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야설(野說)] 김성근 감독의 투수 혹사와 톱니바퀴 로테이션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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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뉴스1







한화 김성근 감독(73)이 선발 투수 안영명, 불펜 겸 마무리 권혁의 투수 기용을 놓고 '혹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안영명의 경우에는 일주일(5월 12~17일, 6일 동안)에 무려 세 번이나 선발 등판하면서 혹사론이 증폭됐다. 그 세 번을 살펴보면 12일 삼성전은 2이닝 1실점, 14일 삼성적은 1⅓이닝 3실점(2자책), 17일 넥센전은 2⅓이닝 4실점하고 교체됐다. 권혁은 등판 주기와 횟수도 많지만 여유가 있어 보이는 점수 차에서의 등판이 눈에 띄고 있다.

안영명의 일주일 세 번 선발 등판을 다른 각도에서 보자. 만약 그가 흔히 말하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내), 혹은 선발 투수의 승리 요건인 5이닝을 던지는 등판이가 그와 비슷한 투수 이닝을 일주일에 세 번 했다면 혹사가 분명하다.

그런데 안영명은 세 번의 선발 등판 동안 모두 5⅔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 전 등판은 5월 6일 kt 위즈전이었는데 당시 4⅓이닝을 투구했다. 선발 투수 역할을 한 등판 이닝이었다. 이후 안영명은 5일을 쉬고 12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했다. 물론 이날 삼성전에서 초반 잘 던졌으면 김성근 감독은 선발 투수에 가까운 5이닝 정도를 끌고 갔을 것이고, 하루만 쉬게 하고 이틀째인 14일 삼성전 선발 등판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안영명은 일주일에 세 번 선발 등판의 마지막 경기인 17일 넥센전 2⅓이닝 투구를 마치고 다시 5일을 쉰 뒤 23일 kt 위즈 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1실점의 안정된 투구로 시진 5승째(무패)를 따냈다.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아왔다.

글쓴이는 김성근 감독의 일주일 세 번 '선발 등판'을 일주일에 세 번 '경기 첫 등판 투수'로 접근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선발 투수의 고정 관념이 아닌 단지 '첫 번째 투수'로 2-3 이닝을 버티고, 필요할 때 2번째 투수에게 넘기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었는가. 왜 선발 투수는 5이닝 기회를 줘야 할까. 마땅하고 힘 있는 선발 투수가 없다면 경기 첫 번째 투수를 기용하고 이어던지기로 버텨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한화 투수들은 혹사를 당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도 정식 코치로 활동해 투수 조련의 전문성에 있어 국제적으로도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김성근 한화 감독의 야구를 논할 때 예외 없이 등장하는 '전설적인 투수 기용법'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떨어졌던 오랜 전의 얘기지만, 김성근 감독은 만년 하위팀 태평양을 이끌던 시절 포스트시즌 진출 승부수를 던졌을 때 전날 경기의 마무리 투수를 바로 다음 경기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이른바 '톱니바퀴 로테이션'이라고 불리던 선발 투수 기용법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김성근 감독의 톱니바퀴 로테이션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초창기에는 있었을 것도 같지만 투수 역할이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 2006년 8월 15일 미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는 다음 날 선발 투수가 마무리로 기용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연장 18회 승부를 펼치며 자정을 넘겨 16일 오전 12시 41분에야 시카고 컵스의 8-6 승리로 끝난 경기인데, 불펜을 전원 투입한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다음 날인 16일 휴스턴전 선발로 예고한 리치 힐을 마무리로 등판시켰다.

당시 마무리로 28개의 투구를 한 리치 힐이 12시간 24분 후인 오후 1시 5분 경기에 선발 등판해 과연 '김성근 감독의 톱니바퀴 로테이션'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오느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시카고 컵스는 아이오와 마이너리그 팀에서 좌완 라이언 오말리를 불러 올렸다.

아침 6시에 통보를 받은 라이언 오말리는 구단이 제공한 리무진을 타고 미닛 메이드파크에 와 8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오말리가 너무 정신없이 와서 메이저리그를 의식해 긴장할 틈조차 없었던 것이 호투의 배경이라는 고차원(?)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이렇게 투수를 기용하는 방식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체 요원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차이가 난다. 현재 한화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프로 선수는 자신의 몸이 재산이다. 아무리 김성근 감독이라도 무리를 시키면 현재 몸 상태를 설명하고 왜 더 쉬어야 하는가를 설명하면 된다.

혹사라는 표현을 단순하게 수치, 등판 횟수, 선발이냐 불펜이냐에 따라, 혹은 올 시즌에는 후유증이 없을 수 있지만 2~3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는 추측으로 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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