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칸? 전도연? 나는 언제나 이제 시작이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5.22 07:50 / 조회 : 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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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사진=임성균 기자


전도연과 연기를 같이 한다는 건, 특히 남녀로 호흡을 맞춘다는 건, 모험이다. 잘해야 본전 소리를 듣기 쉽다. 남자의 이야기든, 여자의 이야기든, 어느 순간 전도연으로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그건 전도연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아우라 탓이기도 하다. 전도연은 그래서 위험하다.

김남길은 그런 위험을 일부러 택했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무뢰한'에서 김남길은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무뢰한'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범인을 잡고 마는 형사가 살인범을 잡기 위해 그의 여자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전도연이 살인범의 여자로, 김남길이 형사로 출연했다.

제목 그래도 '무뢰한'은 남자영화다. 아니 남자영화였다. 그랬던 영화는 전도연이 마법의 봉을 휘두른 양 어느 순간 무게추가 여자로 바꾼다. 김남길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이래서 전도연 전도연 하는구나"라고 모범답안을 내놓곤 했다. 진짜 그의 속내를 들었다.

-'무뢰한'이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현지에 다녀왔는데 기분이 어떤가.

▶사실 잘 모르겠다. 주위에선 축하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잘 모르겠더라. 부산국제영화제를 외국에서 한 느낌이기도 하고. 원래 모르고 용감하지 않나. 세계 영화인에 속해있구나란 생각은 들더라. 칸영화제가 원래 배우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기도 하고.

전도연 선배는 칸에 올 때마다 자극을 얻어간다고 하던데 나는 한국에서 아직 할게 많아서 그런지,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무뢰한'은 이정재가 하려 했는데 어깨 수술 때문에 하차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왜 했나. 그만큼 매력적이었나.

▶신기한 건 나도 이정재 선배와 똑같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이다. 어느 날 집에서 휴대전화로 이정재 선배가 어깨 수술 때문에 '무뢰한'에서 하차한다는 기사를 봤다. 얼마나 좋은 영화이길래 이정재 선배가 한다고 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매니저에게 '무뢰한' 시나리오를 좀 구해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래서 봤더니 참 좋더라.

예전에 '폭풍전야'라는 영화를 했을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그 때는 내가 아직 어려서 그 역할을 좀 더 성숙해진 다음 하면 더 좋았겠다란 생각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도 '무뢰한'이 끌렸다. 사실 시나리오는 내가 좋으면 남도 좋다.

-상대역으로 전도연이 내정돼 있었는데. 잘해야 본전이란 생각은 안 들었나.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잘해도 먹히겠구나란 생각이 나중에 들더라. 처음에는 어떻게든 남자영화로 만들어서 이겨 먹을까란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전도연 선배가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며 예전에는 자기도 그런 것을 잘 몰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현장분위기는 참 좋았다.

그래놓고 영화를 보니깐 날 그런 말로 회유 했나 싶더라.(웃음) 할 수 없다. 내가 날고 긴다 해봐야 10년 조금 일을 했다면, 전도연 선배는 24년 가량 했지 않나. 아직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시나리오는 분명 남자 이야기였는데 막상 영화는 비중이 달라졌다.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배우 입장에선 어떤가.

▶영화를 기자시사회에서 처음 봤을 때 멍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래서 전도연이란 소리를 하는구나, 젠장, 이란 마음도 있었고.(웃음) 나도 모르게 영화가 길지 않나란 소리를 했더니 전도연 선배랑 오승욱 감독님이 째려보더라.(웃음) 길다는 게 재미없다는 소리가 아니라 맨 마지막 에필로그에 감정 여운이 남는 신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영화를 14편 찍으면서 그런 감정은 처음 느꼈다.

내가 맨 마지막에 하는 대사를 위해 에필로그가 이어지는데 원래 두 가지 버전으로 찍었다. 감정여운이 짧은 것과 길게 이어지는 것. 박찬욱 감독은 처음 찍은 게 좋다고도 했는데, 결국 재촬영한 것을 썼더라.

사실 '폭풍전야' 때 트라우마가 있었다. 혼자 모든 감정을 이끌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좀 성숙했으니 어느 정도 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혼자 이끌려니 너무 힘들더라.

-전도연과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들이 많다. 김남길의 액션과 전도연의 리액션이 오고가는, 예컨대 나랑 살래? 그걸 믿냐? 이런 장면들. 전도연이 시속 160km로 감정을 팍팍 뿌리던데 받아치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160km보단 한 135km 정도 슬라이더로 던지더라. 사실 그 장면들은 어떻게 할지 몰라 서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현장에서는 편안하게 했다. 그랬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인정해야 하는 건 빨리 인정해야겠더라.

난 이제 시작이니깐. 그러고 보니 맨날 이제 시작이다.(웃음) 그게 숙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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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사진=임성균 기자

-너무 겸손하면 오히려 예의가 아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어깨 힘을 잘 빼고 편하게 연기를 했는데. 처음 할 때부터 어떤 것을 가장 염두에 뒀나. 캐릭터 외형은 일본만화 '지뢰진'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남자들이라면 여자 감정에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한 번쯤은 있지 않나. 나도 그런 적이 있고. 그런 부분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형사 역할이지만 어깨 힘을 더욱 빼서 보여주고 싶었고. 뭔가 보여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어둡다고 나 어두워요라고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너무 연기를 안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지뢰진' 형사 캐릭터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너무 스타일리쉬해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질 것 같더라. 일부러 헐렁하게 입었는데 그래도 멋있게 보인다면 할 수 없다.(웃음)

-전도연이 사랑한 살인범 역의 박성웅과 맞붙는 액션장면은 몸이 부딪히는 듯해 아주 인상적이던데.

▶전도연 선배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키가 크다는 것이었다. 박성웅 선배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솔직히 좀 무서웠다. 박성웅 선배가 정두홍 무술감독에게 배운 거품 소폭이란 제조법이 있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때 성웅 선배가 한참 그걸 제조하는데 내가 막내랍시고 숟가락으로 거품을 제거했더니 확 노려보더라. 살려는 주실거죠라고 했다.(웃음)

박성웅 선배는 정말 몸이 부딪히면 아프다. 액션연기를 하면서 상대가 꿈쩍도 안 하고 내가 몸이 들리는 경험을 한 게 김영호 선배 이후 처음이다. 그 장면은 형사와 살인범의 대결이라기보단 한 여자를 놓고 두 남자가 싸우는 것처럼 꾸몄다. 정말 안 지려고 발악해서 하다보니 그런 장면이 나온 것 같다.

-차기작 '도리화가'에서 수지와 연기를 했는데.

▶솔직히 국민첫사랑이란 단어에 반감이 있었다. 내 첫사랑은 따로 있는데 왜 국민 첫사랑이야 이러면서. 주위에서 수지랑 한다며 자꾸 이야기해서 '나 전도연이랑 한 사람이야'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수지 괜찮더라.(웃음)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정말 좋더라.

-지금은 핵발전소 폭발 위기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찍고 있는데. 일각에선 반정부 영화라고도 한다. 원래 부산 등지에서 촬영하려 했는데 갑자기 취소되면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그럼 강원도에서 찍으라고 해서 강원도로 촬영지가 바뀌는 일도 있었고.

▶그런 말들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반정부 영화라니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더라. 난 배우는 정치나 종교 성향을 띄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기도 하고.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도 논의 중인데.

▶형사와 검사 중 어떤 역할을 할지 조율 단계다.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제작사가 사나이 픽쳐스니깐 한다며 모이는데 해야지 어쩌겠나.(웃음)

-전도연과 나중에 연기를 또 하고 싶나.

▶물론이다. 전도연 선배와 호흡을 맞춰본 어떤 선배가 그러더라. 솔직히 어땠는지 말해보라며. 전도연과 연기를 하면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희한하게 스스로 뭔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이번에는 내가 준비가 덜 됐다면 다음번엔 확실하게 160km를 받아치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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