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재발견? 난 20년째 재발견 중"(인터뷰)

MBC 수목극 '앵그리맘'의 김희선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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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희선의 재발견이요? 20년째 재발견 되고 있어요."

여전한 하이톤의 목소리는 조금만 신이 나도 웃음소리를 듯는 듯 유쾌했다. 김희선(38)에게는 독특한 힘이 있다. 1993년 CF로 데뷔했을 때부터 미녀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며 톱스타로 군림했지만, 사실 그녀를 더 특별하게 한 건 함께하는 이를 기분좋게 하는 에너지였다. TV 앞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올 만큼 강력한.


얼마 전 종영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앵그리맘'(연출 최병길·극본 김반디)은 김희선의 이런 기운에 크게 기댔다.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정신병원에 가게 된 딸을 보다못해 교복 입고 학교로 쳐들어간 엄마의 이야기였다. 비리와 부조리로 끝내 무너져버린 학교, 그 속에서 희생당한 학생들을 그리며 작심하고 세월호 침몰을 은유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 무거움과 답답함을 상쇄시켜준 게 김희선이 엄마 조강자-가짜 여고생 조방울이었다. 긍정적이고 유쾌하며 단순하고 저돌적인 그녀는 김희선과 참 많이 닮아 보였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김희선에겐 조강자가 처음 맡은 엄마 캐릭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희선 아닌 조강자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는 최병길 PD의 말에 1회부터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할에 푹 녹아든 연기야 그렇다 치자. "22살에 딸을 낳았다면 딱 그 나이일" 김유정과 같은 교복을 입고 교실에서 어울려도 어색하지 않은 이가 또 어디 있겠나.

"악조건 속에서도 평이 좋았어요. 감사드리죠. '김희선의 재발견'이라고 하시는데, 저 20년째 재발견 되고 있어요.(웃음) 처음엔 기분이 좀 그랬어요. 늘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계속 재발견만 되고 있으니. 그런데 저 SBS 최연소 연기대상이라구요. 문근영이 '바람의 화원'으로 대상을 타서 제 기록을 깼다고 했었는데, 생일이 그 친구가 빨라. 아직은 제가 최연소라고 누가 정정해주셨더라고요. 아 밥이라도 사야되는데."(김희선은 1998년 만 21세 나이에 '미스터Q'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 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기분좋게 했던 평가는 '강자-방울이는 김희선 아니면 안돼'라는 이야기였다. '교복이 잘 어울렸다', '고복동 역으로 등장한 지수와 잘 어울린다' 같은 이야기도 물론 즐거웠다고 까르르 웃었다.

"확실히 키 크고 남성적이고 덩치가 좀 있는 친구들이라 제가 좀 덜 차이가 나 보이나 봐요. '신의'에서 함께 했던 (이)민호랑 8살 차이였는데, 지수랑은 16살 차이였잖아요. 좀 더 가볼까봐요?(웃음) 김수현이요? 옆에서 더 차이나 보이면 어떡해. 왠지 여배우가 손해볼 것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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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만남이었지만, 후반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하이라이트였던 학교 붕괴 장면 이야기가 나오자 김희선의 목소리도 착 가라앉았다. 학교가 무너진다는 전개는 시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리저리 피를 묻힌 보조출연자 학생들을 보자 더 마음이 무거웠단다.

"고심해서 섭외한 장소가 벽돌 등을 쌓아놓은 큰 고물상 같은 곳이었어요. 마침 그 즈음 네팔 대지진까지 맞물렸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분장한 아이들을 보니 더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어쨌든 내가 엄마잖아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소름이 확 끼쳤어요. 괜히 그날 촬영장이 경건해졌어요. 노란 옷이 더 눈에 띄었다고요. 흠, 신상이었어요.(웃음)"

아무리 김희선이라지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열혈 주인공으로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이끄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장소 이동이 많은데다 김희선의 출연 분량 역시 압도적이었던 탓이다.

"나중에는 72시간 정도 안 자고 촬영하다 보니 대사랑 상관없이 제가 헛소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죠. 서로 만나면 눈을 확인하면서 '어 요단강 건너고 있는데' 이러면서 인사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똘똘 뭉쳤어요. 힘들어도 항상 에너지가 넘쳤고요."

조강자가 왕년엔 주먹깨나 쓴 전설의 '짱'으로 설정된 터라 액션도 함께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김희선은 액션이 힘들기보다는 재미있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남자 배우들이 왜 액션에 욕심내고 로망을 갖는지를 깨달았다"며 "내가 한 것 대비 효과가 서너배는 나온다"며 즐거워했다.

"발차기 착 하고 머리카락을 옆으로 샥 휘날리면서 딱 보고, 이게 앵글에 따라서 너무 멋지게 나오는 거예요. 처음엔 배우기 바빴는데, 나중엔 욕심이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뒤늦게 액션의 매력을 깨달았어요. 와이어는 연습 안하고 즉석에서 탔는데 재밌더라고요. 제가 액션에 소질이 좀 있나봐요. 연습하면 더 잘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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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작품만 좋다면 악역도, 열혈 엄마 연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김희선은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로서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앵그리맘'이 내게 좋은 기회였고 좋은 작품이지만, 우리 시장은 늘 핫한 아이들을 원한다"고 밝힌 그녀는 "누굴 탓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혼 하고, 아이 낳고, 또 특히 여자고 하면 많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다른 외국 시장에 비해서는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많은 선배들, 김희애 언니, 김혜수 언니 또 이런 분들이 너무나 잘 길을 닦아주고 계시죠…. 어렸을 땐 나 예쁘게 보이고 내가 튀는 게 좋다는 생각도 했죠. 왜 안했겠어요. 이젠 그것보다 내 곁의 사람이 같이 잘하면 몇 배 더 좋은 효과가 난다는 걸 점점 느껴요. 함께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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