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종 "'소수의견' 용역깡패 연기..경건한 사명감"(인터뷰)

영화 '소수의견'의 김형종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7.07 14:18 / 조회 : 9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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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의 김형종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김형종(42)은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제작 하리마오픽쳐스)의 VIP시사회를 보러 온 부모님을 향해 외쳤다. "이제는 닥치는 대로 작품 다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16년 째 영화배우로 살고 있는 아들의 영화 시사회에 2번째로 초대받은 부모님은 아들을 향해 두 손으로 크게 하트를 그렸다. 객석에 웃음보가 터졌다.

'소수의견'은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진압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 분)와 그를 변호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법정드라마. 김형종은 박재호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철거용역 김수만 역을 맡았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하기까지 2년, 김형종은 다른 작품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냥 다른 작품을 받아들이기가 싫었어요. 옳고 나쁘고를 떠나, 저는 애가 세상에 나오질 못하고 아직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데,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고 다른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할까요. 다른 작품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요. 배는 고팠지만 버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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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의 김형종 / 사진=스틸컷


그는 이경영과 함께 '소수의견'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다. 하리마오픽쳐스 임영호 대표는 '돈은 부족하지만 너와 하고 싶다'고 시나리오를 건넸고, '깡패 역은 안하겠다'던 김형종은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을 바꿨다.

"반해버렸어요. 얘가 굉장히 매력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유가 분명했고, 반전의 키를 지니고 있었거든요. 모두가 노력했겠지만, 김수만이라는 배역을 담기 위해 정말 노력했어요. 철거용역이라는 인물들을 위해 공부를 심하게 했어요. 김성제 감독이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요. 그런데도 잘 와 닿지 않더라고요. 당시 제가 머리가 길었는데 어느 날 강아지 미용 하는 '바리깡'으로 밀어버렸어요. 외적으로나마 가까워지고 싶어서요. '바리깡'으로 머리 민다고 다 원빈 같지 않아요. 잘 깎이지 않기도 하고, 중간 중간 걸리기도 하고.(웃음)"

바짝 머리를 밀고 영화사에 다시 들어선 김형종을 보자마자 김유평 PD는 속으로 '김수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다.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형종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GV를 쫓아가 필기하며 감독과 관객의 대화를 들었다. 손을 들고 질문도 했다. '열심히 잘 보여드리겠다' 약속도 했다. 그 약속을 2년 만에야 지킨 기분이다. 그는 "경건하게, 사명감을 갖고 했다"고 털어놨다.

"'실미도'가 3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행사를 했는데 북파공작원 가족들이 배우들 손을 잡아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서 너무 고맙다면서요. 그 때 충격을 받았어요. 사회성 있는 작품에 임할 땐 사명감이 있어야겠구나. 허투루 해서는 안되겠구나. 그러다가 '소수의견'을 만났어요. 저희 영화가 용산 참사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았죠. '소수의견'이 용산 참사에 대한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김수만이란 인물은 용산 참사를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철거 용역이기 때문에 용산 참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그의 출연분은 상당 부분 잘려나갔다. 매 촬영마다 3시간씩 감행했던 화상 분장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김형종은 "철거 용역의 엄청난 폭력이나 철거민들의 억울함을 보여주려 했던 영화가 아니기에 자극적인 장면들을 많이 걷어냈다"며 "촬영 분이 날아가면 화가 나기 마련이지만 '소수의견'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록 스스로 용산 참사를 떠올렸을지언정, 영화 자체의 의도는 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대만큼 많은 관객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히 그 분들의 억울함을 감히 위로해드리고 싶었고, 그런 일들이 자기네 사리사욕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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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의 김형종 / 사진=스틸컷


김형종은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의 송혜교 오빠로 등장하며 악역 연기로 강렬하게 브라운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형종은 "국민 나쁜 놈의 시발점이었다"며 "악역 1순위였는데, 다 나쁜 역할로 배역이 들어오기에 다 걷어찼다"고 당시를 되새겼다. 이게 아니다 싶고, 재미가 없었단다.

"변신이 연기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변신하든 그 시작은 '나' 저 자신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단순히 변신이 아니에요. 깡패라도 이유가 있어야죠. 동네 양아치부터 막 성장하려는 조폭, 전국구 보스까지 다 해봤어요. 다 나쁜 놈이라 해도 모든 게 달라요. 악역에도 이유가 있어야죠, 하물며 우리 집 진돌이(이천에 위치한 그의 전원주택에 사는 진돗개 이름이다)가 돌아다니는 데도 다 이유가 있는데, '묻지마 악역'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형종은 폭력이 아니라 법정이 철거 용역 김수만의 본 무대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강하고 세게 하지 않고, 잘려나간 장면마저 아쉬워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다. "'소수의견'에는 다 억울한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저는 김수만도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그 김수만의 억울함, 피해자의 모습을 법정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를 본 이라면 고집 센 배우의 진심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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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 무대인사 중인 배우 김형종/ 사진=이영주 사진작가


"지난 2년이 참 길었죠. 80세까지 산다면 절반이 지난 셈인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며 살 건가 고민을 진지하게 했어요. 회사원들처럼 꼬박꼬박 돈 받으면서 작품을 할 것이냐.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뒤돌아봤을 때 김형종 하면 진지한 연기를 했던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간 그런 작품이 제게 없었고, 왔더라도 제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것 같아요."

김형종은 이제 다음을 준비한다. 벌써 기획을 마치고 출연을 계획하는 영화도 있고, 드라마에도 간간이 등장할 예정이다. 후련히 지난 영화를 털어내고 다음을 이미 준비한 배우의 얼굴은 밝았다. 김형종은 "부모님과 약속했기에 번트건 안타건 해야 한다. 홈런만 바라고 서 있지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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