사진=김우종 기자





폭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필리스 시절(더블A) 이후 약 10개월 만에 쓴 포수 마스크였다. 큰 덩치만큼이나 포수 보호대를 찬 모습이 퍽 잘 어울렸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폭스의 볼 배합. 폭스는 6회부터 김민우와 호흡을 맞춘 가운데, 적절한 변화구와 소위 '미트질'로 삼성 타자들을 제압했다. 6회엔 나바로-최형우-박석민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 범퇴 처리하도록 유도했다.

최형우를 상대로는 초구 커브(100km)와 4구째 포크볼(122km)를 적절하게 섞어 구사한 뒤 5구째 속구(146km)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박석민에게도 4구째 슬라이더(125km)와 5구째 커브(111km)로 타이밍을 빼앗은 뒤 7구째 빠른 공(143km)을 던지도록 유도해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7회 역시 폭스의 안정적인 리드 속에 삼자 범퇴. 이승엽에게는 결정구로 포크볼(126km)를, 박한이에게는 커브(111km)를 던지게 하면서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더욱이 연장 10회 1사 1루에서는 박한이의 2루 도루를 깔끔한 송구로 저지했다.

경기 후 김민우는 "폭스의 사인대로 처음에는 속구가 좋아 속구 위주로 피칭을 하다가, 승부구로 포크볼과 커브를 많이 던진 게 주효했다"면서 "폭스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다 보니 존이 커 보였다. 또 조인성 선배님처럼 편하게 리드를 해줬다"면서 폭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에 경기 후 폭스는 이날 투수에게 사인을 직접 낸 것에 대해 "제가 사인을 내서 제안은 할 수 있지만, 결국 공을 던지고 마무리하는 것은 투수가 하는 것이다"라면서 "결과적으로 투수의 성향을 반영해 볼 배합을 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폭스를 테스트로 기용했는데 상상 외로 잘해줬다"면서 "향후 기용 폭이 넓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폭스의 포수 출전은 임시방편이 아닌 한화의 '필살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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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는 26일 4안타(1홈런)의 불방망이까지 휘둘렀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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