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 "'가면' 수애·주지훈 멜로, 너무 일찍 시작했다"(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5.08.01 16:53 / 조회 : 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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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정훈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배우 연정훈(37)과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유쾌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SBS 드라마 '가면'(극본 최호철 연출 부성철 제작 골든썸픽쳐스 심엔터테인먼트) 때문이었다.


연정훈은 '가면' 촬영을 하며 가졌던 여러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결말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악역 연기에 대한 생각, 연기자로서 자신의 커리어 등을 떠올리며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유쾌하게 생각을 전했다. 여기에 중화권 스타 성룡과 함께 했던 영화와 아내인 배우 한가인의 근황까지 꺼낸 그였다.

'가면'은 연정훈에게 악역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한 작품이었다. 연정훈이 연기한 민석훈은 '가면'에서 남녀 주인공인 변지숙(수애 분)과 최민우(주지훈 부)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서 시종일관 괴롭히고 압박하며 극에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싸늘한 감옥행을 맞이한 순간까지도 연정훈의 눈빛은 강렬했고, 존재감은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정훈은 '가면'의 극 전개에 있어서 여러모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흔히들 있는 쪽대본 촬영 말고도 '가면'의 시놉시스 상에 있었던 주요 스토리와 민석훈만의 과거 이야기들에 대해서 연정훈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작가가 혼자서 작품 전체를 쓰다보면 모든 인물들에 100% 이입을 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잖아요. 처음에는 그래도 주어진 틀 안에서 대본 자체를 많이 따라갔었는데 마지막 쯤 됐을 때는 인물을 그려가는 데 있어서 놓치는 부분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극 전체로 봤을 때 변지숙과 최민우가 연인이 된 이후 그려지는 멜로가 너무 일찍 붙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가면'이 주는 강렬함은 초반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중, 후반부로 갈수록 '가면'의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연정훈은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원래 엔딩은 기존의 시놉시스처럼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몇몇 스토리를 보면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까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죠. 특히 악역인 민석훈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극중 캐릭터가 가진 힘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강하게 더욱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연정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절대 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는 연정훈이 '가면'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전 작품에서 제가 연기했던 인물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착했다가 갑자기 악해졌다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었거든요. 하지만 민석훈은 처음부터 악인이었고요. '가면'을 선택했던 것도 악마와 거래하는 순정적인 여인의 스토리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주위에서 많이 욕을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특히 아내 한가인의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처음 시작했을 때 와이프(한가인)가 '처음에는 나쁜 척하더니 10회 넘어가서부터는 '가면에 아주 나쁜 놈이 있었네?'라고 말하더라고요."

연정훈은 이와 함께 민석훈의 과거 이야기 등이 '가면'에서 많이 그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그래도 민석훈의 스토리가 가진 신파적 느낌도 분명 있었어요. 실제로 재벌가를 향해 민석훈이 억울해하며 분노하는 촬영도 진행됐었는데 아쉽게 편집됐더라고요. 민석훈의 과거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극중에서 줄어들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민석훈이 왜 악하기만 할까 하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원래 민석훈의 타깃은 변지숙도, 최민우도 아닌, 회장님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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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정훈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연정훈이 밝힌 '가면'의 원래 결말은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유인영이 연기한 최미연의 극단적인 마지막 선택이 압권이었다. '가면'은 지난 7월30일 마지막 회에서 최미연이 민석훈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결국 절벽 아래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원래 '가면' 시놉시스에서 담겨진 내용은 더 자극적이었다.

"물론 최미연이 민석훈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자살하는 스토리 자체는 큰 틀에서 변하지 않았죠. 원래 민석훈은 최미연과 같이 도망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최미연이 그 자리에서 민석훈을 전기 충격기로 쓰러트린 채 호텔로 향해 민석훈을 묶고 최미연은 민석훈을 끌어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원래 결말이었어요. 그만큼 최미연이 민석훈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의미를 담은 결말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정훈은 자신의 상대역이었던 유인영이 악역 연기에 대해 자신에게 했던 조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인영이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원래 시놉시스 상에 있던 저 결말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요. 그리고 악역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로 극중 악행이 안 나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배우 활동을 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부족함을 느껴온 연정훈에게 '가면'은 그 부족함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준 작품이었다.

"광기어린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좀 있었어요. '제중원', '에덴의 동쪽' 속 캐릭터와는 다른, 미친 무언가를 갖고 있는 캐릭터를 원했었죠. 이번에 민석훈을 연기하면서 조명 등 연출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좀 더 어둡고 차가운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어요. 민석훈은 다른 작품보다 많이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중반 이후부터 느끼는 공허함이나 심적인 부담도 분명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무서워질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도 상당부분 찾았던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의미 있었던 작품을 마친 연정훈에게 차기 계획을 물었다.

"제안은 계속 들어와요. 현재로선 아직 아무 생각이 없어요(웃음).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룡과 찍은 '스킵 트레이스'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요. 성룡, 판빙빙, 자니 녹스빌 등이 출연했죠. 배우로서 성룡과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큰 역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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