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추신수의 전방위 슬럼프 '우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6.3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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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AFPBBNews=뉴스1







잔인했던 4월을 거의 그로기상태로 통과한 뒤 5월 들어 3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하며 부활한 모습을 보였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2)가 6월 들어 다시 부진한 모습으로 돌아선 상태다. 타율이 1할도 못 미쳐 역대 최저급 레벨이던 4월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22일 현재 6월 중 타율(0.204)이 멘도사 라인(0.200)을 간신히 넘고 있다. 얼마 전엔 허리통증이 도져 이틀간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올해 연봉만 1,400만 달러를 받는 팀의 핵심선수로서 실망스러운 성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소속팀 텍사스 입장에선 추신수가 본격적으로 힘이 돼줘야 할 시점에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이 아쉽게 그지없을 것이다. 선발진의 원투펀치인 다르빗슈와 데릭 홀랜드가 거의 전 시즌을 뛰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 부진한 출발을 보였던 레인저스는 5월 중순이후 회복세로 돌아서 한 달 뒤인 이날 중순에는 AL(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5게임차로 2위까지 올라서며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복귀한 듯 했다. 하지만 추신수 등 팀의 중심타자들의 부진과 마운드 난조가 겹치면서 레인저스는 최근 마지막 10게임에서 2승8패로 부진했고 그로 인해 디비전 순위도 휴스턴에 5게임차로 3위로 밀렸다.

그리고 이 기간 중 추신수의 성적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6월21일(현지시간 기준) 경기까지 마지막 10경기 가운데 결장한 두 경기를 뺀 8경기에서 추신수는 34타수 4안타로 타율이 0.118에 그쳤고 타점은 하나도 없이 득점 2개만 기록했다. 더욱이 볼넷은 단 2개를 얻어낸 반면 삼진을 12번이나 당했다. 이 기간 중 팀의 2승8패를 기록하며 순위에서 빠르게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것과 추신수의 부진이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추신수가 악몽 같은 4월을 거친 뒤 5월에 반등세를 보였다가 6월 들어 이처럼 다시 바닥세로 돌아선 것은 팀으로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남아있는 엄청난 계약을 감안할 때 추신수는 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줘야만 하는 선수다. 일정기간에 걸친 슬럼프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지만 4월에 이어 6월에도 이처럼 상당기간에 걸친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추신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올해 추신수의 성적을 살펴보면 우려할 만한 조짐이 몇 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부진한 타율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극도로 부진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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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추신수의 좌-우투수 상대 성적(현지시간 6월 22일까지)





도표에서 보듯 추신수는 올 시즌 왼손투수를 상대로 101타수 15안타로 타율이 0.149에 그치고 있다. 오른손투수를 상대로 타율 0.273(165타수 45안타)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쪽타자’의 모습이다. 홈런 수도 1대7로 차이가 크고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왼쪽에서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OPS는 오른손투수 상대 기록이 왼손투수와 상대 기록에 비해 2배에 가깝다. 이 정도라면 상대방이 추신수를 상대할 때 어떤 작전으로 나설지 명백해진다.

사실 좌타자인 추신수가 왼손투수를 상대로 약한 면을 보인 것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2년엔 좌우투수 상대타율이 각각 0.199와 0.327, 2013년엔 0.215와 0.317에 달해 모두 1할 이상의 차이가 났다. 특히 2013년엔 21개의 홈런을 몽땅 오른손투수에게 뽑아냈고 2012년엔 그 수치가 1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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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연도별 좌-우투수 상대 성적(2015년은 현지시간 6월 22일까지)





하지만 지난해엔 그 격차가 부쩍 줄어들었었다. 타율은 왼손 대 오른손이 0.236-0.244로 거의 비슷해졌고 홈런수도 4-9로 많이 따라붙어 마침내 왼손투수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면서 다시 2년 이전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왼손투수로 오른손투수에 비해 큰 차이로 약세를 보인다면 상대는 더욱 추신수의 약점을 노릴 수 있다. 결코 바람직한 조짐이 아니다.

추신수의 올해 성적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도루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도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도루를 시도한 사실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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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연도별 홈런-도루 기록





도표에서 보듯 그는 2009년 이후 4차례나 시즌 20도루를 넘어섰고 3차례나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20홈런-20도루 이상) 기록을 달성한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동력이 완전히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지난해는 각종 부상으로 사실 도루를 시도할 몸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올 들어 몸상태가 회복됐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아직까지 시즌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아예 도루를 시도조차 한 번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몸 상태가 완전히 못하거나 아니면 심리적으로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삼진 아웃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걱정거리다. 올해 301타석에서 75회 삼진을 당한 추신수는 아메리칸리그에서 11번째로 삼진을 많이 당한 선수다. 삼진 비율은 25%에 달해 그의 빅리그 커리어 중 최악이다. 그보다 더 많은 325타석에 나선 팀 동료 프린스 필더가 프리스윙을 하는 홈런 타자임에도 삼진 아웃횟수는 추신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7회 뿐이라는 사실과 엄청난 대비가 된다. 필더는 지난 2005년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삼진 비율이 27%가 넘었던 프리 스윙 타자였지만 꾸준히 이를 낮춰왔고 이젠 11%라는 놀라운 레벨로 발전했다.

반면 추신수는 과거에도 삼진아웃이 많았던 선수이긴 했지만 올해는 유독 헛스윙 아웃이 많아지고 있어 퇴보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더구나 볼넷을 얻는 비율은 단 9%에 그쳐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처음으로 한 자리수로 떨어진 상태다. 볼넷을 얻는 비율은 커리어 최저로 떨어지고 삼진을 당하는 횟수는 커리어 최고로 올랐다면 그가 엘리트레벨에서 많이 퇴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올해를 포함, 추신수와 아직 6년간 1억1,600만 달러의 엄청난 계약이 남아있는 텍사스로선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추신수가 빨리 부활하기를 기도하는 길밖에 없다. 아직 만 32세인 추신수는 포기하긴 이르고 포기할 수도 없는 선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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