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 "내 음색 만들어진 것..성대결절 후 전화위복"(인터뷰)

'슈퍼스타K6' 준우승 이후 첫 미니앨범 '필 프리(Feel Free)' 발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5.07.01 08:50 / 조회 : 8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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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지난해 케이블 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필(29)의 이름 앞엔 '음섹남'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음색이 섹시한 남자'의 준말로 그만큼 목소리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남자를 일컫는 말일게다.


'슈퍼스타K6' 이후 첫 미니앨범 '필 프리(Fell Free)'를 발표한 그를 만났다. 앨범을 내고 처음 인터뷰를 한다는 그는 쑥스럽지만 '음섹남'이란 수식어가 내심 마음에 드는 듯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하나라도 있어 감사하다"며 "계속 섹시해야할 것 같아 부담은 있다"고 웃었다.

유난히 긁히듯 날카로운 특유의 '음색'이 타고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7년 전 연습생 시절 성대 결절 진단을 받은 이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가수로서 생명의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성대 결절이 온 뒤로 계속 쇳소리가 났었어요. 2년 정도 제 목소리에 적응하기 위해 시퀀싱 프로그램 켜놓고 녹음 연습을 했죠. 주로 외국 곡에 한글 가사를 붙여 톤을 그대로 살리는 공부를 했어요. 이를 테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표정이나 입모양을 카피해 가며 연구했죠. 처음엔 계산해가며 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좀 자연스럽게 됐어요. 지금 이렇게 안했으면 전 노래 못했을 거예요. 전화위복이죠."

가수로서 꿈을 이루기까지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경남 진주에 거주하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족을 떠나 음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상경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크고 작은 기획사를 전전하며 데뷔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실력파 신인 뮤지션을 지원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TAKE #1'에 당선돼 첫 자작곡을 발표했고, 이후 음악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몇 차례 싱글을 냈지만 이러다할 활동이 없었다. 지난해 홀로 레이블을 차리고 준비한 신곡 활동도 세월호 참사와 겹쳐 접어야했다.

"오래 연주하던 클럽에서 라이브 공연을 계획했는데 힘들게 됐죠. 음원도 약속한 날짜에 유통이 안되고, 결국 손실이 너무 커서 레이블도 접어야 했어요. 그땐 정말 '내가 음악을 하면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슈퍼스타K'에 나가기로 했죠. 뭔가 '공증'을 받고 싶었어요. 계속 음악을 해도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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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슈퍼스타K6' 출연 후 그는 일약 스타가 됐다. 경연에서 '얼음요새', '당신만이', '걱정 말아요 그대' 등의 명곡을 재해석한 무대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 이후 대형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근 1년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지만 그는 과감히 '독립적' 행보를 택했다.

입대 전 마지막 앨범은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계약을 하면 인지도가 있을 때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앨범을 내고 활동하고, 군대에 다녀왔을 때 다시 잘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데 난 뭔가 괜히 짐을 하나 가지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획사에 들어갔다면 더 좋은 질의 앨범이 나올 수도 있지만 처음 마음가짐처럼 스스로 다듬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동안 싱글은 냈었지만 실제로 CD를 손에 쥐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앨범이 더 애착이 가네요."

지난 11일 발표한 첫 미니앨범 '필 프리'는 김필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들로 채워졌다. 장점인 음색을 극대화한 포크 록을 기반의 타이틀곡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을 비롯해 '필요해', '루즈 컨트롤(Lose Control)', '눈에 적시는 말', '광대(Pierrot)' 등 수록된 6곡은 그가 세상을 살아오며 경험한, 자신만의 정리된 이야기다.

"사랑이나 위로 그리고 꿈에 대한 얘기에요. 그동안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이야기들을 써봤어요. '스테이 위드 미' 같은 경우, 제가 원래 좀 소심한 편인데 고백을 좀 남자답게 단호하면서도 정중하게 끌어당기는 어투로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하며 쓴 곡이에요. 개인적으론 모두 라이브 공연을 위해 만든 곡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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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그의 음악적 재능은 외갓집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외할아버지 김인배씨는 트럼펫 연주자로 명성을 날린 인물. TBS라디오, KBS 라디오 관현악단장 등을 역임했다. 김 씨가 작곡한 '빨간 구두 아가씨'는 지금도 애청되는 그의 명곡이기도 하다. 김필의 외삼촌 김대우씨도 음악인이다. 그는 색소폰 연주자로 KBS관현악단 지휘자를 역임했다.

"외할아버지가 제 곡을 들으시면서 지적도 많이 하세요. 좋으면 좋다고, 별로면 별로라고 딱 말씀하시죠. 워낙 칼 같은 성격이시거든요. 만나면 모니터하시려고 일부러 제 차에 타세요. 이번 앨범은 '빠다' 느낌이 난다고 좋다고 하셨어요.(웃음)"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가수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 병역 미필자다. 만 29세인 그는 병역법에 따라 더 이상 입대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 그는 요즘 어딜 가나 '군대 언제 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늦게 간다고 씁쓸하지 않다"며 "당연히 내가 늦게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쿨'하게 말했다. 흔들릴 때마다 그는 가슴에 '초심'을 새겼다.

"'슈퍼스타K' 처음 나갔을 때 생각을 많이 해요. 상황이 바뀐 것에 따라 생각도 바뀌려 하는 것 같아서요. 원래 처음 ('슈퍼스타K') 참가할 때는 '내가 음악을 해도 될까' 증명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것만으로 만족했는데, 막상 활동 시작하니 조금 욕심이 생기더군요. 주변에서 '아쉽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는데, 전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김필은 군 입대 전까지 팬들과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페스티벌, 라디오 출연, 단독 공연 등을 라이브를 많이 보여 드릴 수 있는 무대를 많이 계획하고 있어요. 군대요? 활동이 끝날 때 즈음이면 가겠죠. 올 겨울은 못 넘길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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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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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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