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블유니버스 입성기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4.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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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캐릭터 이미지 / 사진=마블 홈페이지


마블코믹스에서 출발한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마블 영화의 세계에 한국 극장가가 퐁당 빠졌다. 마블 세계관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려울 수 있는 '어벤져스2: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무섭게 흥행 중이다. 마블 코믹스의 전통이 없던 한국에서 이런 분위기가 하루 이틀에 걸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그 시작은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부터나 다름없다. 그로부터 차츰차츰 물들어간 어느 영화팬의 마블 유니버스 입성기를 가상과 실제를 섞어 구성해봤다.

◆2003년 7월 4일 개봉 '헐크(Hulk)'


헐크가 뭔 줄은 알지만 못생긴 근육질 괴물은 내 스타일이 아냐를 외치던 시절.

P.S. '트로이' 감상 뒤 헐벗은 고대 가죽옷으로 지적인 남성미를 발산하는 헥토르 에릭 바나에 반해 다시 찾아봄. 감독이 '와호장룡'의 그 분임을 뒤늦게 깨닫고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양방향 주행. 그런데, 마블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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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언맨' 포스터



◆2008년 4월 30일 개봉. '아이언맨(Iron Man)'

아니, 이렇게 구김살 없는 슈퍼히어로가 다 있나. 유쾌한 장난꾸러기에 돈 많고 인기 많은 천재 강철맨 토니 스타크가 곧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다. 찌질이 스파이더맨, 암울한 배트맨과는 전혀 다른 슈퍼히어로의 탄생. "내가 아이언맨입니다". 이런 짜릿한 커밍아웃이라니. 왠지 좋아지는 이 남자에 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는지 영화는 430만 명을 모아 대박을 쳤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매년 4월이 마블의 달이 될 줄은.

P.S. 끝난 줄 알았더니 등장한 '쿠키' 영상. 토니의 집 안에 불청객 닉 퓨리가 들어와 있다. "세상에 슈퍼히어로가 자네뿐인 줄 아는가? 자네는 더 큰 세상에 속해있지. 어벤져스 계획에 대해 들어보겠나?" 쉴드 국장 닉 퓨리, 어벤져스의 등장이 마블 탐구욕을 마구 자극한다. 그리고, 쿠키? 먹는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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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크레더블 헐크' 포스터


◆2008년 6월 12일 개봉.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헐크가 에드워드 노튼으로 바뀌었네. 헐크 색깔이 좀 칙칙해진 게 좀 낫군. 어, 그런데 왜 맨 마지막에 토니 스타크가 나와 반대편 장군한테 팀을 짜자고 하지? (이 모든 게 일을 망치고 싶어 장군을 진심 짜증나게 할 '컨설턴트'를 보낸 쉴드 요원 필 콜슨의 작전이었음을 마블 덕후들은 이로부터 6년 뒤에나 알게 된다. '토르:천둥의 신' 블루레이에 수록된 '마블 원 샷' 1편 '더 컨설턴트'를 보시라)

P.S. 마블 탐구 심화 단계. 어벤져스 멤버는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등이라는데 판권이 마블이십세기폭스에 있는 '판타스틱4', '엑스맨', 소니픽쳐스가 판권을 소유한 '스파이더맨'은 논외로 치기로 함. 이때만 해도 DC출신 '배트맨 비긴즈'(2005)가 92만으로 지지부진하고, '스파이더맨3'(2007)이 493만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 슬슬 마블 코믹스를 읽어야 하나 고민되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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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언맨2' 포스터


◆2010년 4월 29일 개봉. '아이언맨2(Iron Man2)' 449만 명

마블이 '아이언맨2'를 북미보다 1주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다니. 불법복제 탓인가 했더니, '아이언맨' 1편이 '다크나이트'를 이긴 거의 유일한 나라라 신경 좀 썼다는 얘기가 들린다. 1편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속편. 스칼렛 요한슨의 빨간머리가 어색하던 시절 돈 많은 엔지니어이자 야심찬 장난꾸러기 토니 스타크의 매력은 여전하다.

P.S. '어벤져스' 떡밥들의 향연이 본격 펼쳐지는구나. 캡틴 아메리카의 비브라늄 방패를 떡 하니 받침으로 쓰는가 하면(시빌 워의 전주곡?), 미모의 여비서가 사실은 쉴드 요원 '블랙 위도우'였고, 쿠키 영상에서는 뉴멕시코로 간 쉴드 요원이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발견하고야 만다. 대체 떡밥이 몇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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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르:천둥의 신' 포스터


◆2011년 4월 28일 개봉. '토르:천둥의 신(Thor)'

인간계 아닌 외계 초능력자의 등장.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다. 도끼 휘두르는 단순무식 근육질 파워맨의 매력이 슬금슬금 나온다. 그러나 새얼굴이라 반색했던 크리스 헴스워스는 이미 유부남. 그나저나 '제인' 나탈리 포트만도 마블 입성!

P.S. 역시 쿠키가 떡밥 없이 넘어갈 리 없다. 제인의 동료 과학자로 나온 에릭 셀빅 박사에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푸른 빛을 내뿜는 코즈믹 큐브. 곧 개봉하는 '퍼스트 어벤져'에서 그 정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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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퍼스트 어벤져' 포스터


◆2011년 7월 28일 개봉.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아, 얘가 가끔 떡밥에 올라오던 걔로구나. 하지만 아직은 노골적인 이름 탓에 '내가 캡틴 아메리카요'라고 당당히 말하기가 껄끄러웠던 시기. 2차대전 전쟁영웅 캡틴 아메리카는 이름 대신 '퍼스트 어벤져'라는 부제로 개봉했으나, 51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친다.

P.S. '토르'에 나온 코스믹 큐브는 토르 아빠 오딘의 보물 '테서랙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 슈퍼파워 연구에 골몰하던 레드 스컬 휘하 히드라 조직의 영원한 힘의 원천. 그나저나 악당의 원천, 나치 없었으면 할리우드는 어쩔 뻔 했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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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벤져스' 포스터


◆2012년 4월 26일 개봉. '어벤져스(The Avengers)'

영웅들이 드디어 다 모였다. 이것이 히어로 무비의 끝판왕이로구나. 악당 역시 외계인. 치타우리 종족과 토르 동생 로키가 이들 초능력자 연합전선의 적이다. 뉴욕 하늘이 뚫리고 벌어지는 롱테이크 전투는 입이 떡 벌어진다. 대박, 역시 흥행도 대박. 한국에선 707만 관객을 모으고, 전세계에선 1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P.S. '어벤져스'가 마무리돼도 떡밥은 계속된다. 갈 곳은 우주. 테서랙트는 토르의 아스가르드 왕국에 보관된다. 로키에게 저 힘을 준 이가 누구였나 보니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선 죽음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타노스. 오 마이 갓, 악당 끝판왕도 다음에 나오는 거야? 음, 어벤져스를 한 방에 보낼 수도 있겠는데.

P.S. 영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심지어 헐크는 또 한 번 바뀌어 얼굴이 왠지 닮은(!) 마크 러팔로로 교체. 이미 '워머신' 제임스 로드는 '아이언맨2'에서 테렌스 하워드에서 돈 치들로 스리슬쩍 바뀌었으니까. 그나저나 필 콜슨 요원은 돌아가신 건가 했더니만, 곧 드라마로 만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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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언맨3' 포스터


◆2013년 4월 25일 개봉. '아이언맨3'(Iron Man3)'

'어벤져스'의 연장선상의 토니 스타크. 웜홀에 핵폭탄을 들고 들어가 세계를 구했던 토니 스타크의 트라우마가 그를 조금씩 옥죈다. 슈트, 그리고 자신의 대체재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가슴의 아크 원자로를 떼어버린 그는 어찌 될까. 엔딩의 아이언맨 활약상 영상이 왠지 뭉클하다. Tony Stark Will Return!

P.S. 눈에 띄게 줄어든 후속작의 떡밥들. 웬일인가 했더니 뉴스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어벤져스2', '어벤져스3' 계약 성사 소식이 들려온다. 한때 아까운 마약중독 배우이자 사라 제시카 파커 전 남친으로 기억되던 그는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배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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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르:다크 월드' 포스터


◆2013년 10월 30일 개봉. '토르:다크 월드(Thor: The Dark World)' 303만 명

'어벤져스'가 몰고 나니 멤버들 하나하나가 달리 보인다. 남들도 그런 게 틀림없다. '아이언맨' 시리즈 관객이 2배 늘어 900만 명에 이르더니, 1편이 169만 명을 모았던 '토르'가 2편에선 303만 명을 기록했다. 역시 악역 존재감은 깐족거림으로는 토니 스타크 못지않은 '히들이' 톰 히들스턴의 로키가 최고다. 크리스 헴스워스도 '햄식이' 등극.

P.S. 드디어 슬금슬금 떡밥이 던져졌다. 무한한 힘을 지닌 다크엘프의 비정형 물질 '에테르'를 쥔 이는 콜렉터. "다섯 개 남았군"이란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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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 포스터


◆2014년 3월 26일 개봉.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토르보다 '어벤져스' 덕을 더 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캡틴 아메리카'. 드디어 제 이름을 되찾아 한국관객을 만난 그는 무려 396만 관객을 모았다. 불과 3년 전 첫 편 관객은 51만명에 불과했다. 무려 6배 가까이 관객수가 늘어난 셈! 눈에 안 띄던 캡틴 아메리카도 급 매력적인 단독 시리즈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크리스 에반스는 그 존재감이 식을 새라 "아 유 냄궁민수"의 '설국열차' 크리스로 다시 한국 900만 배우에 입성한다.

P.S. 쉴드는 해체됐다. 히어로 팔콘이 추가됐다. 허나 '어벤져스2'는 남는다. 로키가 남기고 간 창, 치타우리 셉터를 연구하던 히드라 대장 바론 본 스트러커가 쌍둥이 남매 초능력자를 탄생시키고 만다. 어서와 스칼렛 위치, 퀵실버.

◆2014년 7월 31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끝내주는 노래모음집과 어우러지는 얼치기 캐릭터의 B급 정서가 흐뭇하지만, 마블이라고 한국에서 다 대박나지는 않는 모양. 세계 성적에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와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를 제쳤지만 한국에선 141만 관객에 머물렀다. (추가. '명량' 탓도 컸다!)

P.S. 콜렉터가 말 그대로 수집가로 등장하긴 했지만 알고 보면 떡밥이 상당하다. 심지어 초록피부 여주인공 가모라는 타노스의 양딸이 아닌가. 특히 모두가 손에 넣으려는 이상한 동그란 물체 오브는 인피니티 스톤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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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


◆2015년 4월 23일 개봉.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

1000만 영화를 예고하며 야심차게 개봉, 첫 주부터 파죽지세로 한국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평은 엇갈리지만 흥미진진하고 화끈하다. 악당 울트론은 마블 사상 최강의 적. 그런데 '울트론의 시대'라더니 울트론은 기대만 못하다. 다만 호크아이가 드디어 '호구아이'에서 탈피했다.

P.S. 여러 떡밥 때문에 기대했더니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마저도 거대한 떡밥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로 가는. 인피니티 스톤이란 단어가 드디어 언급된다. 지금까지 나온 인피니티 스톤은 총 4개. 테서랙트, 에테르, 오브, 그리고 로키의 창에서 추출한 마인드 스톤이다. 마인드 스톤을 장착한 비전이 뜬금없지만 흥미진진한 가운데 드디어 타노스가 인피니트 건틀렛을 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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