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과연 '김성근식 야구' 적응할까?… 관건은 '퀵후크'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8.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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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 후 한화 김성근 감독과 로저스가 만나 두 손을 맞잡았다. /사진=뉴스1





선발 투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2회를 채 넘기지 못한 채 강판된다. 1회 스타팅 라인업에 올라와 있던 타자가 첫 타석에서 만루 기회가 오자 지체 없이 대타로 바뀐다. 베테랑이 1회 수비서 두 차례 미덥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교체된다. 팀이 8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클로저'가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한다.


이 모든 장면은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실제로 나온 상황들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야구'. 다른 팀이나 감독들이 좀처럼 할 수 없는 야구. 김성근 감독이니까 할 수 있는 야구. 김성근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야구.

현재,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꼴찌였던 팀을 5위까지 끌어 올렸다. 한화는 후반기 49경기를 남겨놓은 이 시점에 48승47패를 거두며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한화가 최근 KIA에 3연패를 당했다. 어느덧 승패 마진도 올 시즌 최다였던 '+6'에서 '+1'까지 줄었다. 리그 선두 삼성과는 9경기 차로 벌어졌다. 반면, 리그 공동 6위인 SK, KIA와는 반 게임 차로 좁혀졌다.

이제부터 더욱 험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한화는 4강 싸움이 아닌 SK, KIA와 함께 5위 사수를 위한 혈투를 벌여야 한다. 하지만 한화는 부상 등으로 완전체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공격 첨병' 이용규가 지난달 31일 경기서 사구에 종아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결국, 근육 파열이라는 진단과 함께 3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복귀에는 4주가 걸릴 전망. 또 여름만 되면 살아났던 외국인 투수 유먼도 '어깨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마냥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했던가. 한화는 올 시즌 찾아온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한화 선수단은 이 순위를 유지, 혹은 도약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가을야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화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현역 메이저리거로 올 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에스밀 로저스(30). 한화는 지난 1일 로저스와 연봉 70만달러(약 8억2천만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로저스의 최대 강점은 평균 구속이 150km에 달하는 빠른 공이다. 또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무기로 구사할 줄 안다. 아무리 국내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150km대의 빠른 공은 어느 타자나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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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화 선수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로저스. /사진=뉴스1





지난 2003년 콜로라도에 입단한 그는 지난 2009년 9월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우완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7년 간 210경기에 출전해 19승 22패 평균자책점 5.59(454이닝 282자책)를 기록했다. 533피안타(60피홈런) 26사구 180볼넷 386탈삼진 피안타율은 0.293을 각각 기록했다.

2012년 시즌 도중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그는 2013년 토론토로 다시 팀을 옮겼다. 이어 2014 시즌 도중 뉴욕 양키스에 입단, 올 시즌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다. '경험 많은 현역 메이저리거'. 더욱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다는 점이 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한화는 잔여 경기를 위해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하지만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역시 최대 관건은 아시아 야구, 그리고 한국 야구에 대한 '적응'이다. 적응. 이곳 야구 스타일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원만하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일 입국해 대전을 방문한 로저스를 향해 "기대가 크다"면서 "아시아에 처음 온 만큼 음식도 잘 챙겨먹길 바란다"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의 먹는 것부터 생각한 것. 김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담긴 말이었다.

그런데 음식과 더불어 그가 반드시 적응해야 할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김성근 야구'다. 앞에서도 열거했듯이 '김성근 야구'는 분명 특이하다. 다른 팀이나 감독들로부터 좀처럼 보기 힘든 야구다. 파격의 연속이다.

앞서 탈보트와 유먼은 국내 무대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기에, 스프링캠프서부터 착실하게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 그렇지만 로저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 길들여져 있다. 갑자기 '김성근 야구'를 접하면 처음에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며 당황할 지 모른다. 즉, 적응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초반에 무너졌을 때 본인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서 '퀵후크(6회 이전 3실점 이하 선발 투수가 강판되는 상황)'가 나온다면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 물론 야구는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다. 한국에서 잘했던 강정호는 미국서도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김 감독의 경우, 외국인 투수들에 대해서는 올 시즌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유먼과 탈보트의 경우, 각각 올 시즌 5차례 퀵후크가 있었다. 과연 로저스는 한화서 성공할 수 있을까. 로저스가 '김성근 야구'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 로저스의 메이저리그 시절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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