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유해진에 반했다..거품이 빠졌다"(인터뷰)

영화 '소수의견'의 윤계상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7.02 08:35 / 조회 : 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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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의 윤계상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자존심이 세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해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영화 '소수의견'의 윤진원 변호사는 윤계상(37)과 닮았다.

지방대 출신에 연수원 성적도 변변찮아 대형 로펌엔 지원서만 들이밀었다 낙방하고 국선변호사로 일하는 윤진원은 평소처럼 사건을 받아든다.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자신 또한 진압하던 경찰을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철거민을 변호하는 일이다. 윤진원은 깨닫는다. 이 사건이 스스로에게도 일대의 기회가 되리란 걸. '소수의견'은 검사에게 맞붙고 국가에 대들며 질기게 사건을 끌고 간 윤진원의 법정드라마다. 동시에 내보일 곳 없던 근성을 증명하는 윤진원의 성장드라마다.

이미 영화배우이면서 늘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윤계상이 '진짜 변호인'이 되고픈 꿈을 조용히 품었던 윤진원과 만난 건 참 절묘한 일이다. '소수의견'이 첫 촬영에 들어가던 2013년 초는 윤계상이 어떤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이기도 하다. 윤계상은 담담히, 순순히 인정했다. "전에 준비했던 작품들이 조금 잘 안 됐다. 많이 분해 있을 때였다"고. 김성제 감독도 오래 준비하던 영화가 겨우 투자가 돼 작품에 들어가던 참이었다. 감독과 의기투합한 윤계상은 '이 에너지를 가지고 우리 둘 다 목숨을 걸어보자. 윤진원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며 '소수의견'에 매달렸다.

"굉장히 무서울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윤진원스럽고, 저도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어요. 이때까지 보여졌던 것보다 절제된 모습을 보여드리려 연구도 많이 했죠.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저를 자극한 감독님 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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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의 윤계상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우여곡절 끝에 완성 2년 만에 빛을 본 '소수의견' 속 윤계상은 퍽 인상적이다. 차일피일 번번이 미뤄지는 개봉 날짜를 기다리며 꽤 속이 쓰렸겠다 싶을 만큼. 윤계상은 튀지 않고 묵묵히 극을 이끈다. 법정에선 1인극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배심원들 사이를 휘저으며 드라마를 완성해갔다. 선배 변호사로 등장하는 유해진과 더불어 선보이는 콤비플레이도 전에 없던 모습이다.

윤계상은 "좋은 영화기 때문에 극장 개봉을 못 하더라도 당연히 세상에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다"며 홀가분한 기색이었다. 그는 "열기가 딱 느껴졌을 텐데 시간이 지난 뒤 나온 게 당연히 아쉽다. 하지만 영화가 그만큼 냉정해졌고, 완성도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감히 이야기할 수 없다"며 끝내 말을 아꼈다.

"감독님이 먼저 연극식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법정이 네 무대니까 나와서 놀아라. 연습만이 살 길이었죠. 유해진, 이경영, 김의성 선배님…. 다 너무 잘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니까 저도 욕심이 많이 났어요. 툭 치면 대사가 나올 정도까지 연습했죠. 완벽한 대사가 있으니까 몸은 훨씬 자유롭게 가더라고요. 카메라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어떤 분은 '네가 했던 영화 중에 제일 나아'라고도 하고, 꾸지람을 주는 분도 있죠. 하지만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남을 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아요. 제게는 '비스티 보이즈'가 그랬어요. 당시에는 팬들에게 몰매를 맞을 뻔 했어요. '오빠 왜 이런 거 찍으셨어요', '저희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세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영화계 분들이 그것만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의지를 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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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의 윤계상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유해진과의 만남은 특히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말미 윤진원이 유해진이 연기한 장대석을 두고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라고 털어놓는 대목은 윤계상의 사심이 담긴 애드리브다. 유해진이 흐뭇하게 '내가 멋있어 보였어?'라고 되묻기에 '네, 멋있어 보였어요'라고 했다며 윤계상은 해맑게 웃었다. '반한 것 같다' 했더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 번 웃었다.

"사람의 결이 다르고 연기의 결이 다른 건 확실해요. 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해진이 형은 모든 걸 다 갖춘 배우인 것 같아요. 제가 뭐가 부족한지 정말 잘 알아요. 그런데 해진이 형이 있으니까 그걸 의식하지 않고 더 애쓰지 않고 같이 호흡할 수 있지 않았나 해요. 해진이 형, 유해진 선배님이랑 변호인석에 딱 앉아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 때 제가 좀 더 성숙해지지 않았나 해요. 거품이 많이 빠진 것 같고요. '저는 연기 목숨 걸고 할 거예요' 그러면 (유해진 흉내를 내며) '그래, 목숨 걸 때도 있는 거야', '계상아, 배우는 천천히 가야 해'. 형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감사할 뿐이죠. 산에도 같이 가자고 하시는데 아직 그건 못했네요. 언젠가는 꼭 같이 가야지요."

윤계상은 빠진 거품과 함께 흥행 욕심도 내려놨다. "희한하게 작품이 계속 들어온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도 했다. "그간 흥행이 잘 됐다면 당연히 쫓아갔겠지만 더 중요한 걸 보는 눈이 생겼다"며 "진심으로 해 왔더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래서 2015년의 윤계상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는 그저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하는 것",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됐다.

"그저 잘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막 깎기만 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란 걸, 깎아도 깎아도 덜 된 것 같다는 걸요. 더 도전적인 것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열정의 화살표가 조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예전에는 연기, 연기, 연기! 하고 살았는데 요새는 여러가지 것들이 보여요. 날씨처럼 흐리고 맑고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보이고요. 하지만 안전한 길만 가지 않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싶어요. 그게 쌓이면 저도 더 다양한 걸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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