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많은 상을 타니 두렵더라..그래도 처음처럼"(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7.08 11:01 / 조회 : 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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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사진=임성균 기자


지난해 한국영화의 발견이란 불린 천우희. '한공주'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상을 휩쓸었다. '써니'와 '마더'에서 천우희를 눈여겨봤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그녀에게 쏟아진 주목은 갑작스러웠다.


천우희는 "담담하려 했고, 기대를 가질 테니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진주는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 천우희는 9일 개봉하는 '손님'에서 지금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손님'은 한국전쟁 직후 지도에도 없는 마을에 피리를 부는 떠돌아 악사 부자가 찾아와 득실거리는 쥐떼를 쫓아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천우희는 마을의 지배자인 촌장에게 무녀 역할을 강요받는 과부 역할로 출연했다. 떠돌이 악사인 류승룡과 정을 통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면도칼을 휘두르던 여고생에다가 베드신도 불사했던 거친 여자에, 끔찍한 일을 겪은 소녀,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다가 투쟁에 나선 여인 등 천우희가 그동안 맡았던 역할은 하나같이 셌다. '손님'에서도 못지않다. 그녀는 왜 그런 센 역할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려 할까, 이야기를 들었다.

-'손님'은 왜 했나.


▶ 재밌을 것 같았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한국전쟁 직후에 접목시킨 게 남달랐다. 원래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 무속을 더한 것도 좋았다.

-CG도 많았지만 실제 쥐도 촬영에 많이 쓰였을 텐데.

▶동물을 좋아해서 쥐도 별로 징그럽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보기에 나쁘지 않더라. 생각보다 크다,라는 정도였다. 적당한 공포심을 가졌다고 할까? 쥐떼가 몰려든다는 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게 재밌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러브라인이 생겼는데 상대가 류승룡인데. 수위는 15세 관람가를 맞추려 했는지 높지 않고. 사실 외딴 마을에 과부라면 마을사람들에게 성적인 착취를 당할 것이란 설정도 있을 법 했는데.

▶적정선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표현이 없어도 이 정도면 맞다고 생각했고. 사실 성적인 착취 설정도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조정했다.

-이번엔 무당역할인데.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 모습을 좀 더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 같았고. 마침 촬영감독님과 조명감독님이 '한공주' 때 같이 했던 분이어서 이야기를 많이 한 끝에 살을 찌우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5㎏ 정도 찌웠다. 어떤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게 시나리오에는 명확하지 않아 지문에 얽매이지 않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도록 연기했다.

-계속 센 역할을 맡고 있는데.

▶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써니' 이후 힘든 시기도 있었고.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명과 암이 있었다. 계속 센 역할을 하게 되면 그렇게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아닐까란 두려움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작품을 못 하게 되면 그게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당장 내가 부드러운 역할을 하게 되면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란 고민도 들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하자 어느 감독님이 네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깐 그런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넓어지는 것이라며. 책임감도 느껴지고 자부심도 생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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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사진=임성균 기자


-지난해 많은 상을 타고 달라진 게 있나.

▶차가 바뀌었다.(웃음) 그렇게 들뜨진 않았다. 차분해지려고 했었고 그러다가 오히려 불안해지더라. 기대를 하면 실망이 커지는 법이니깐.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정지했다. 그냥 나는 달라진 게 없으니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제안이 오는 시나리오가 늘어나긴 했다. 처음으로 로맨틱한 역할도 제안을 해주시더라. 기분이 묘하긴 하더라.

-'손님'에서 천우희가 맡은 역할이 결정적인 장면들이 많긴 하지만 그 중 류승룡의 고백을 받아주는 장면이 인상 깊던데.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자기주장을 못하고 살던 여자가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한 것이니깐. 눈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 촬영이 끝났고, '뷰티 인사이드' 개봉을 앞두고 있고, '해어화' 촬영에 들어가는데.

▶잘 비우려하고, 잘 비우는 편이다. 그동안 봉준호 나홍진 강형철 이수진 김광태 감독님 등 정말 다양한 감독님들과 작업을 했다. 정말 다 다른 분들이다. 자기 주장이 명확한 분들이시고. 그 의견을 잘 맞추면서 중심은 안 흔들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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