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때묻히라는 조언도..연애 하고싶어요"(인터뷰)

영화 '차이나타운'의 박보검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5.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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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박보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은 뒷골목의 생존법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영화다. 고아들을 데리고 인신매매, 장기밀매, 고리대금 따위를 하며 살아가는 '엄마'와 코인로커에서 태어나 그 엄마를 세상의 전부라 알던 여자 '일영'이 주인공이다.

박보검(22)은 그 스산하고 메마른 세계에 내린 햇살 같은 역할을 맡았다. 아버지의 사채빚에 볼모가 돼있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청년 석현 역이다. 돈 받으러 찾아온 일영에게 "선생님, 밥 안드셨죠"라며 따끈한 파스타 한 접시를 대접하고야 만다.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와 요리사가 되고싶다는 석현을 바라보는 일영의 표정엔 '얜 뭔데 이렇게 밝지?'하는 의문이 어린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보검에게 첫 질문부터 시비를 걸었다. 여차저차 하여 "좀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아요?" '아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박보검이 환히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을 시작했다. 직감했다. 영화 속 석현과 놀라우리만큼 닮은 이 청년이 의심없이 역할에 녹아들었을 거라고. 예감은 맞았다.

"석현이와 저의 공통점이 있어요. 긍정적인 점. 처음에는 나랑 비슷하니까 나처럼 하면 되겠다 하고 시작했어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보검은 "내 앞에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비록 제 경험이 많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아픔이나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며 "그것을 잘 이겨냈기에 내가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박보검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삶을 사는지가 결정된다고, 생각이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석현이도 아빠가 빚만 남기고 떠난 걸 알고 있지만 믿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구 하나 날 지켜주는 사람이 없을 때 사채업자들을 겪어가면서 정이 들어버린 케이스라고요. 관객들이 마냥 밝게만 생각하실 수도 있죠. 저는 마냥 밝은 것은 아니고 그 속에 어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좌절하거나 얽매이거나 낙담하지 않고, 자신 속의 어둠을 빛으로 감싸고 있다고요."

하지만 공감한다고 해서 촬영이 쉬웠던 건 아니다. 박보검은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빨리 촬영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내가 잘 하고 있나' 확신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에 있는 가까운 선배 송중기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 겪을 수 있는 일이니 힘내라'는 게 송중기의 답이었다. "확신이 안 생기니 스스로에게 속상했다"던 그는 "성장통을 겪고서 후반부에 가서야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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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박보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놀랍도록 바른 소리만 하던 박보검은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도 듣는다"고 수줍게 웃었다. 매사에 진지하고 생각이 많다보니 생각만 하다 한계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술을 못 마셔도 술자리는 즐기고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항변했다. 가까운 배우 선배들은 '배우는 이런저런 경험을 해 봐야 한다'며 '너도 때를 좀 묻혀야 한다'고 조언도 한다.

"사실 그런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아직은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연기하는 폭도 넓어지고 표현할 수 있는 깊이도 달라진다고 하시는데, 언젠가는 큰 경험을 하지 않을까요. 일부러 하지 않아도 때 묻은 연기도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애는 하고 싶단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한 뒤에는 한 번도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없었단다. "연애하는 학교 동기들은 벚꽃축제도 같이 가는데, 나도 누구랑 같이 봤으면 더 좋았겠다 했다"며 "요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감정에 솔직해 지고 싶은 친구가 생기면 좋겠다"고 반달 웃음을 지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걸그룹으로 가득한 KBS 2TV '뮤직뱅크' MC를 새로 맡았으니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어떤 걸그룹이 좋냐"고 물었다. '푸핫' 웃음을 터뜨린 박보검은 여전히 햇살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이 바른생활 청년을 못 말리겠구나, 다시 직감했다.

"그것보다도 전세계 114개국이 지켜본다는 부담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더 커요. 걸그룹은 다 좋아하지만 MC를 함께 맡은 아이린의 레드벨벳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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