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집, 마지막일지 모를 '보컬신' 이승철의 정규앨범(종합)

정규 12집 '시간 참 빠르다' 발매 기념 음감회 및 기자간담회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5.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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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사진제공=진엔원뮤직웍스


"그동안 편곡을 하거나 프로듀싱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100% 앨범에 손을 댄 것은 처음이에요. 음악적 장르를 떠나 30주년 앨범만큼은 제 손으로 하고 싶었어요."

'보컬의 신(神)' 이승철(49)이 12집 '시간 참 빠르다'를 들고 돌아왔다. 정규 앨범은 2013년 6월 발표한 11집 '마이 러브(My Love)'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올해는 그가 가수로 데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로,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


그는 26일 12집을 발매하기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곡을 먼저 공개했다. 지난 2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오디오 숍에서 들어본 총 10개의 노래들은 대중가수로서 트렌드에 쳐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베테랑 가수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음악들이었다.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이번 앨범은 그래미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스티브 핫지, 댄 패리, 토니 마세라티 등 세계적인 엔지니어의 손을 거쳐 음질을 높였다. 전해성, 신사동호랭이와 같은 인기 작곡가들의 포진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교감도 시도했다.

첫 번째 트랙 '시련이 와도'는 지난 11집 앨범의 수록곡인 '소원'에 이은 CCM 넘버로, 포기하게 만드는 수많은 시련들을 오히려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받아들여 또 한 번 힘내어 일어서자는 격려와 위로의 노래. 지난 2011년 발표된 한수지의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 했다.


이승철은 "우연히 교회에 갔다 들은 노래인데 너무 좋았다"며 "애절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고 싶어서 일부러 가래가 끓을 정도로 목소리가 가장 안 좋을 때 녹음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선 공개된 '마더(Mother)'는 미국에 거주 중인 한인 작곡가 김유신과 공동 작사, 작곡한 곡이다. 이승철은 가이드 녹음한 이 곡을 듣고 지난해 8월 눈물로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모친의 부재에서 비롯된 마음을 이 노래는 대변한다.

'엄마도 소중한 보배 같은 딸이었는데/어느새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자신도 그 소중한 한 명의 딸이란/사실 잊은 채 지내온 날이여'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마음속 깊은 진심으로 표현한 노랫말이 눈시울을 적신다. 어머니의 소중한 존재감과 가치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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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사진제공=진엔원뮤직웍스


"1년 반전에 우연히 CCM 앨범을 준비하면서 받은 곡 중 하나에요. 외국에서 김유신 씨가 보내주신 곡인데, 한 여자의 일생을 적은 가사가 너무 공감이 됐죠. 어머니를 잃고 나니 그 가사가 더 가슴에 와 닿았더라고요. 아마 이번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될 것 같습니다."

타이틀곡 '시간 참 빠르다'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노래다. 히트 작곡가 신사동호랭이와 협업으로 만들어낸 작품.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사운드의 팝 발라드 장르로, 담담하게 노래하는 보컬 속 아련함과 소박함이 묻어난다.

이 밖에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 OST에 타이틀로 실린 '달링'의 또 다른 버전, 전형적인 발라드 넘버 '비오는 거리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아픔을 발랄한 사운드에 입힌 '사랑한다구요', 뮤지컬 분위기의 화려한 편곡이 인상적인 '한 번 더 안녕', 쓸쓸한 정서를 담은 미디엄 발라드 곡 '그리움만 쌓이네' 등 다양한 느낌의 10곡이 실렸다.

그는 "한 가수의 앨범이지만 좀 더 그룹 냄새가 나는 팀 사운드를 만들고 싶어 밴드를 적극 활용했다"며 "들어 보면 하나하나 다 다른 곡지만, 편곡은 다 제가 했기 때문에 크게 보면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5년 밴드 부활의 보컬로 데뷔해 '희야', '마지막 콘서트',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등 30곡이 넘는 히트곡을 남긴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과거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의 적절한 변화를 모색했다. 이전보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그런 의미에서 다분히 의도된 선택 중 하나였다.

"저는 가이드 보컬을 보내주면 녹음할 때 왼쪽 귀로는 가이드 보컬을 듣고, 오른쪽으로 제 목소릴 들어요. 그동안 이승철의 진부한 느낌이나 나만의 '필'을 없애고, 가이드의 박자, 음정 등을 따라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창법을 구사하게 되는 거죠.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이승철의 노래, 창법은 전혀 변할 수 없지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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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사진제공=진엔원뮤직웍스


이승철은 이번 12집 에필로그에 '마지막일지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적었다. 이번 앨범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소비 주기가 빨라진 디지털 음원 시대에 그도 고민이 많은 듯 했다.

"앨범 하나에 감성을 다 싣고, 전달하기에는 받아들이는 팬들에게도 이제 무리가 있다고 봐요. 13집은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정규 스타일로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어요. 음악을 가슴으로 듣는 마지막 세대를 위해 이 앨범을 바칩니다."

그는 26일 12집 발매와 함께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대형 쇼케이스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깊은 애정을 보였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심사위원직을 내려놓았을 만큼 이번 활동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중국 등 해외 무대를 도는 30주년 기념 투어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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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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