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희한한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인터뷰①)

2년 만에 새 싱글앨범 '희한한 시대' 발표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5.05.23 10:20 / 조회 : 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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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김윤주(왼쪽)와 박세진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밝고 잔잔한 멜로디에 조용히 읊조리듯 들려오는 나긋함, 그 속에 배어나오는 아름다운 화음과 공감 어린 가사가 지친 마음을 달랜다.


'수고했어, 오늘도', '없는 게 메리트' 등 젊은이들에게 힘과 위로를 건네는 노래들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여성듀오 옥상달빛(김윤주·31, 박세진·31)이 2년 만에 새 앨범 '희한한 시대'를 발표했다.

2007년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 작곡과에서 동갑내기 친구로 만나 20대의 절반을 함께 해온 이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을 통해 눈에 비치는 지금의 '희한한 시대'와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정말 아무것도 아니지/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타이틀곡 '희한한 시대'中)

'세상에 모든 게 잠들어버린 창밖을 보며/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잠깐만이라도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수록곡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中)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노래는 희망적인 가사를 담았던 옥상달빛의 과거 노래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옥상달빛은 할 말이 많은 듯 말문을 열었다. "이제 옥상달빛도 '분노'의 가사를 쓸 수 있게 됐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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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김윤주(왼쪽)와 박세진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드라마 OST나 팬을 위한 프로젝트 싱글을 제외하면 공식 앨범은 지난 2013년 정규 2집 '웨어(Where)' 이후 2년 만이다. 신보를 발매한 소감이 어떤가.

▶(김윤주)우선 너무 좋다. 차트 성적보다는 차트 외에 반응이나 만족도는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박세진)항상 앨범을 내고나서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곤 했는데, 이번엔 딱 2곡이라 더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었다. 하림, 조정치, 유희열, 김동률 등 선배 뮤지션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다.

-타이틀곡 '희한한 시대'를 들어보면 노래 속 화자가 현 시대에 대한 비관적이다. 도시 빈민층 삶의 애환을 다룬 조세희 작가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모티브를 얻었다고.

▶(박세진)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살고 있는데,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갈 때마다 스트레스더라. 나름 열심히 돈을 모아도, 가진 돈에 비해 집값이 너무 뛰었다. 처음에는 좌절하다 나중에는 화가 나더라. 문득 어릴 적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시 사서 읽어봤다. 책에 아파트 입주 때문에 난리치는 대목이 있는데, 책의 배경인 70년대나 2015년인 지금도 물가만 올랐지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더라. 어이가 없었다. 너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 (김)윤주가 가사를 보더니 너무 좋아했다. 멜로디 앞부분 방향을 잘 잡아줘서 잘 정리할 수 있었다.

-편곡을 맡은 윤주 씨가 분노에 싸여있던 노래를 잘 정리해 줬나보다.

▶(김윤주)하하. 옥상달빛이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반가웠다. 우리가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더 넓혀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는 발라드로 처절하게 나오면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 최대한 희한하게, 반전을 만들어보잔 생각으로 밝게 만들었다.

▶(박세진)원래 생각했던 콘셉트는 '블랙 코미디'다. 이를 테면 가사 속에 '톱니바퀴'가 등장하는데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공장 노동자들이 걸어가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행진곡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웃픈' 정서를 나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척박한 시대에 살아가는 청춘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음직한 존재에 대한 고민을 자기 고백적 화법으로 풀어냈다. 윤주 씨가 사촌동생을 위해 만든 곡이라고.

▶(김윤주)누구나 힘들 때 한번쯤 '오늘은 잠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냐. 동생이 사춘기 때 이민을 가서 나름 힘든 시기를 보냈더라. 여러 가지로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기장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정말 좋아서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이 일을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하는 거다'라고 하더라. 그게 20대 중반이 할 소리가 아니지 않나. 너무 맘이 아팠다. 다른 동생도 서울대 대학원을 다녔는데, 요즘 너무 취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피부에 알갱이가 다 올라왔더라.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똑같이 취업하는 건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곡 '희한한 시대'하고도 잘 맞을 것 같았다. 동생들에게 막연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다.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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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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