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빛났던 '홈런 선두' 박병호의 작은 '행동 하나'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7.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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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가 두산 로메로(왼쪽)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OSEN





박병호가 잠실구장에서 시즌 25호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빛나고 값진 행동 하나가 있었다. 바로 공을 맞은 상대 팀 타자. 그것도 외국인 타자의 부상을 염려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3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7-8로 역전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박병호는 이날 6타수 3안타를 올리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박병호는 최근 2경기서 8타수 1안타 타율 0.125로 부진했다. 삼성과의 2연전에서 기회 때 결정적인 안타를 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부진은 단, 2경기로 충분했다.

박병호의 배트는 1회부터 잽싸게 돌아갔다. 1회 무사 만루 기회. 여기서 박병호는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넥센의 이날 첫 타점. 3회 투수 땅볼에 그친 박병호는 2사 1루 상황서 우중간 안타를 치며 1,3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 안타로 박병호는 올 시즌 가장 빨리 100안타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박병호의 진가는 7회 발휘됐다. 앞서 팀이 6회 2점을 뽑으며 5-3으로 달아난 상황. 7회 스나이더가 우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막 바뀐 조승수.

여기서 박병호는 볼 1개를 고른 뒤 2구째 슬라이더(122km)를 통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비거리 135m의 대형 홈런. 박병호의 올 시즌 25번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이날 역시 홈런을 친 테임즈를(24개)를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8회는 3루 땅볼 아웃.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빛난 장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7회말 두산의 공격. 1사 1,3루 상황서 넥센 김영민의 투구가 상대 외국인 타자인 로메로의 왼쪽 손등을 강타했다. 아찔한 상황이었다. 로메로는 손등을 만진 채 천천히 1루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바로 이때. 다소 앞쪽으로 나와 로메로와 함께 천천히 1루로 걸어가는 선수가 있었으니 넥센 1루수 박병호. 그는 계속해서 로메로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주위를 서성였다. 로메로의 부상 부위가 걱정되는 눈치였다.

이어 두산 트레이너가 로메로의 부상 부위를 살핀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순간. 박병호는 로메로를 향해 무언가 말을 건넨 뒤 김영민을 가리켰다. '고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이어 또 한 번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표시한 박병호는 허리를 굽히며 수비 자세를 취한 뒤 이내 자신의 본 임무를 수행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박병호의 '작은 행동' 하나는 충분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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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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