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페이드 아웃' 손민한, 2015년 '커튼 콜'을 예비하다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5.06.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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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아름다운 도전. NC 손민한./사진=OSEN


‘2013년 육성선수’. NC다이노스 손민한의 프로필에 적힌 입단 구분이다. 그리고 ‘1975년 1월 2일’은 프로필에 적혀있는 손민한의 생년월일이다.

그런 손민한의 올시즌 성적은 8승이다. 29일 현재 KBO리그 다승 공동 5위다. 손민한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은 그보다 13살 어리다.


손민한은 지난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올시즌 8승과 함께 개인 통산 120승도 달성했다. 34년 프로야구를 통틀어 그보다 앞서 120승을 달성한 선수는 12명뿐이다. 아울러 그는 프로야구 최고령 120승 달성자도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만나이 40에 10승투수에 도전한다. 30일부터 시작되는 롯데와의 마산 3연전에 등판이 예정된 손민한의 활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손민한의 이야기는 그라운드에 써내려가는 드라마가 맞다. 인생의 굴곡이 극적이다.


그의 야구인생 출발은 화려했다. 부산고 2학년 재학중엔 화랑대기 우승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현재 롯데 코치인 염종석 주형광과 함께 거둔 개가였다. 고려대 진학후 1995년엔 아마야구 최우수선수상도 수상했다. 199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5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롯데에 입단함으로써 임선동(7억원)에 이어 두번째의 몸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손민한이 10승이상을 올린 시즌은 2000년(12승), 2001년(15승), 2005년(18승), 2008년(12승) 등 4시즌에 머문다. 그리고 2009년 켈란-조브클리닉에서 감바델라 박사의 집도로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후 2010 시즌까지 계속 재활 훈련을 했다. 그러나 재활 훈련 도중 통증이 재발되어 복귀가 무산되었고 2011년에도 시범 경기에는 등판하였으나 다시 재발하는 악순환 끝에 시즌 후 방출되고만다. 그렇게 야구계에서 손민한은 페이드 아웃됐다.

손민한의 어깨에 대해서 김진섭정형외과의 김진섭 원장은 말한다. “손민한의 슬랩(SLAP, 관절와순 전후방 병변)은 대단히 심한 편이었다. 어깨 수술은 토미 존 처럼 조직을 덧대 보강해주는 것이 아니다. 손상된 상태에서 조직보강 없이 파열된 부위를 꿰매주는 것이다. 50%가 손상됐다면 남은 50%만을 살리는 방식이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관절경 수술받은 류현진과는 상황이 다르다. 류현진은 회전근개 손상을 청소하려다 미세한 관절와순 파열을 발견해 꿰맨것이고 나이도 28세다. 하지만 손민한은 7~8년 아픈 걸 참다가 나이 서른둘에 수술을 받은 케이스다. 손상정도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원장이 말한 “7~8년 아픈걸 참았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2004년의 부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주장이면서도 단 1경기도 등판 못한 배경을 설명해준다. 손민한의 수술후 재활과정을 지켜본 김진섭 원장은 “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한채 아파서 절절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재활을 마치고 2013년 NC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손민한은 6월 5일 마산 SK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여 1,378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고, 김광현을 상대로 1,407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었다. 2013시즌 5승6패9세이브3홀드를 기록하며 KBO리그에 다시 페이드 인(fade in) 한 손민한은 2014년 4승4패1세이브 9홀드에 이어 본격 선발투수로 활약을 시작한 올 시즌 8승을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손민한의 역투는 어떻게 가능할까? 김진섭 원장은 “이제는 시일이 많이 지난만큼 수술부위가 충분히 단단해져 통증이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손상된만큼의 결함은 안고 가는 것이므로 그 결함을 자극하지 않는 투구 폼으로 던지고 있을 것이다”면서 “손민한은 롯데 시절부터 대단히 영리한 선수였다. 타자를 속이고 맞춰 잡을 수 있는 투구 메카니즘을 개발했을 것이다”고 나름의 분석을 전한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만 나이 40세 10승도 좋고 최고령 최다승의 기록도 계속 갱신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면 어떤가? ‘포기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인생의 경구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손민한. 그의 불혹의 도전은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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