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보다 2천번 많은 상영 '어벤져스2'..이게 정상인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4.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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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정상이 아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한국 상영 상황은 분명 비정상이다.

2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6일 '어벤져스2'는 101만 3271명을 동원했다. 지난 23일 개봉해 누적 344만 4800명. 매출액 점유율은 90.0%. 스크린수는 1826개, 상영횟수는 9761번이다. 한국 스크린수가 2300여개란 점을 고려하면 약 80% 가량을 '어벤져스2'가 싹쓸이 했다는 뜻이다.


'어벤져스2'는 지난해 여름 한국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던 '명량'보다 스크린이 2000여개 더 많다. '명량'은 개봉 첫 주 일요일 1587개 스크린에서 7963번 상영됐다.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개봉 첫 주 토요일도 '어벤져스2'가 '명량'보다 압도적이다. '명량'은 당시 1494개 스크린에서 7605번 상영됐고, '어벤져스2'는 개봉 첫 주 토요일 1843개 스크린에서 1만 19번 상영됐다. 관객수는 '명량'이 '어벤져스2'보다 많았다. '명량'은 개봉 첫 주 토요일 123만명, '어벤져스2'는 115만명, 일요일에는 '명량'이 125만명, '어벤져스2'가 101만명을 동원했다.

'명량'이 개봉했을 당시는 극장 최고 성수기인 여름인데다 '해적' 등 다른 경쟁작이 있기에 완전한 스크린 싹쓸이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벤져스2'는 일찌감치 다른 영화들이 맞대결을 피했기에 무주공산이다. 한 영화를 한 나라의 전체 스크린 80% 가까이에서 틀어대고, 하루에 만 번이 넘도록 상영한다는 건 분명 비정상이다.

아무리 2월부터 극장 비수기가 시작돼 흥행작에 목마름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전체 극장이 이처럼 돈을 보고 몰려드는 건 비정상이다. 일부 예술영화 전용관에서마저 '어벤져스2'가 상영됐다.

'어벤져스2'와 같은 날 개봉한 '약장수'는 차지하고 29일 개봉하는 '차이나타운' '위험한 상견례2'마저 상영관을 제대로 잡지 못할 상황이다. 27일 오전9시 기준 영진위 예매율 집계에 따르면 '어벤져스2'는 89.2%, '차이나타운'은 2위지만 2.7%, '위험한 상계례'는 3위지만 1.8%다. 이런 예매율은 극장이 '어벤져스2' 외 다른 영화들은 상영관을 제대로 열어주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분명 이런 상황은 '어벤져스2'와 맞붙기를 꺼린 한국영화들 탓도 있다. 그동안 장사가 안 됐으니 벌 수 있을 때 벌어보자는 극장도 이유가 있다. '어벤져스' 1편이 700만명, '아이언맨3'가 900만명을 동원한데다 2편을 한국에서 일부 찍었으니 기대도 워낙 컸다.

그럼에도 극장이 모든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한 영화에 몰아주는 건 비겁하다. 법칙이 없는 정글이나 다를 바 없다. 외화 역대 1위인 '아바타'와 스크린 수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아바타'는 첫 주 토요일 917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당시 스크린 수가 1900여 개 가량이었으니 대략 절반 정도에서 상영된 셈이다.

지금은 80%가 '어벤져스2'다. 욕망은 커지고, 배려는 사라지고, 돈만 쫓는 정글이다.

'어벤져스2'는 한국영화계의 맨 얼굴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3년 연속 한국영화 1억 관객 돌파, 총 관객 2억 돌파라는 자화자찬이 빛 좋은 개살구란 걸 알게 만들었다.

'어벤져스2'는 한국 촬영으로 200억원 가량을 썼다. 그 중 30% 가량을 돌려받았다.

영진위는 '어벤져스2'로 경제효과가 876억원 가량 될 것이라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조원 가량이라고 추산했다.

그 말들이 맞아 떨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어벤져스2'는 한국에서 300억을 벌어들였다. 예상대로 천만명을 동원하면 1000억원 가량을 번다. 한국영화계에 돌아오는 건 극장수입이 전부다.

'어벤져스2'는 비정상이 정상인 한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

'어벤져스2' 내한행사는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어벤져스2' 내한행사는 4월16일이었다. 마블 본사 방침이었다. 한국측에서 세월호 1주기라 역풍이 예상된다며 강하게 반발해 4월17일로 옮겼다. 역대 최대 규모 내한행사라지만 기자회견은 질문 3개로 끝났다. 배우들이 45분 이상 기자회견을 안 한다고 해서 사전행사 포함해서 후다닥 끝났다.

그럼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배우들은 최상의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팬서비스와 립서비스에 그저 박수갈채를 치고 떠나보냈다. 그리고 '어벤져스2' 광풍이 시작됐다.

속사정은 아랑곳없이, 큰 것을 쫓고, 돈을 쫓고, 기다릴 줄 모르고, 피해가는. '어벤져스2'는 지금 한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심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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