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는 어떻게 한국 극장가를 점령했는가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4.28 14:14 / 조회 :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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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공세가 엄청나다. 역대 외화 흥행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면서 질주 중이다.


28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7일 '어벤져스2'는 29만 5134명을 동원해 누적 373만 9781명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이날 400만명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2'는 개봉 첫날 62만명을 동원해 역대 2위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이틀 만에 100만 돌파, 사흘만에 200만 돌파, 나흘 만에 300만 돌파, 모두 외화 신기록이다. '어벤져스2'는 북미 지역에 앞서 개봉한 50여개 나라들에서 첫 주말까지 총 2억 달러(2147억원)를 벌어들였다. 그 중 한국이 2797만 달러로 1위다.

한국은, 한국 관객은 왜 '어벤져스2'에 열광하는가. 아니 '어벤져스2'는 어떻게 한국 극장가를 점령했는가.

당초 마블표 영화들은 한국 관객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남성 관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탓이다. 마블 코믹스에 대한 이해도 적었다.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 편은 431만명을 동원했지만 2011년 '캡틴 아메리카' 1편은 반미 정서로 '퍼스트 어벤져'라는 이름으로 개봉해야 했다. 불과 51만명이 찾았다. '토르' 1편도 169만명에 불과했다.

2010년 개봉한 '아이언맨2'도 449만명이었다. 1편 관객과 비슷한 수치였다.

그랬던 마블 영화들이 한국에서 신바람을 내기 시작한 건 '어벤져스' 덕이다.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는 707만명을 동원했다. 마블 영화들 중 최고 스코어였다. '어벤져스' 이후 '토르2'(2013)는 303만명, '아이언맨3'(2013)는 900만명, '캡틴 아메리카2'(2014)는 396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아이언맨'에서 '어벤져스'로 이어진 흥행은 여심을 잡았기 때문. 특유의 유머로 기존 슈퍼히어로물을 찾는 남성 관객들 뿐 아니라 여성 관객들까지 마블 영화를 찾게 만들었다.

'어벤져스' 흥행성공은 마블 영화 학습효과로 이어졌다. 마블 영화들 속에 숨겨져 있는 코드를 찾게 만들고,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됐으며, 마블 코믹스 덕후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어벤져스'에 등장한 마블 캐릭터들에 대한 학습효과가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직까지 한국에선 미국처럼 마블 원작에 대한 이해가 높진 않다. 영화로 인한 학습효과가 높을 뿐. 미국과는 달리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014)가 141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어벤져스2'는 이런 학습효과의 절정이다. '어벤져스'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한층 기대가 커졌다. 더욱이 서울에서 일부 장면을 촬영하면서 한국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마블의 노림수가 제대로 들어맞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기대도 컸다. 크고 대단한 볼거리를 찾는 한국 관객 취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마침 2월부터 극장 비수기가 시작돼 볼 만한 영화에 대한 갈증도 컸다.

관객 가뭄에 허덕이던 극장들은 '어벤져스2'를 맞아 개봉 2주 전부터 예매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그 결과 96%까지 예매가 치솟았다. IMAX 상영관은 예매 신청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런 소식들은 '어벤져스2'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어벤져스2' 배우들도 내한해 한국 관객들에게 팬서비스를 충실하게 했다.

결국 '어벤져스2'는 개봉 이후 파죽지세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벤져스2'는 관객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만큼 볼거리와 재미를 전달했다. 하지만 스크린수와 상영횟차는 분명 비정상이다. 2300여개 스크린 중에서 1800여개가 넘는 스크린을 장악하고, 최고 하루 1만번을 상영하는 예견된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 영화 상당수가 '어벤져스2'를 피해 개봉 일을 조정하면서 무주공산이 됐으며, 비수기에 허덕이던 극장들이 돈이 되는 영화로 제다 몰린 탓이며, 대세라는 영화는 꼭 봐야 하는 관객 성향도 한 몫 했다.

이미 '어벤져스2'는 안보면 안 되는 영화가 됐다. 대세라는 걸, 대세라는 영화는, 꼭 봐야 하는 쏠림 현상이 재현됐다.

현재 '어벤져스2'는 해묵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재현하고 있다. '명량' 등 흥행작들이 등장할 때마다 불거지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논란만 되풀이되고 있을 뿐, 해결책은 없이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역대 외화 흥행 1위인 '아바타'(2009년)는 개봉 첫 주 토요일 9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그 때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었다. '명량'은 개봉 첫 주 토요일 1494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그 때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었다. 지금 '어벤져스2'는 18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논란만 되풀이될 뿐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어벤져스2'는 크고 거대한 것을 쫓으며 그 결과 작은 것들은 잊어버리는 지금 한국의 한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런 현상을 비판할라 치면 '어벤져스2'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처럼 받아들여져 거센 반발도 인다. 논의는 그렇게 중단된다. '어벤져스2' 배우들이 세월호 1주기에 방한한 것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어벤져스2' 광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스크린 독과점이든, 쏠림 현상이든, 한 국가의 스크린 중 80%에서 한 영화를 틀어대는 현상에 대해 본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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