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나 "임성한 신데렐라? 실제론 유쾌한 푼수"(인터뷰)

종영한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 주인공 백야 역 박하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5.22 06:44 / 조회 : 7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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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의 박하나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박하나(30)는 백야보다 훨씬 예뻤다. 훨씬 밝고 상큼했다.


그녀는 작품마다 논란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임성한 작가의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의 히로인.

드라마를 내려놓고 나니 그제야 박하나의 까맣고 큰 눈동자와 뽀얀 피부, 귀염성 있는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8개월을 여주인공 백야로 살았던 그녀는 "시원섭섭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고 신인들을 즐겨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임성한 작가지만, 박하나의 이력은 그 중에서도 특이하다. 1985년생, 중학교 3학년 시절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뽑혀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녀는 10대 시절 '퍼니'라는 혼성그룹의 서브보컬로 먼저 데뷔했다. 불호령같은 방송사의 립싱크 금지령 때문에 많은 비주얼 가수들이 떨어져 나갔던 시절이었다. 박하나의 표현대로 신생 회사에서 나온 신인 그룹은 "완전히 망했다." 이후 솔로 준비를 하던 그녀는 그마저 잘 되지 않아 방황의 시절을 보냈고, 26살 나이에 겨우 연기자로 전향했다. 그러고도 1년은 오디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처음 출연한 드라마가 2012년 방송된 MBC '투윅스'. '압구정 백야'는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여주인공 교체로 급히 배우를 찾던 제작진이 오디션에서 박하나를 만난 게 불과 촬영 11일 전이었다.

"11일 동안 계속 오디션 준비를 했어요. 이런 스타일, 이런 메이크업으로 백야에 맞게 이런 저런 준비를 하면서 촬영 날이 가까워 왔고, 저는 제가 캐스팅이 된 지도 모르고 계속 오디션을 본다고 생각했어요. 기사를 보고서야 정확하게 알았죠. 자체도 드라마틱했어요. 이틀 전 꿈을 꿨거든요. 꿈에서 백조와 백마가 나오는 거예요. 나중에 백야와 조나단(김민수 분) 커플이 나올 때 백조 커플이라고 불렸는데 참 신기한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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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의 박하나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압구정백야'의 백야는 149회 내내 성장과 변모를 거듭한 캐릭터였다. 초반의 철딱서니 없는 오빠 바라기는 임신한 새언니에게 악담을 퍼붓는 악녀였다. 오빠의 죽음 이후엔 남매를 버린 친어머니의 양아들과 결혼을 감행하는 복수의 화신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이 죽은 뒤에도 시댁에 살며 친어머니와 으르렁거린 독한 여인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진 여인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바라봐 온 화엄(강은탁 분)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른 이와 약혼하며 제 마음을 속였고, 화엄과의 사랑이 현실적인 벽에 부딪치자 위장 자살이란 극약 처방을 쓸 정도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할 겨를조차 없었어요. 다만 '아 이거 했으면 좋겠다', '진짜 재미있겠다' 그저 꿈꾸고 바랐어요. 정말 큰 역할이었는데, 처음엔 이런 역할인 줄도 몰랐어요. "

박하나의 백야는 처음엔 스스로도 '오글오글' 할 만큼 불안했다. 그러나 성장하는 백야와 함께 박하나도 쑥쑥 성장했다. 친어머니로 나온 베테랑 연기자 이보희와 대화만으로 15분여를 끌고 가는 65회의 날선 대립 신은 다시 봐도 몰입도가 상당하다. 그저 임성한의 신데렐라였던 박하나를 다시 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박하나는 "믿어주신 임성한 작가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초반엔 회식도 많이 했는데, 기사로 접했던 것과 달리 따뜻한 분이셨어요. 직접 싼 샌드위치를 가져다주신 적도 있을 정도예요. 큰 변화가 있을 땐 미리 전화를 주세요. '넌 어떤 것 같아?'라고 물어보시는데 제가 뭐라 해도 틀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지켜보세요. 65회에 나온 그 신을 찍기 전에도 전화가 왔어요. 굉장히 욕심나는 신이었어요. 대본 리딩 때 다른 연기자들까지 부럽다고 할 정도였고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고 굉장히 집중했어요. 끝나고 작가님이 '잘했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그걸 보니 또 힘이 났어요. 믿어주셔서 자신있게 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속 백야와 반은 맞고 반은 다르다"는 박하나는 "실제로는 발랄한 푼수"라며 환하게 웃었다. 초반의 밝은 부분이 딱 맞지만, 뒤로 갈수록 많이 나온 '비련의 여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단다. 그녀는 "그렇다고 100% 안 맞는 건 아니다"라며 "시트콤 같은 인생인데, 차분한 백야 캐릭터를 하면서 많이 내려놨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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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의 박하나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쾌활할 수가 없어서 진짜 답답했어요. 머리 색까지 까맣게 염색하고. 제가 좀 코믹한 부분이 있어요. 친구들 만나면 웃기려고 하는 편이고, 말이 안되면 몸을 사리지 않고 웃겨요. 연기도 시트콤으로 먼저 시작하고 싶었는데 '지붕뚫고 하이킥' 오디션에서 떨어졌죠.(웃음) 연애에선 푹 빠지는 편이에요. 다 퍼주고 맞춰주는 스타일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많이 차였어요. 백야를 하면서 '아, 이래서 밀당이 필요하구나'라고 느꼈어요. 백야에게 많이 배웠죠. 이제 무한사랑은 속으로만 하려고요."(웃음)

드라마 바깥에선 임성한 작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막장드라마니 뭐니 하는 평가도 계속됐지만 박하나는 그저 대본과 촬영에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임성한 작가의 조카에다 밉상 캐릭터로 본의 아니게 미움받은 육선지 역 백옥담을 비롯해 황정서 강은탁 송원근 이효영 등 젊은 배우들과 더 똘똘 뭉쳐 힘을 냈다. 모두다 '압구정 백야'로 재조명된 신예들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어떤 믿음이 있었나 봐요.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란 막연한 희망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버텨 온 시간이 있었으니까. 이런 작품을 만나 너무 감사해요. '압구정 백야'가 있어서 서른이 넘어가는 데도 우울하지 않았어요. 그간 막연히 프로필 돌려야 했던 매니저 한테도 뿌듯함이 있고요. 이젠 '압구정백야'를 넘어야 한다니,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먼저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부담보다는 궁금함, 설렘이 앞서요. 내가 또 다른 캐릭터를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또 해내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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