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오빠, 이런 어장관리라면 기꺼이 당하겠어요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8.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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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레드카펫 당시의 톰 크루즈 / 사진=스타뉴스


2009년 처음 목격한 톰 크루즈의 레드카펫은 '충격'을 넘어 '경악'으로 기억된다. 취재를 위해 코엑스 메가박스의 레드카펫 중간 즈음 자리를 잡았으나, 8년 만에 한국에 온 할리우드 톱스타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그는 너무(!) 꼼꼼히 사인 중이었다. 10m 전진에 1시간이 족히 걸렸다. 좀 다가온다 싶으면 되돌아가 다시 사인을 했다. 아침부터 기다린 팬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일을 하러 온 터라 피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노트북 배터리는 숨이 넘어가려고 했다. '쇼파 점프'나 사이언톨로지 신봉으로 미국에서도 이래저래 미운 털이 박혔던 톰 크루즈가 썩 곱지만은 않았던 때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놓친 사람이 있나 2시간 동안 촘촘하게 레드카펫을 훑은 그는 피곤에 절어있던 기자에게도 100만 불짜리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스타였다. 멋지고, 열정적이며, 진정 프로다운. 그 때였다.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팬 서비스가 드라마틱하게 다정다감해지기 시작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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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레드카펫의 톰 크루즈 / 사진=이기범 기자



2015년 7월 30일 53살의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을 들고 7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이날 저녁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톰 크루즈의 레드카펫이 진행됐다. 위에서 지켜보는 이들까지 2000명 가까이가 모였다. 레드카펫 길이는 80m. 마음을 비우고 일단 노트북을 껐다. 아니나 다를까 6번의 레드카펫 역주행이 벌어졌다. 사진·사인·악수는 기본. 그는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팬들에게 닿을 듯 가까이 얼굴을 댔고, 팬들이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주워 건네는가 하면, 머리에 떨어진 종이를 치워주기도 했다. 친절한 톰 아저씨'가 너무 친숙해져 버린 팬들은 험상궂은 경호원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가슴팍까지 끌어당겨 셀카를 찍었고, 어깨동무도 스스럼없이 했다. 톰 크루즈는 선물을 준 이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땡큐'를 연발하며 감격해했고, 가끔 포옹을 하기도 했다. 표정은 팬들 만큼 밝았다. 오스트리아를 출발해 이날 새벽3시 한국에 도착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겨우겨우 레드카펫을 지나 무대에 오른 그가 한 한국말이라곤 2년 전 6번째 방한 때와 마찬가지로 "사.랑.해.요" 네 글자가 전부였지만, 그의 레드카펫엔 사실 말이 더 필요 없었다. 연기가 직업인 사람이 보여준 한국어장 관리일 뿐이라 한들 어떠랴, 그만한 정성과 에너지라면. 진정한 프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야기하는 법이다. 불가능한 미션을 결국엔 해내고야 마는 '미션 임파서블'의 최정예요원 에단 헌트처럼.

P.S.


진행자 김태진은 이날 레드카펫의 숨은 주역 중 하나였다. 도무지 진전이 없는 레드카펫을 진행하며 그는 마라톤 중계는 저리가라 할 지구력과 입담을 선보였다. 심지어 선수는 톰 크루즈 한 명, 목소리는 몇 배 커야 했다. 그는 "왔다갔다, 바느질로 치면 박음질 수준", "정주행 뿐 아니라 역주행 하는 레드카펫", "No가 없는 팬 서비스"라며 톰 크루즈만큼 열정적으로 멘트를 쏟아냈다. "역대 최장 시간의 레드카펫인 것 같습니다. 저도 톰 크루즈가 언제 무대에 올라올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이 왜 그리 웃기고도 절절하던지. 아아 동병상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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