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그래서 슬퍼"(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8.2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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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사진=이동훈 기자


'괴물'로 처음 등장했을 때, 고아성은 괴물에 잡혔는데도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챙기는 마음 착한 소녀였다. 착한 소녀. 고아성의 첫 모습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언제나 소녀의 잔상이 어렸다.

고아성은 굳이 그 이미지를 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설국열차' '듀엣' '우아한 거짓말',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고아성은, 고아성의 길은 부쩍 넓고 달라졌다. 9월3일 개봉하는 '오피스'(감독 홍원찬)는 지금 고아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오피스'는 일가족을 살해한 회사원이 경찰에 잡히지 않은 채 직장에 떠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고아성은 그 회사원과 친했던 인턴사원으로 출연했다. 23살 고아성이 자기 나이에 맞는 옷을 입었다. 고아성은 "바로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오피스'처럼 비밀을 간직한 고아성을 만났다.

-'오피스'를 왜 했나.


▶'우아한 거짓말'을 개봉했을 때쯤 '오피스' 출연 제안을 받았다. 작품 선택에 패턴이 있다. '설국열차'를 하고 난 다음에는 다음 작품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아한 거짓말'을 했다. '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난 뒤에는 좀 발산하고 표출하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피스'를 했다.

-원하던 대로 초반에 일만 열심히 하던 인턴에서 마지막에는 발산하고 표출하는 연기를 했는데.

▶마지막 부분이 혹여 연기자에 대한 혜택이 될까봐 되게 걱정을 많이 했다. 끝까지 그런 부분은 안 보여줬으면 하기도 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이야기가 연기를 위해 흘러가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더 발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지금 버전으로 정리해주셨다.

-그동안 사회성이 짙은 영화들을 많이 해왔는데.

▶그런 경향이 분명히 있었다. 의식한 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마인드가 바뀌었다. '우아한 거짓말' 이한 감독님이 자기는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이 아주 와 닿고 민망해지까지 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을 위한 영화만 했나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단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보니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나도 친숙해졌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어떤 점에 가장 주안을 뒀나.

▶착하고 답답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가장 방점을 찍었다. 작은 일을 하는데도 정말 온 힘을 다하는 사람. 답답하고 성실할 것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사람.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있고. 그런 사람에게 애정도 많다. 사람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주위에 그런 분이 있기도 했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슬프다. 그런 사실을 스스로가 알고 있어서 더 슬프다. 나도 그렇다. 내 시선으로, 그 안에서 자존감을 지키려 한다. 인기스타가 되려 한 적은 없지만 나는 죽었다 깨도 될 수 없지 않나.

-왜 인기스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나. '괴물'로 데뷔한 이래 늘 따라붙는 꼬리표 때문인가.

▶외모?(웃음) '오피스'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분이 '괴물' 아역 꼬리표를 떼려고 이런 작품을 했나고 질문을 하셨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외롭다고 느낀다.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려 작품을 택했던 적은 없다. 인기스타가 되기 위해 작품 선택을 했던 적도 절대 없다. 그저 내게 재밌으면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봉준호 감독님 영화로 데뷔했고, '설국열차'까지 했던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내 장점을 찾아준 것 같고. 그게 사실이다.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연기에 도움이 되나.

▶예컨대 프랑스에 빠뺑 자매 사건이란 유명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 하녀로 일하던 두 자매가 7년간 일하던 집안의 여주인 모녀를 잔인하게 살인한 사건이다. 상사를 죽이고 싶다고 하루에 세 번씩만 생각해도 1년이면 얼마나 많나. 그렇게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를 막상 살인으로 풀면 오히려 성취감이 사라진다고 한다. '오피스'에서도 마찬가지 감정을 느꼈다.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어떤 목표가 없는 건 그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도달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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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사진=이동훈 기자


-사람들 관찰을 좋아하고, 관찰한 결과를 캐릭터로 녹여낸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어땠나. '오피스'에선 가족을 살해한 김병국 과장 역할인 배성우와 일치되는 순간까지도 있었는데.

▶인생의 최고 재미가 관찰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정말 많다. 그렇게 관찰한 사람들을 언젠가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한 10명 정도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내 연기 원동력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그렇게 하면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그 사람의 분신처럼 느껴지도록 동일시한다. 그게 인간관계에서 최고인 것 같다. '오피스'에선 그 대상이 김병국 과장이었다.

-'오피스'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류현경과 거의 매일 만나 탁구도 치고 영어공부도 한다던데. 영어공부는 미래를 위한 준비인가.

▶(류)현경 언니랑 사귄다는 소리까지 들을 것 같다. 현경 언니도 내가 동일시하고 있는 사람이다. 같이 영어공부를 하는데 어떤 목표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다. 의미나 목표가 있더라도 의식적으로 하진 않는다. 억지로 그 말을 꺼내면 말에 갇히는 것 같다. 그저 쌓아가다 보면 어떤 기회를 만났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정도. 배우 활동을 할 때도 어떤 목표를 갖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어떤 인물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그 말에 갇힐 것 같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게 동일시 하다보면 나중에 상처를 깊게 받을 수 있지 않나.

▶예전에 누군가와 사랑을 할 때 정말 그 사람인 것처럼 동일시했었다. 그런데 헤어지니 부질없더라.

-'오피스'에서 부장으로 출연한 김의성과 서른 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데 정말 친구처럼 지냈다던데.

▶"친구야"라고 부른다. 의성 선배가 먼저 친구로 지내자고 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박성웅은 남자, 여자 통틀어서 고아성처럼 자기를 편하게 대한 후배는 처음이라고 하던데.

▶(푸하하)성웅 오빠는 정말 내 이상형이다. 겉은 거친 남자 같지만 정말 자상하고 배려 넘친다.

-차기작인 '오빠생각'에선 그동안 했던 모습과는 또 다른데.

▶그래서 내게는 오히려 새로웠다. 그런 말이 사실 굉장히 오만한 것인데,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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