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욕을 먹는 건 그의 운명인가..잔인한 하루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5.28 09:58 / 조회 : 10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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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한 호텔에서 기자가 찍은 유승준 사진. 그는 사진이 어떻게 찍혔냐고 보여달라고 했지만 인터뷰 시간이 길지 않아 보여줄 틈이 없었다/사진=전형화 기자


2012년 5월 유승준을 프랑스 칸에서 만났다. 당시 유승준은 성룡, 권상우와 영화 '12차이니스 조디악 헤즈' 프로모션을 위해 제6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었다.

유승준을 인터뷰하기란 쉽지 않았다. 중국 매니저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어찌어찌 약속을 잡았다. 인터뷰하는 매체 중 한국 언론은 스타뉴스가 유일했기에 유승준도, 유승준 관계자들도, 긴장을 했었던 것 같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어나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 하나, 긴장했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가 그의 입에서 나왔을 때, 잠시 아득해졌다.

9년 전인 2003년 공항에서 그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유승준은 장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입국했었다. 법무부에서 유승준의 입국을 막았다가 그 때만 잠시 체류를 허락했었다. 공항에 취재차 갔었다. 그를 기다리던 팬들이 하얀색 옷을 입고 줄지어 앉아있었다. 유승준이 공항 문을 나서자 예비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계란을 던졌다. 알고 보니 인터넷 방송 관계자였다. 이곳저곳에서 눈물이 터졌다. 잔인한 하루였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유승준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저간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유승준이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가 군대에 가겠다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꺼냈던 것은 아니었다. 한 스포츠신문에서 "그에게 군대 갈 거냐" "갈거면 해병대가 좋지"라고 물었고, 그는 "예"라고 했고, 그 다음날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났었다. 스타들의 병역비리로 시끄러웠을 때였고, 스포츠지 1면 경쟁은 치열했었다.

미국 국적 포기하고 한국 군대 가려는 남자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그 뒤로 유승준 역시 그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다녔었다. 인터넷 방송에서 미국 시민권을 딴 것을 아버지 탓 인양 이야기한 것처럼 보여 졌지만 정확히는 지금의 아내 탓이 더 컸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될 당시 여자친구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누구 탓이라기보단 그의 선택이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세상에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칸에서 유승준에게 물었었다. 아내 탓을 해본 적은 없냐고. 유승준은 "아내와 15살 때 만나 22년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내는 내가 가장 어리석을 때 그 모습을 지켜봤고, 내가 남자로서 가장 매력 있을 때도 봐줬고, 가장 힘들었을 때도 곁을 지켜줬다"고 했다. 또 "가족은 내게 마지노선이다. 일보다 더욱 중요하고 무엇보다 소중하다. 내가 사는 이유기도 하다"고 했다.

40여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유승준은 한국인이며, 미국 시민권자이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세 가지 얼굴을 갖고 있기에 나눌 이야기는 많았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그는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울먹였었다. 유승준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숨을 골랐다.

잘못된 선택을 해서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있지 못하고 중국에서 일하는 처지가 힘들 법도 했다. 유승준은 한국 입국이 금지된 뒤 미국에서 활동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끈 떨어진 연 신세였다. 중국에서 일을 해보려 했지만 그마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떨어진 끈이 중국이라고 붙을 리는 없었다.

유승준은 "아내와 아이들까지 중국에 데리고 왔는데 일이 너무 안 풀렸다. 절실했다. 일주일간 금식기도를 했는데 마지막 날 아침에 성룡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끈 떨어진 연을 이어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인 성룡이었다. 성룡은 우연히 한국 지인과 TV를 보던 중 유승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뒤 자신도 과거 힘든 시절이 있었다며 도와주고 싶다고 연락을 취했더란다.

유승준은 "성룡의 전화를 받고난 뒤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에는 내가 테러리스트나 다름없다. 입국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찾고 싶다"고 했었다.

3년이 지났다. 유승준은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 심정은 칸에서 토로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어 보였다.

엄청난 욕들이 쏟아졌다. 유승준이 입국을 거부당한지 13년이나 됐지만 쏟아지는 욕은 변함없었다. 유승준은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한국에 오고 싶다"며 울먹였다. 그렇지만 돌아온 건 세금납부를 피하려 한국에 오려한다는 신기한 음모론이었다. 입대를 할 수 없는데도 꼼수를 부리려 한다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그는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그 딴에는 잘못과 오해를 풀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카메라에서 그가 사라진 뒤 흘러나온 스태프들의 욕설 파문이었다. 차라리 그의 운명 같아 보였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욕이 돌아오는 건. 공항에서 날라 온 계란이 생각났다.

법무부는 여전히 유승준의 입국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유승준이 무슨 노력을 해도 공무원이 욕 먹어가며 그를 받아들일 일은 없을 것 같다. 여론이 바꾸지 않는 한.

여론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분노와 증오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인 법이니. 그 분노와 증오가 유독 연예인에게 잔인하지만. 국무총리 후보자도 병역 면제인 세상인데 말이다. 사회 고위층에 병역 면제자가 수두룩한 나라에서 유승준을 상징으로 만들고 분노와 증오를 쏠리게 하는 게 아닌지, 그러면서 계란을 던지는 게 아닌지, 잔인한 하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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