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의 '루카스 앓이'는 헛되지 않았다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7.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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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루카스. /사진=OSEN





LG 트윈스의 하염없던 기다림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것일까.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이 이제야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침착함을 잃지 않은 루카스는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지난 2일 루카스가 두산을 상대로 보여준 7이닝 111구 2실점(1자책) 역투에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산만함'을 극복했다. 지난달 26일 NC전에도 경기 내내 침착함을 유지했는데 이날 등판까지 이어가며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사실 루카스가 성숙해진 조짐은 지난 등판 때부터 보였다. 6월 26일 NC전은 어지간한 투수라면 버텨낼 수 없는 경기였다. 위기 때마다 땅볼을 유도했는데 수비 실수로 병살을 놓친 것만 2차례로, 실점과 직결됐다. 예전의 루카스 같았으면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볼넷을 남발하며 와르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5회까지 114구나 던지면서 2실점(1자책)으로 고군분투했다.

다만, 이전에도 종종 한 경기씩 잘 던졌던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의문을 거두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등판에서 오히려 한층 강화된 멘탈을 뽐내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한국 무대 최고의 경기였다. 일단 7이닝을 던진 적도 처음이다. 16번 등판 중 6이닝 이상 소화한 적이 6번에 불과했고 퀄리티스타트는 3번뿐이었다. 모처럼 호투를 하나 싶으면 투구수 조절을 못해 6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날은 1회에만 30구를 던지며 2실점했음에도 2회부터 착실하게 투구수를 절약해 나가며 7회까지 책임졌다. 무엇보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자기 공을 묵묵히 던졌다.

LG가 루카스에게 기대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당초 루카스는 소사와 함께 LG의 선발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줄 투수로 기대를 모았었다. 2012년엔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선발을 맡아 11승이나 거뒀을 정도로 보여준 게 확실한 선수였다. 몸값도 90만 달러로 KBO 외국인투수 중 니퍼트에 이어 2위였을 정도로 비싼 축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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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감독. /사진=OSEN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LG는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5경기서 4승 6패 평균자책점 5.26으로 실망스런 결과만 남겼다. 무엇보다 사사구가 너무 많았고 마운드에서 불필요한 동작이 많았다. 심판의 볼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거나 불만스러운 감정이나 표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양상문 LG 감독의 루카스에 대한 평가도 한결같았다. "구위는 정말 좋다. 마운드에서 차분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투수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멘탈적인 부분이라 대화를 많이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늘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기다렸다. 9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투수가 평균자책점 6점대를 찍고 있는데도 참고 또 참았다. 결국 그 기다림의 열매가 이제 열리려 하고 있다. 4월 6.75였던 평균자책점은 5월 5.14로 조금 떨어졌고 6월에는 5경기서 3.05로 눈에 띄게 나아졌다. 최근 6경기로 계산하면 27⅔이닝 8실점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60이다. 이 페이스라면 7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6월보다도 더 낮아질 기세다.

양 감독은 지난 2일 루카스의 등판을 앞두고 "아마 어느 팀 감독이라도 기다렸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분명히 예상외로 부진한 외국인투수를 기다리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제 루카스가 그 긴 기다림에 보답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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