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김소현이 말하는 '순정' 그리고 첫사랑

고흥(전남)=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7.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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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와 김소현 / 사진=이동훈 기자


사방이 무성한 초록빛인 전남 고흥의 점암초등학교 화계분교 운동장. 도경수(22)와 김소현(16)이 호흡을 맞추는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제작 주피터필름)의 촬영이 한창이다. 햇빛에 나가면 홱 끼치는 열기에 숨이 턱 막히는 현장의 체감 기온은 40도에 육박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대다수인 보조 연기자들은 열정적으로 움직이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그늘을 찾아가기에 바빴다. 모자를 뒤집어 쓴 스태프의 피부는 하나같이 구릿빛. 뽀얀 피부를 자랑했던 도경수와 김소현도 전에 없이 그을린 얼굴로 현지화 완료를 알리고 있었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중 도착한 23년 전의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도경수와 김소현은 1991년의 17살 소년 소녀가 됐다. 김소현이 몸이 아파 섬에서 지내면서도 훗날 라디오 DJ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수옥 역을, 도경수는 그런 수옥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카세트 테이프를 선물하는 것으로 마음을 전하는 수줍음 많은 범실 역을 맡았다. 연준석 주다영 그리고 이다윗 등 듬직한 또래 배우들이 동갑내기 친구들로 호흡을 맞춘다. 함께 고민하고 고생하며 이미 진짜 친구들처럼 가까워졌다는 다섯 사람을 보고 있자니 타임머신을 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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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다윗, 도경수, 연준석, 김소현, 이은희 감독, 주다영 / 사진=이동훈 기자


이날의 촬영분은 수옥이 마을 노래자랑에 나가고 싶어 하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이 우여곡절 끝에 수옥을 무대에 올리는 장면. 하얀 셔츠에 멜빵 치마를 입은 김소현이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부르며 수줍게 노래를 시작하자 도경수를 비롯한 네 친구가 어깨를 들썩이며 등장해 흥을 돋운다. '뽀글머리' 이다윗과 훤칠한 연준석, 주근깨소녀 주다영이 신나게 몸을 흔드는 와중에 눈길을 잡아끈 건 대세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이기도 한 디오(D.O) 도경수의 막춤. 엉거주춤 무대 구석에서 등장한 그는 양 팔을 차례로 내지르다 엇 박으로 리듬을 타며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리는 춤솜씨를 선보였다. 곳곳에서 '이를 어째'하는 웃음이 터졌다.

도경수는 "제가 엑소다 보니까 항상 멋진 퍼포먼스만 보여드려야 해 막춤을 출 기회가 없었다"며 "영화에서 말도 안 되는 막춤을 하게 돼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아까는 제가 잘 춘 줄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감사합니다"라며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카트' 이후 꾸준히 연기자로 활약 중인 도경수는 '순정'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했다. 작지만 인상적인 역할을 거푸 선보여 오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젊은 다섯 연기자들 중 연기 경험은 가장 적지만 나이로는 1993년생인 도경수가 맏형이다. 이다윗은 도경수에 대해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도 맏형 같은 느낌이 확확 든다"며 "엄청 잘 챙겨주고, 한 명 한 명 불편한 것 있는지 없는지 챙긴다"고 귀띔했다. 세수하다보면 샴푸, 바디워시도 하나하나 챙겨준다며 "엄마 같을 정도로 다정다감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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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의 도경수 / 사진=이동훈 기자


지켜보며 웃음짓던 도경수는 영화 속 17살의 순수를 간직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카트'의 태영이나 '괜찮아, 사랑이야' 한강우 같은 캐릭터들은 다들 마음에 슬픈 기억이 있었다"며 "'순정'에서는 너무 박고 씩씩하다. 그런데 또 수옥이를 좋아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쑥스러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멜로 영화다보니까 이 나이에 느끼기 어려운 고등학생의 설렘을 경험해보고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도 말했다. 자연히 그의 첫사랑에 관심이 쏠렸다. 핫한 연기돌의 고백에 절로 귀가 '쫑긋' 서는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의 경험이 '순정'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소현이 보면서 그 때 생각도 하고. 그 때 짝사랑을 했던 설레는 감정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그래서 너무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첫사랑 하면 밝고 '분홍분홍' 하트(를 떠올리)지만, 저는 우울하고 슬픈 게 더 커요. 첫사랑을 할 때 감정은 행복하고 좋지만 끝날 때는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첫사랑이 좋은 기억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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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의 김소현 / 사진=이동훈 기자


청순미 넘치는 10대 스타 김소현은 극중 친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드라마 '보고싶다', '후아유-학교 2015',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에서 활약하며 이미 고운 미모와 촉촉한 감수성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녀는 이렇게 첫사랑의 아이콘에 도전한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연기든 실제든 좋다"는 김소현은 "첫사랑 역이 처음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봤을 때 관객 분들이 저를 보면서 정말 설레야 하고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까. 감독님이랑 이야기했던 게 전형적인 첫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기존의 '첫사랑'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겠지만 영화를 보시면 수옥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더 느끼실 거예요. 수옥이라는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좀 더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운 미모로 미녀스타의 아역을 도맡으며 나이보다 성숙한 캐릭터를 자주 그려 온 김소현은 고등학교 1학년, 제 나이와 같은 캐릭터를 맡아 더욱 기대가 높다. 까만 피부 분장도 데뷔 후 처음.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김소현은 "드라마에선 항상 성숙하게 보여야 했고 또 예뻐 보여야 했다"며 "피부를 어둡게 하니 너무 어려 보여 충격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려 보이면 멜로가 될까, 촌스러워 보이진 않을까 했다"면서도 "저도, 극중에서도 (우리 나이로) 17살이다. 이게 제 지금의 모습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게 순수, 순정이란 단어예요. 이 영화를 하면서 첫사랑이란 느낌이 굉장히 묘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뤄질 수 있을 때와 이뤄질 수 없을 때 느낌이 너무 달라서요. 순수하지만 잔인하게도 느껴져요…. 아직 첫사랑의 경험은 없지만, 어쨌든 오히려 많이 생각 안하고 경수 오빠와 호흡을 할 때 잘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워낙 오빠가 순간순간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잘 와 닿거든요. 어떻게 멜로를 할까 고민하는 것보다 그 때 그 때 순간순간 설레는 마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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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의 김소현과 도경수 / 사진=이동훈 기자


도경수, 김소현을 비롯한 다섯 젊은 배우들이 하나같이 순하고 착해 '순정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이은희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경수에 대해서는 "머리를 쓰는 법을 모르고 감성으로 연기한다. 그에서 오는 에너지가 있다. 마음에 있는 게 숨겨지지 않는 배우"라며 '창문 같은 눈'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에 대해선 "대체 이런 감정을 어떻게 17살 나이에 알까 싶을 만큼 순간적인 집중력과 표현력이 있다"며 '멜로 신동'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고흥의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리고 그만큼 고운 배우들과 함께 잊고 지냈던 '순정'을 이야기하는 영화 '순정'은 이제 약 절반의 촬영을 마쳤다. 남은 무더위 또한 촬영과 함께 보내야 할 도경수와 김소현은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사랑을 그려보이겠다며 "열심히 찍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화는 내년 상반기 관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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