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최덕문 "광복절 전에 1000만 가고 싶네요"(인터뷰)

영화 '암살' 황덕삼 역 최덕문 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8.03 09:07 / 조회 : 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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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문/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최덕문(45).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전혀 낯설지 않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최민식 분) 장군의 뒤를 따르던 충직한 송여종 장군, KBS 2TV '마왕' 강오수(엄태웅 분)의 형이자 '상어'에선 한이수(김남길 분)의 조력자였던 강희수로 열연을 펼쳤던 사람이 최덕문이었다. 영화 '도둑들'에서 잠파노(김수현 분)와 진한 키스신을 펼쳤던 강한 인상을 남긴 카지노 지배인도 바로 그였다.

'신스틸러'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동을 해왔던 최덕문이 '암살'을 통해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렸다.

'암살'은 1933년 중국 상하이와 한국 서울을 배경으로 암살 작전을 위해 모인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리고 청부살인업자까지, 조국도 이름도 용서도 없는 이들의 서로 다른 선택과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최덕문은 폭탄 전문가 황덕삼 역을 맡아 조진웅, 전지현과 함께 독립을 위한 암살 작전을 펼친다.

어딘가 엉성하지만 최고의 폭탄제조 기술을 가진 전문가 황덕삼은 '암살'에서 웃음과 감동을 담당했던 캐릭터다. 최덕문은 이런 황덕삼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도록 소화했다. 스스로는 "이런 상업 영화 포스터에 얼굴이 나와 본 것은 처음"이라고 수줍어했지만 최덕문의 존재감과 임팩트만큼은 전지현과 하정우, 이정재, 오달수, 조진웅 등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당일 '암살'이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400만 축하 인사와 함께 "'1000만은 가야 하지 않냐'는 주변의 기대감 때문에 부담스럽진 않냐"고 첫 질문을 건내자 "부담이기보단 희망이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최동훈 감독이나 제작자인 안수현 대표, 다른 주연 배우들은 부담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역할도 묻어가고 하다

보니 부담보다는 희망이 되더라고요. '1000만이 되면 정말 좋겠다' 이런 마음이요. 최동훈 감독님은 '800만만 되도 행복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좀 달랐죠.(웃음) 광복절 전에 1000만을 가고 싶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올해 광복 70주년이기도 하고요. 딱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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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문/사진=임성균 기자


최덕문은 2000년 영화 '박하사탕'의 단역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1994년부터 연극 단원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합치면 20여 년의 시간 동안 연기라는 한 길만 걸어왔다. 그럼에도 최덕문은 겸손했다. "'암살'에 모인 사람들은 전국구 맛집이라면, 나는 이제 성북구 지역 맛집 정도 수준"이라며 "함께 하면서 욕먹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겸손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퇴장에 있어서 아쉽다는 말도 있지만, 그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퇴장도 힘들잖아요.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걸 연기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암살'로 들었던 얘기 중 가장 기분 좋았어요."

그러면서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매 순간 함께 붙어 다니며 명콤비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에 대해선 "애드리브를 정말 잘하는 친구"라며 "후반부를 살리기 위해선 전반부에서 더욱 유쾌하고 재밌고, 호흡이 살길 바랐는데 애드리브로 그 부분을 살려 전 그 역할 그대로 있어도 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최덕문은 촬영장에서도 조진웅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막강 호흡을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극중 암살단의 대장이었던 전지현에게 대기 시간에도 "대장"이라고 부르며 최강 팀워크를 유지했다.

'도둑들'에 이어 또 다시 만난 최동훈 감독에 대해선 "다시 만난다는 것만으로 좋고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에 작은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에게 차기작에선 더 크고 강렬한 역할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인만큼 "다음을 기대해도 되겠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도 "분량과 상관없이 최동훈 감독의 작품은 무조건 열심히 하고 싶다"면서 믿음과 신뢰를 드러냈다.

"'도둑들' 상영이 끝나고 한 방송에서 메이킹 필름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최동훈 감독에게 직접 전화가 와서 '최덕문 씨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도둑들'에 얼마나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나요. 그때 '다음에 나에게 작품 하나 주시진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진짜 주더라고요. 촬영에 들어가기 4개월 전에 제가 연극하는 공연을 직접 보고,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그땐 이렇게 큰 역할인지 몰랐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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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문/사진=임성균 기자


그동안 연기라는 한 길을 걸어왔고, 단단한 연기력을 가진 것에 비해선 지나치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다. 스타 배우들이 대거 배출된 '지하철1호선'을 거쳐 유오성, 송강호, 이성민 등이 활동했던 극단 차이무에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최덕문이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는 것에 지칠 법 한 시간도 있었을 테지만 최덕문은 "운이 좋게도 계속 연기를 한 덕분에 힘들거나, 작품에 목말라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전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던 배우는 없었을 거예요. 다행히 전 저는 극단이 좋아서 좋은 작품도 계속 할 수 있었고, 영화도 작은 역할이라도 계속 출연해왔죠. 잘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한데 그렇게 크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당장 눈앞에 뭔가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나이를 먹으니까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번엔 송강호 형도 '축하한다'고 연락을 주더라고요."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왔을 테지만 최덕문은 "제대로 된 루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색다른 바람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상하게 저를 번듯하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마인드도 평소 생활도 루저에 가까워요. 아직도 대학로 근처에 살고 있고요. 촬영이 없으면 후배들 공연 보러 가고, 같이 소주 마시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취업도 못하고 형 집에 얹혀살면서 조카들한테 4000원 씩 삥 뜯어서 담배를 피는 동네 한량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연기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전 이런 것들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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