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의 이유있는 자신감 "이런 영화 처음"(인터뷰)②

[★리포트]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4.22 11:03 / 조회 : 9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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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사진=CGV아트하우스


"누가 봐도 잘 만든 것 같아요. 누락되는 캐릭터가 없어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플룩스픽쳐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김혜수는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작품을 선택하기까지의 고민까지 신이 나서 털어 놓았다. 많은 질문도 필요하지 않았다. 김혜수 스스로 작품과 관련해 하고 싶었던 얘기가 많았던 만큼 하나의 질문만 던져도 풍성한 답변이 이어졌다.

김혜수는 '차이나타운' 출연을 결정하기 전까지 4개월가량 고민했다.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살벌한 사람들, 그 중에서 김혜수가 연기하는 엄마는 경찰도 무서워하는 차이나타운의 실질적인 보스다. 이전까지 연기했던 어떤 역할보다 강렬하고, 김혜수의 강점으로 불리는 섹시함과 여성미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단순히 역할이 세기 때문에 출연을 망설였던 것은 아니었다.

"왜인지 모르게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좋은 작품이고, 역할도 매력적이었어요. 배우로서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었고요. 그런데 선뜻 하지는 못하겠는 거예요. 보통은 이 정도 고민하면 '하지말자'하고 접어버리는데 또 포기가 안되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알았어요. 차이나타운은 엄마 그 자체니까, 그걸 증명하는 게 부담이 됐던 거예요. 출연을 고민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뭔가가 영화를 보면서 풀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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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사진=CGV아트하우스


'차이나타운'은 처음부터 김혜수였다. 김혜수는 "제작사에 '그래도 나 말고 다른 방안도 생각했을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언제까지든 기다리겠다'고 했다"며 "고맙고 미안했지만, 그것만으로 출연할 순 없었다"며 마지막까지 신중했던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일단 출연을 결정하고 난 후엔 모든 것이 술술 풀렸다. 김혜수가 생각했던 엄마의 모습과 분장팀, 연출자의 생각이 모두 일치하면서 "치열하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극중 김혜수는 실제 몸집보다 듬직한 거구로 등장한다. 이런 체구는 모두 특수 분장으로 완성된 것이다. 세치와 메이크업 없는 기미 피부 역시 분장팀과 김혜수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다. 김혜수는 이를 통해 중년이지만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아줌마인데 여성처럼 보이지 않는 엄마로 보이는데 성공했다.

"제가 생각하는 엄마는 제 몸보다 더 몸집을 불리거나 아예 깡 마르는 거였어요. 그런데 둘 다 쉽지 않아요. 작품마다 체중조절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죽도록 살을 뺀 것이 '타짜' 정도였어요. 그것도 예쁜 정도지 마른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전 먹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에 비해서 살이 찌는 편도 아니라 이 몸을 계속 유지하면서 작품에 들어갈 때만 3~4kg 정도 빼고 들어가요. 그러니 살을 찌웠다가 빼는 게 걱정됐는데, 분장팀에서 '분장으로 몸을 불려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저야 너무 좋았죠.(웃음)"

실제로 김혜수는 건강미로 유명한 인물. "잘 먹고, 먹기 위해서 운동한다"거나 "혼자서 피자 한판을 다 먹은 적도 있다"는 말은 이미 여러 방송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통해 나왔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빵과 과자를 펼쳐놓고 "인터뷰 때는 말을 많이 해야하니까 먹어야 한다"며 "같이 먹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친절하고 솔직하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연기 경력도 어언 30년차다. 촬영장에서도 김혜수보다 연장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이번 '차이나 타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김혜수는 "50년을 하면 더 나아질 것 같냐"고 웃으며 "걱정하는 것도, 좋은 것도 다 똑같이 느낀다"고 유쾌하게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극중 역할이 엄마이기도 했지만, 제가 나이도 있고, 일도 오래했고, 어른이니 대단히 이끌어주지 않을까 기대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오히려 감독님이 첫 작품이지만 대단한 배짱으로 현장을 끌고 갔어요. 그 자신감과 직관력이 무모한게 아니었어요. 보통이 아니었죠. 한준희라는 감독이 앞으로도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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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사진=CGV아트하우스


좋은 사람들과 신나게 연기했지만 엄마란 역할은 분명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다른 역할들에 비해 몸으로 하는 액션은 없었지만 "액션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내적인 무언 갈 끊임없이 끄집어내야 했다. 담배를 피는 설정 때문에 속이 메스껍고 울렁증을 느끼기도 했다. 김혜수는 "실제로도 담배를 필 줄 알지만, 엄마는 담배를 늘 물고 있는 사람이었다"며 "물을 마셔도 어지럽고 미식거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럼에도 김혜수는 "즐거웠다"고 했다.

"제가 지금껏 연기하면서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던 게 딱 두 번있었는데요. 처음은 '타짜'였고, 그 다음이 '차이나타운'이에요. '타짜'때는 다들 연기를 잘하니까 제가 못 따라가는 거 같아 불안했고, 그래서 최동훈 감독에게 그런 말을 했는데 그 이후 제가 막힐 때마다 감독님이 흘러가듯 말을 하는 게 힌트처럼 들리더라고요. 이후 현장에 가는 게 재밌고, 편해졌어요.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그 이후 작품에서도 그러길 바랐는데, 저 혼자 원한다고 잘 안됐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그랬어요. 각자 서로의 역할에 진지했지만 분위기는 편안했죠."

힘들게 고민했고, 즐겁게 촬영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결과물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진운은 그다지 좋지 않다. 29일 개봉하는 '차이나 타운'은 "예고된 1000만 영화"라고 불리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첫 선을 보인 23일로부터 일주일 뒤에 등장하기 때문. 하지만 김혜수는 오히려 담담했다.

"제가 걱정해서 잘될 일이라면 100번이고 걱정 할 텐데, 제가 걱정해서 될 부분이 아니잖아요. 제가 할 부분은 다했고, 나머진 알아서 굴러가지 않을까요.(웃음) 그래도 작품은 봐주셨으면 하죠. 우리가 알던 방향, 생각했던 대로 영화가 나왔고요. 전 이거보다 더 마이너한 성향의 영화가 될 줄 알았는데, 한준희 감독은 보다 대중적으로 끌어올렸어요. 여자둘이 나오는 영화라 더 잘 돼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이것도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해야할 일이지, 배우로서 남자, 여자를 선을 긋는 일은 아니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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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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