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트레이드 올인' 샌디에고, 손절매 나선 사연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7.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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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가 FA시장서 4년 7500만달러에 모셔온 제임스 쉴즈. /AFPBBNews=뉴스1





샌디에고 파드레스는 지난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구단 중 하나였다. 아이비리그(코넬대) 출신 A.J. 프렐러 단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12월 중순 이틀사이에 ‘블록버스터’급으로 평가되는 대형 트레이드를 연속 3개나 터뜨리며 맷 켐프, 저스틴 업턴, 윌 마이어스를 차례로 영입, 외야진을 완전히 물갈이한 것을 시작으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에이스 제임스 쉴즈를 4년간 7,500만달러 계약을 주고 모셔오고 개막 직전엔 또 다른 대형 트레이드로 올스타 클로저 크레이그 킴브럴까지 영입,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변신했다. 스몰마켓 팀이라는 샌디에고의 구조적 핸디캡을 감안하면 거의 ‘올인’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감한 도박이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샌디에고가 지난 오프시즌 동안 가장 전력이 많이 향상된 팀이라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위협할 팀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심지어는 ‘다크호스’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꼽은 전문가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생각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이 중반 이후로 접어들기 시작한 현재 샌디에고는 47승52패(현지시간 26일 경기까지)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다저스에 8.5게임차로 뒤져있는데 아직 남은 경기 수를 감안하면 시즌을 포기하기엔 조금 빠른 듯해 보이지만 샌디에고 수뇌부는 이미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복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야말로 뼈저린 ‘투자 실패’를 인정하고 오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전에 투자금 회수차원의 대규모 ‘손절매 세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 팀들 사이에는 샌디에고가 에이스 쉴즈는 물론 저스틴 업턴에 클로저 킴브럴까지 불과 6개월여전에 영입했던 선수들과 선발투수 이안 케네디, 앤드루 캐스너까지 모조리 시장에 내놨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고 돌고 있다.

이처럼 샌디에고가 빨리 ‘손절매’ 쪽으로 전환한 것은 올 시즌 회복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 외에도 지난 오프시즌의 투자가 모두 지나치게 후반 집중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간을 지체할수록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우선 켐프 트레이드를 보자. 파드레스는 켐프의 잔여계약 1억700만달러 중 다저스로부터 3,200만달러를 보상받기로 했는데 이중 1,800만달러를 올해 일시불로 받았다. 그로 인해 샌디에고가 올해 켐프에 지급해야할 연봉부담은 300만달러에 불과했다. 올해까지는 그리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내년부턴 그 부담이 확 올라간다. 샌디에고가 켐프에 지불해야 할 연봉이 내년부터 향후 4년간 매년 1,800만달러씩으로 치솟는 것이다.

쉴즈와의 계약도 마찬가지다. 올해 쉴즈의 연봉은 불과(?) 1,000만달러로 특급 FA 투수치곤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향후 3년간은 매년 2,100만달러로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뛴다.

이처럼 큰 계약들이 후반 집중형으로 설계된 덕에 오프시즌 엄청난 영입러시에도 불구, 올해 샌디에고의 팀 연봉총액은 1억800만달러로 지난해 9,100만달러에서 1,700만달러 정도 오른 수준에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턴 그 액수가 천정부지로 훌쩍 뛰게 된다. 지금 현 상태로 내년 시즌을 맡는다면 치솟을 연봉부담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진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샌디에고가 후반 집중형 계약을 선택하며 이런 엄청난 계약들을 선뜻 떠맡는 ‘올인’을 감행한 것은 이번에 성공적인 플레이오프 시즌을 보낼 경우 팬들의 흥분도와 열기의 상승으로 구단 관련 수익도 크게 늘어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 이후 다가올 연봉부담 상승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도박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팀 성적이 계속 5할 선 밑에서 맴돌면서 플레이오프 희망은 거의 사라졌고 과감한 올인으로 대박을 노렸던 꿈은 깨진 반면 성적과 함께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쪽박의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오프시즌의 공격적인 ‘올인’ 투자의 실패로 샌디에고가 입게 될 손실은 심대하다. 우선 다음 4년간 7,200만달러 계약이 남은 켐프와 올해 포함, 3년 4,640만달러 계약이 남은 멜빈 업턴의 경우는 기량에 비해 너무 높은 몸값으로 사실상 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한 선수들이다. 그나마 켐프는 아직 필드에서 사용가치가 다소 남아있지만 킴브럴을 붙잡는 과정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데려온 업턴은 필드에서 전혀 쓸모가 없어 그야말로 ‘돈만 먹는 하마’다. 심지어 불과 5개월전에 영입한 쉴즈와 킴브럴도 필드에서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재정적으론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쉴즈는 앞으로 3년간 6,50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는데 곧 만 34세인 그를 트레이드하려면 최소한 2,000만달러 정도는 샌디에고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스타 클로저 킴브럴의 경우는 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하나지만 시장에 괜찮은 클로저들이 워낙 많아 역시 내다 팔아도 큰 대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이는 금전적인 차원에서의 분석이었고 야구 차원에서의 타격은 더 클 수도 있다. 샌디에고가 지난 오프시즌 일련의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 내 최고 유망주들을 다수 트레이드한 것이 앞으로 수년간 정말 피눈물을 자아낼 전망이다. 우선 켐프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에 내준 캐처 야스마니 그란달은 올해 26세로 생애 첫 올스타가 됐다. 그란달은 올해 연봉이 70만달러도 안되지만 그의 성적은 타율 0.281, 14홈런, 37타점, OPS 0.901로 연봉 2,150만달러인 켐프(타율 0.257, 11홈런, 54타점, OPS 0.719)보다 더 좋다.

저스틴 업턴과 킴브럴을 얻기 위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내준 유망주들도 펄펄 날고 있다. 만 22세의 영건 우완투수 맷 위즐러는 6차례 선발등판에서 4승1패, 방어율 3.60을 기록 중이며 센터필더 캐머룬 메이빈도 타율 0.282, 8홈런, 47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또 윌 마이어스 트레이드때 워싱턴 내셔널스로 보낼 유망주 중 한 명인 또 한 명의 22살짜리 영건 조 로스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부상으로 빠지자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5게임에서 2승3패, 방어율 3.03의 뛰어난 피칭을 보이며 빅리그에서 대성 가능성을 보여줬다. 같은 트레이드로 내셔널스로 간 유격수 트레 터너도 마이너리그에서 3할2푼이상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어 조만간 빅리그 승격이 기대되고 있다.

결국 샌디에고로선 가뜩이나 ‘올인’한 투자실패로 인해 재정적으로 쪽박을 차게 된 마당에 그 과정에서 내준 유망주들까지 펄펄 날고 있어 이중으로 속이 쓰리게 됐다. 더구나 만약 올해 영입한 쉴즈와 킴브럴 등을 한 시즌도 데리고 있지 못한 채 내보낸다면 FA시장에서 샌디에고의 평판은 땅에 떨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한동안은 FA들이 샌디에고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계속 품으며 내년 시즌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 보인다. 한 번의 성급한 올인이 불러온 후유증으로 샌디에고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에 걸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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